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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섭 Feb 11. 2024

이탈리아 피렌체에서의 저녁 맛 여행

피렌체 여행 가면 꼭 먹고 와야 하는 티본스테이크가  있다

이탈리아 피렌체라는 도시에 도착했다. 르네상스 시대부터 가죽으로 유명해진 도시이다. 더불어, 가죽 공예 발전과 함께 자연스럽게 소고기를 이용한 다양한 요리법이 개발되었다. 피렌체를 여행하면서 꼭 먹어봐야 할 것이 하나 있다. "스테이크이다" 피렌체는 스테이크로 유명한 도시이다. 이른 아침에 일어나 주변 도시를 중심으로 여행을 끝내고 하룻밤 묵어갈 도시 피렌체에 도착했다. 피렌체를 오늘 마지막 숙소 예정지로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다. 피렌체에서 맛 여행을 하기 위함에서이다. 예정보다 다소 빠른 시간대에 호텔에 도착했다.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체크인을 끝내고, 곧바로 저녁을 먹기 위해 검색을 통해 예약해 놓은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은 도보로 호텔에서 그리 멀지 않은 십 분 내외의 거리에 위치하고 있었다.


식당으로 가는 주변 모두가 스테이크 전문 식당 골목이다. 한편에는 한국어 간판을 내건 식당 간판도 눈에 들어왔다. 식당 입구에는 한국인 요리사 사진이 걸려 있는 것으로 보아 한국인이 운영하는 식당이 맞을 듯하다. 주변 풍경을 살펴가면 걷다 보니 예약된 식당 앞에 도착해 있었다. 이른 저녁시간, 유리창으로 비추어진 식당 내부의 분위기는 텅 비어 있는 상태이다. 저녁 시간대 손님의 자격이 되었다. 흔히 손님의 숫자보다 일하는 식당 직원수가 더 많은 식당의 분위를 읽을 때가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간 첫 느낌이 그러했다. 일단, 첫  손님에게 유리한 조건이 있다. 좀 더 여유를 가지고 식사를 할 수 있고, 주방은 또한 서두르지 않고 좀 더 성의 있는 요리를 기대할 수 있는 매력 시간대이다.


의자에 앉자마자 직원이 메뉴판을 가지고 왔다. 스테이크 전문점에 메뉴는 주로 스테이크 위주이다. 스테이크 2인분을 주문해도 3명이 먹기에는 충분한 양이라고 직원의 설명이 있었다. 직원 말대로 2인분을 일단 주문했다. 스테이크만 먹기에는 다소 느끼할 듯하여 파스타 1인분을 추가 주문하였다. 잠시 후, 직원은 주문한 스테이크를 구워낼 생고기를 가지고 테이블 앞에 다가섰다. 손님이 주문한 스테이크용 고기 양을 재차 확인시켜 주기 위해서이다. 고기의 양은 보기만 해도 3명이 먹어도 남아 보일 정도로 푸짐했다. 한국에서도 스테이크를 여러 번 먹어는 보았지만 티본스테이크는 오늘이 처음이다. 사실, 식당을 가지전까지 티본이라는 것이 어떤 부위이고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조차 모르고 동행했다.

직원이 들고 온 스테이크에 눈도장을 찍자마자 다시 가져온 스테이크 고기를 들고 주방으로 인계를 하였다. 직원은 서비스 품목 중 하나인  구워낸 듯한 신선한 빵을 바구니에 담아 가져다주었다.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 전 추가적으로 마실물과 술을 주문했다. 아내와 아들은 White 와인을, 나는 맥주를, 각자 취향에 맞게 주문을 하였. 개인적으로 마시던 술의 취향대로라면 맥주보다는 소주가 더할 나위 없이 이상적인 술이 되었겠지만, 해외라는 지역적인 여건상 아쉬운 데로 맥주를 선택했다. 물론, 현지 상황에서는 스테이크와 와인의 조합이 보기에도 일단 이상적이기는 하다. 소주와 스테이크의 조합은 느낌상으로도 어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어쩔 수 없다. 세련미 없는 탓도 있었지만, 특별히 서양 음식 예의에 대한 지식 부족 탓도 있다.

주문한 후 30분 이상의 시간이 지나간 듯하다. 생각보다 늦게 음식이 식탁 위에 도착했다. 아마도 굽는 방법의 차이 때문에 좀 더 시간이 걸렸던 것 같다. 접시 우측 부분에는 T자 모양을 티본스테이크가 접시 내부에 상징적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보기 좋은 떡 먹기도 좋다고 했다" 사실 보기에도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막상 한입으로 가져가 보니 입에서 살살 녹는 느낌이 다. 스테이크 최상의 맛을 입증하는 순간이다.


이른 새벽 서둘러 숙소인 제네노바 항구를 출발하여 마나롤라. 피사의 사탑까지, 그래고 지금 피렌체에서의 최후의 만찬 같은 저녁식사, 가슴 벅찬 하루를 소화하고 남은 시간의 환희의 시간을 즐기고 있다. 내일은 일찍 로마로 출발 예정 중이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다"

유럽여행은 일단 여행을 하다 보면 걸어야 하는 횟수가 늘어나기 때문에 에너지가 고갈되기 십상이다. 물론 어떤 여행이든 시작과 함께 힘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여행 중 먹는 음식의 존재감은 상당 부분 여행의 필요조건이 되어간다. 많은 사람들이 여행에서 돌아와 훗날 추억담을 이야기할 때 여행지에서 먹었던 음식 또한 추억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이다.


일반적으로 먹는다 하면, " 먹고살기 위해서, 살기 위해 먹는다" 쉽게 정의할 수 없는 애매모호한 문구가 붙는다. 여행에서는 전자 둘 다의 의무보다는 "맛의 즐거움을 느끼기 위해" 여행 중 먹는 의미가 상당 부분 차지하고 있다. 간혹, 여행 중 관광지 순례보다는 맛을 위한 맛 여행이 절대적일 때도 다. 나는 결코 미식가는 아니다. 하지만, 맛을 찾는 여행에는 느껴가는 입 맛에 또 다른 특별함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인정한다. 


오늘 피렌체에서의 저녁 식사는 만족스럽다. 눈요기 또한 즐거움에 포함되었다. 그리고, 포만감속에 행복감을 함께 채워져 갔다. 이것이 또 다른 맛의 여행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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