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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섭 Feb 06. 2024

캐나다 법원으로부터 배심원 소환장을 받았다

캐나다 법원으로부터 랜덤을 통해 배심원 소환장을 받았다

오늘은 어떤 소식이 쌓여 있을까, 하루도 빠짐없이 우편함을 들여다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그렇다고 특별하게 기다리는 우편물이 있는 것도 아니다. 온라인 시대에 우편함을 여닫는 일은 어쩌면 지루함 그 자체일 수도 있다. 우편함에는 세일을 알리는 전단지 광고가 가득하다. 정부 기관에서 온 우편물이라도 혹시나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에 우편함을 여닫는다. 정부 기관인 서비스 캐나다에서는 중요한 민원 처리 통보 및 결과물을 대부분 온라인상보다는 우편물로 대처한다. 우편물을 때 열어보지 않을 경우 처리나 통보할 날짜가 지나버려 불이득이 생겨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우편물이 도착해 있다. 발송지법원이다. 우편물을 보는 순간 가슴이 덜컹거렸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다는 속담이 있다. 지은죄도 없는데 단지, 법원에서 배달된 우편물을 보고 이유 없이 놀란 것이다.


아내는 편지 봉투를 열기 전 배심원 소환장일 확률이 크다고 이야기한다. 아내의 말이 맞았다. 3월 7일까지 법원 출석 요구 통지문이다. 참석을 못할 경우 불참사유에 대해 해당란에 체크를 하게 되어 있다. 불참 사유가 될만한 것을 법원에서 임의로 몇 가지 상황을 제시하고  놓았다. 사유서에는 의외상황도 있었다. 취업 활동에도 연령제한이 없는 나라에서 65세 이상일 경우에는 불참 사유가 된다고 되어있다. 개인적으로 불참 사유가 될만한 선택 문항이 하나 있었다. 

^English is my second language so I can, t ^

사유는 되지만 법원에서 받아들여질지가 문제이다. 그 외에는 해당 사유가 될만한 것이 없었다. 우편물을 받고 난감했다. 2월 20일에 한국에 입국 예정 중에 있다. 물론 비행기표도 이미 한 달 전에 예매해 놓은 상태이다. 입증할만한 비행기 예매 티켓이라도 첨부하여 불참 사유를 밝히고 싶은데 소명하는 란이 없다.


반송우편과 온라인 두 가지 방법으로 불참사유를 접수한다고 설명이 되어 있다. 일단, 급한 마음에 온라인으로 사유서를 전달하기로 했다. 법원에서 생성해 준 아이디로 접속  "English is my second language so I can, t "박스란에 체크를 하여 보냈다. 제출서류 전달 유. 무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상태보기를 크릭 했다. 검토 중이라는 내용만  있다.


마침 작은 아들이 집에 일이 있어 들렸다. 아들에게 법원에서 보내온 편지내용과 온라인에 불참의사를 접수한 내용을 함께 보여 주었다. 아들은 불참사유에 영어를 못한다고 체크해서 보내면 통역관을 선임해 수도 있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한다. 이민자가 제일 변명하기 쉬운 사유가 언어영역이다. 일상에 쓰이는 언어 자체도 불편한데 더더구나 법정에서 용어까지 사실 불가능한 일이다.


아들 말이 맞았다. 배심원 후기를 글을 찾아보았다. 영어를 못한다는 사유에 체크해서 법원에 통보한 결과 사유에 반응하지 않고 법원 출석 명령을 받았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언어 구사 불충분을 불참 사유로 제출하기 때문에 법원에서 직접 언어능력을 확인한다는 것이다.

 

아들은 편지 상단에 안내된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한참 동안 전화를 시도해도 신호음만 갈 뿐 좀처럼 연결이 되질 않았다. 비단 법원 행정 업무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모든 관공서에 전화로 처리할 일이 생길 경우 일단은 인내심이 필요하다. 통화 연결까지는 최소 한 시간 이상은 기본이다. 그 이상의 시간까지상황에 따라 감수해야 한다. 늦게라도 통화가 연결되면 땡큐 한 일이다.


아들은 좀처럼 통화가 이루어지지 않자. 인내심에 한계를 느낀 듯하다. 컴퓨터 앞에서 무엇인가를 열심히 검색을 하고 있다. 어떤 무엇인가 눈에 잡힌 듯하다. 전화를 거는 순간 곧바로 연결이 되었다. 별 말없이 법원 소환에 참석을 못할 것 같다고 말을 하는 것 같았다. 법원 직원은 이유도 묻지 않고 곧바로 소환하는 사람의 이름을 물어보는 듯했다. 그리고 곧바로 전화를 끊었다. 해결이 되었으니 이젠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한다. 아들은 우편물에 공개되지 않은 다른 직통 전화번호를 검색해 냈던 모양이다.


아내는 로또라도 될 것이지 괜한 배심원에 선정되었다고 우스갯소리에 한바탕 웃었다. 배심원 선정은 무작위 랜덤이다. 수많은 시민 중에 하필이면 남편이 선정이 된 것에 대해 아내는 확률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라 생각하고 로또로 표현한 것이다.


결국엔 배심원 소환은 전화 통보로 간단히 상황이 종료되었다. 옛말에 좋은 일이 있어도 법원이나 경찰서는 가지 말라는 말이 있다. 앞으로는 좋은 일일지라도 법원에서 편지를 안 받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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