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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섭 Jan 13. 2024

캐나다에서 양주로 변신한 소주

소주의 종류도 다양했다. 막걸리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밴쿠버 공항 근처에 리치먼드라는 도시가 있다. 그곳은 유난히도 중국인들이 많이 살고 있다. 중국을 옮겨 놓은 도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오늘은 리치먼드에서 볼일을 마치고 잠시 근처 쇼핑몰에 머물렀다. 주류 판매점 입구에 한국 소주가 입하되어 있다는 포스터가 유난히 눈길을 잡아 놓았다.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캐나다에 주류 판매점에는 수많은 국가의 주류가 넘쳐나는 곳이기 때문이다. 또한 주류는 지정된 주류 전문 상점에서만 판매가 허용이 되어있다. 한국처럼 어느 상점가에서나 주류를 판매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형태를 지니고 있다. 주류를 취급하는 전문점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누어져 있다. 하나는 주 정부가 주체가 되어 운영하는 곳이 있고, 또 하나는 개인 사업자가 주체가 되어 운영을 다. 주정부에서 운영하는 곳은 개인 사업자가 운영하는 곳 보다 주류 가격이 좀 더 저렴한 가격에 판매가 된다.


주류 판매점 문을 열고 들어섰다. 한국 술이  첫 부스에 진열이 되어 있다. 소주의 종류도 다양하다. 언제 이토록 많은 소주가 생겨났는지, 나름 애주가 입장에서 다소 의아스러움을 가져본다. 이름 또한 생소한 것들이 많이 있다. 소주 하면, 참이슬, 처음처럼  대표적인 소주로 기억하고 있다. 물론, 지방마다 생산되는 소주의 이름도 몇 가지 기억하고 있기는 하다.


소주 가격이 대략 9이상이다. 개인 사업체라 주정부에서 운영하는 주류 전문점보다 대략 1불 이상 비싸게 판매되는 듯하다. 주세에는 주정부와 국가 세금이 별도로 계산되고 소주병 예치금까지 합산하면 금액이 한층 더 높아지게 된다.

한국 소주 진열부스

<다양한 주류가 부스에 진열되어 있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부스를 마주하고 또 다른 한국 소주들이 진열되어 있다. 잠시 다른 부스로 자리를 옮겼다. 그곳에는 밤 막걸리를 비롯하여 소주가 아닌 한국 막걸리들이 존재감을 드러내 보이고 있었다.>아마도 이 지역에는 수요가 높기 때문에 공급이 활발한 것 같다.


한국에서 1~2천 내외의 소주 가격이 국경선을 넘어 일명 값 비싼 양주로 변신하게 되었다. 식당에 가면 소주의 몸값은 더 상승한다. 소주의 순도 예전에 비해 낮아지고 있다. 양주 대비 알코올 농도 40%을 기준을 삼아도 2분의 1도 안 되는 20% 미만이다. 일단 순도가 낮기 때문에 외국에서 인기가 있을 수 있다. 맥주가 알코올 농도 5% 정도. 와인이 최대 15% 이상임을 비교하면 소주는 부드럽게 마셔 갈 수 있는 와인 정도에 불과하다. 과일이 함유된 소주는 기존 소주보다 더 낮아 인기는 소주 이상 버금간다. 


술은 한잔을 마셔도 취하는 것은 마찬가지라는 유행가 가사가 다. 옛날 소주는 보통 25%의 알코올을 함유하고 있었기에 한잔을 마셔도 취기가 충분히 올라왔다. 언제부턴가 양주를 마시다 보니 소주 한잔에 취기를 느끼는 것은 무리였다. 술은  맛보다는 취하는 맛, 분위기로 마시는 맛, 술을 찾는 사람들의 특성이 나누어져 가기도 했지만, 진정 술맛을 알고 마셔가는 애주가, 일명 술꾼이 진정 술을 관대하게 포용해 갔다. 취하는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소주는 캐나다에서 양주보다 사실 비싼 느낌을 가지게 된다.

남대문 시장에서

2019년 남대문 시장을 거닐다가 우연히 외국인들을 길거리에서 마주치게 되었다. 한 손에 소주를 어떤 친구는 맥주. 또 어떤 친구는 과일주를 대낮에 길거리를 걸으면서 음료수처럼 마시면서 활보하는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하도 신기한 나머지 함께 모습을 사진에 담길 희망 했다. 다행히 흔쾌히 허락해 주었고, 사진을 토대로 브런치에 글을 썼던 내용이 있다. 그때처럼  지금 캐나다에서 소주는 술보다는 음료수에 가까운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 분명 한국민들에게는 음료가 아닌 술이 분명하다.


개인적으로 술맛에 민감하지 못하다. 술맛보다는 취하는 맛에 술을 좋아한다. 그런 이유에서 그동안 소주가 아닌 양주를 고집한다. 사실 취하는 맛에 우선인 사람에게는 소주보다 양주가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오늘 방문한 주류 판매점은 다른 지역 주류 판매점에 비해 한국산 소주가  월등하게 많이 진열되어 있다. 중국인들이 대거 모여 사는 지역이라 아마도 한류여파의 가능성 때문은 아닐까도 생각해 보았다. 혹시 주인이 한국인은 아닐까도 생각도 해 보았다. 결국엔 한국인도, 중국인도 아니었다. 물론 주인이 아닌 종업원을 보고 인종적인 주인을 단정 짓으려는 모순도 있을 수 있다.


애주가들에게는 우선 술값이 민감한 부분이다. 입구에 포스터가 내걸려 있어 소주 가격이 혹시 저렴할 수도 있다는 기대감으로 들어가 본 주류판매점은 여느 판매점과 가격이 다를 것이 없었다. 한국이 아닌 해외에서 술뿐 아니라 한국의 모든 것을 외국인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한국의 위상이 날로 높아져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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