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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섭 Nov 29. 2024

막내아들이 장가를 간다고 합니다

아들은 약혼식을 가장한 결혼식을 올리기로 했다.

며칠 있을 작은 아들 약혼식 참석을 위해 큰아들과 며느리가 하객 자격으로 제일 먼저 밴쿠버 공항에 도착했다. 아들이 한국에서 출발하던 날 한국의 갑작스러운 폭설로 비행 항로가 닫힐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안고 잠자리에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카톡을 열어보았다. 비행기는 예정된 시간에 이륙했다는 소식을 마주했다. 서둘러 아내와 함께 밴쿠버 공항으로 출발하였다.


아들 내외는 올 4월 한국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며느리에게는 첫 정식적인 시댁 방문이 되는 것이다. 밴쿠버에는 10일간 머물 예정이다.


작은 아들은 11월 초경에 야외 웨딩촬영까지 끝내놓12월 일가친지 70명을 나름 선별 초대 하여 검소한 약혼식을 올릴 예정이다. 70명씩이나 초대해 가면서 약혼식을 한다면 분명 누군가는 호화스러운 약혼식이 아니겠는가, 반문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약혼식을 가장한 결혼식이라고 이유를 변명다면 호화스러움까지는 아닐 듯하다. 친지들에게는 약혼식과 결혼식이 결합된 예식인 셈이다. 정식적인 결혼예절은 나중에 단 둘이서 치르겠다는 계획이다. 물론 통념상 예식을 두고 볼 때 절차상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굳이 절차라는 룰에 얽매일 필요까지는 없는 새로운 예식을 본인들 나름 생각해 냈던 것 같다. 예식 타이틀은 약혼식이라 축의금은 사절이라고 한다. 예식장은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 내 파티룸에서 진행을 하고, 여러 가지 음식을 데터링 하고 술까지 준비했다고 한다.


큰아들과 작은 아들 둘 다 결혼 예식관이 비슷하지만 큰아들은 한국에서 결혼식을  올려 한국정서에 맞는 방식대로 결혼식을 진행했다. 장본인들의 예식이만큼 그들만이 추구하는 예식예절 방향에 뜻을 모아주었다. 어찌 되었든 부모입장에서도 찬성이다. 약혼식 같은 결혼식을 아들들에게 은근히 오래전부터 기대를 하고는 있었다. 매번 주변  결혼식 소식을 알려 올 때마다 경사스러운 소식에 먼저 부담을 느끼는 결혼식 문화만큼은 바뀌어야 한다는 마음을 평소 가지고 있었다.


올해는 작년과 전혀 다른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작년에는 장모님과 어머님 두 분을 한꺼번에 보내 드려야 하는 아픔을 겪었다. 한세대가 가고 또 한세대가 오는 과정의 현실적인 일을 경험한 것이다.


우리 부부는 작년에 졸지에 고아가 되면서 우리 부모님 세대는 분명히 지나갔다. 왠지 소년소녀 가장이 된 것 같은 느낌에 슬펐다.   올해는 작년과는 전혀 다른 한세대가 축복 속에 다가오고 있다.


더불어 멀지 않아 할아버지가 된다는 거부할 수 없는 운명도 예견되어 있다. 할아버지라는 명칭의 반감을 염두에 두고 싶지 않다. 때로는 빨리 늙어 갔으면 하는 바람도 가지고 산다. 그렇다고 삶에 대한 비관적인 태도는 결코 아니다. 순리대로 순응하면서 살고자 하는 체면과도 같은 반전을 꿈꾸고 있는지도 모른다.

공항에서 돌아오는 길에 인도 경계선을 두고 잔디밭 위에 블랙프라이데이라는 팻말이 꽂혀 있는 것을 보았다. 마치 한해를 마감하는 듯한 강한 느낌을 주고 있다. 아직도 12개월 중에 1달이 더 남았는데도 우리 마음이 분주하고 성급한 탓 때문일까, 벌써부터 한 해가 가고 있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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