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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섭 Aug 16. 2024

젊어 보이려고 성형외과에 갑니다

젊어지려는 것과 젊어 보이려는 차이점은 무엇일까,

요즘 들어 나이에 한계를 느낀다. 예전 사진을 보면 이렇게 젊은 날이 있었는지 새삼스러울 때가 있다. 사진의 모습을 보면서 오늘이 당신에게 가장 젊은 날이라는 말을 실감한다. 그 당시에도 마찬가지로 예전의 사진을 보고 지금처럼 젊었을 때를 생각해 냈었다. 요즘은 사진을 찍고 보면 마음에 드는 사진 한 건져기가 쉽지 않았다. 이제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사진을 찍으려 하지를 않는다. 한때는 포샾을 대신해 세월의 길이를 줄여갔었다. 이제는 포샾으로 모습을 치장해도 나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 사진 속에 자리하고 있어 그마저도 흥미를 잃어갔다.


십 년 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십 년을 젊게 살 수 있을까, 모습만으로도 자존감을 되찾을 수 있다면 나이에 동요 없이 젊게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왠지 젊다는 생각만으로도 가슴 설렘이 느껴진다.


과거에는 눈밑 애교 살이 매력포인트로 자리하고 있었다. 언제부턴가 애교 살은 세월의 깊이를 만들어 놓았다. 거울 앞에 설 때마다 왠지 자신감이 떨어졌다. 어떤 표정을 짓어도 거울 속 표정은 정확했다. 아내는 눈밑 부분이 많이 처져있다고 하안검 수술을 하면 좋을 것 같다고 가끔 이야기를 꺼내었다. 거울 앞에 비추어진 모습을 보고 실망스러워하는 남편안쓰러움 때문인지도 모른다. 캐나다에서 성형수술을 하려면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한국에 머물고 있는 지금이 수술하기에 적절한 시기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고는 있었다.


오늘은 우연한 기회에 지인이  알고 있는 성형외과를 소개를 받아 방문했다. 일단 상담이나 받아보고 생각해 보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병원을 찾았다. 코디네이터는 눈을 보는 순간 좀 늦은 감이 있다고 말을 다. 지만, 지금이라도 하안검 수술을 한다면 훨씬 더 젊은 분위기를 찾을 수 있지 않겠냐는 조언을 해 주었다. 사실, 나는 병원에 가는 것을 기보다 싫어하는 사람 중에 한 사람이다. 드라마에서 수술하는 장면만 보아도 오금이 저려 TV에서 눈을 돌릴 정도이다. 더구나 성형외과에 와서 단지 젊어 보이려는 목적을 가지수술대에 누워 눈을 절개한다는 것은 내겐 상식을 벗어난 일과도 같았다.


이전의 생각과는 전혀 다르게 상황이 반전되어 가고 있었다. 코디네이터의 상담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수술을 하게 되면 눈밑을 절개하는 하안검 수술과 지방 재배치까지 한꺼번에 병행한다는 수술을 한다고 한다. 수술시간은 대략 2시간이 소유된다고 하니 수술 시간만을 보더라도 간단한 수술은 아닌 듯했다.

생각을 길게 할 필요도 없이 선뜻 결정의 말문이 열렸다.

"수술을 하게 된다면 언제쯤에 가능할까"

"모레쯤에 수술 날짜를 잡으시면 될 것 같습니다"

병원 예약 상황에 여유가 있다면 굳이 모레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혹시 오늘도 가능할 수 있을까요?"

갑자기 무슨 용기가 났는지 모르겠다.

"오늘은 특별한 예약자가 없어 환자분이 원하시면 오후 3시경에 괜찮을 것 같습니다"

"그럼 3시에 하는 것으로 할게요"

후회 없는 선택이 될 것만 같은 느낌에 더욱 강하게 밀어붙였다.

"이 시간 이후부터 식사나 물을 삼가 주시고 오후 3시에 병원으로 다시  주시면 됩니다"

간호원은 수술 전 간단한 설명과 함께 약 처방전을 주었다.


아무것도 먹고 마실 수 없는 입장에서 커피도 주문하지 않고 카페에 앉아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밖에서 이곳저곳 기웃거리면서 보낼 수 밖에는 없었다. 지루한 긴 시간을 보내고 약속된 시간보다 30분 일찍 병원에 도착했다. 간호사는 수술실로 안내를 했다. 수술복으로 옷을 갈아입고 수술대누웠다. 간호사는 링거를 주사하기 위해 어렵게 혈관을 찾아냈다. 잠시 후 의사 선생님은 침대에 잠시 앉아 달라는 주문을 했다. 사인펜으로 절개할 눈주위를 스케치를 하기 시작했다. 밑그림을 잘 그려야 좋은 작품이 나온다고 긴장감을 풀어주기 위해 농담까지 건넸다. 다시 수술대에 누웠다. 링거 주입구 통해 전신 마치 주사가 투입되고 깊은 휴면으로 빠져 들었다. 그 후부터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깨어나셨네요"

의사 선생님의 소리가 나지막하게 들려왔다. 전신마치에서 풀려난 상태였다, 남아 있는 수술 부분마취 상태진행하고 있었다. 눈가에 남아 있는 피부를 잘라내고 레이저 시술과 함께 절개했던 부분을 바늘로 봉합하는 과정이 소리를 통해 느껴졌다. 의사 선생님은  과정 중에서도 계속해서 말을 시켰다. 환자의 공포감을 풀어주기 위한 의도 같아 보였다. 전신마취 시간을 제외하고 비수면 상태에서 한 시간 이상 수술대에 누워 술을 끝냈다. 술이 끝난 후 회복실로 옮겨 눈에 냉찜질을 30 분가량하고 

평상복으로 갈아입었다. 눈 밑에는 테이프가 붙어 있고 눈주위는 퉁퉁 부어 있는 몰골이 예사롭지 않은 상태이다. 수술 후 주의사항을 설명 듣고 내일 다시 내원을 하라고 한다. 선글라스로 수술부위를 가리고 버스정류장을 향해 걸었다. 선명했던 모든 물체가 수술 후 희미하게 다가온다. 차에 탑승 후 눈의 피로감과 통증으로 좌석앉자마자 지그시 눈을 감았.

수술전(Before)과 수술후(After

버스가 잠실역에 도착했다. 목적지까지는 또 한 번의 버스를 갈아타야 하기 잠실 버스 환승 터미널쪽을 향해 걸었다. 환승장가는 길목에 분식집이 하나 있다. 식당 앞에 서서 어묵 고치를 먹는 직장인들로 분주하다. 하루종일 물 한목 마시지 않은 상태라 시장기가 돌았다. 어묵에 뜨거운 국물하나만으로도 더 이상 맛있는 음식은 없을 것 같았다. 꼬치를 하나 손에 들었다.

"눈밑 수술을 하셨네요"

주인아주머니는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 모습을 보고 하안검 수술을 했다는 것을 금방 알아챘다. 자신도 일 년 전에 수술을 했다고 경험담을 말해주었다.

"저는 무서워서 그런 것 못 할 것 같아요"

우리말을 엿듣고 있던 식당 아주머니 한분이 한마디 거들었다.

"마음먹으면 수술 별것 아닙니다"

아주머니에게 태연하게 이 말을 하고 있는 것이 실감이 질 않았다. 수술 전까지도 아주머니의 생각과 똑같았기 때문이다.


요즘은  자신이 너무 많이 달라져 있음을 느낀다. 몇 달 전에는 대장암 검사를 비수면으로 했다. 물론 그때도 수면 내시경을 고집했는데 갑작스럽게 혈압이 높아져서 용기를 내어 비수면으로 검사를 맞추었다. 비 수면으로 검사를 받았다는 것도 내겐 어마어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건강에 대한 불감증 때문일까, 몸을 아끼지 않고 검사를 진행하자 주의로 바뀌어 버린 행동에서 또 한 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수술후 2주째 접어 들고 있다.아직도 부자연스럽지만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느낄때 꺼꾸로 가는  십년의 시간을 맞이 할것이다.

수술 13일째를 맞이하고 있다. 아직도 붓기가 남아 있고 눈 주변이 부자연스럽다. 아마도 시간이 어느 정도 흘러야 자연스러워질 것 같다. 수술 전과 후를 비교해 본다. 자연스럽지는 않지만 그래도 십 년의 세월을 뒤돌려 놓은 것 같다는 생각에 마음이 울컥한다. 남아 있는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뱃살이다. 얼굴이라는 인상도 중요하지만, 십 년이라는 시간으로 거슬러 내려가는 과정에는 십 년 동안 잊었던 시간을 뒤돌릴 수 있는 보충의 시간이 더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지 않을까 싶다.

누구나 젊어지고 싶은 욕망은 두려움 고통도 참아낼 수 있는 강한 욕망이라는 힘이 존재하고 있었다. 백세 인생 시대는 우리의 얼굴 변화와는 상관없이 흘러간다. 십 년을 되돌려 젊음을 찾을 수 있는 일 또한 십 년을 더 현명한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지혜는 아닌가 싶다.


사람들은 말한다. 그냥 생긴 데로 살다 죽으면 될 것을, 예전에는 그 말에 적극적인 동의가 있었지만 지금은 동의할 수 없는 나이에 필요성을 느껴가고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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