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를 시작한 지도 어느덧 6년 반이 흘렀다. 이보다 더 오랜 시간을 글과 함께 보낸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동안 많은 글을 발행하여 세상으로 내보냈고, 일부는 회수했다. 발행된 글을 다시 읽을 때마다 어딘가 부족함이 많아보였다. 일부의 글은 완성된 듯싶었지만, 시간의 흐름 속에서 글도 변해갔고, 나 역시 변해갔다.
브런치에서 6년 반 동안 수많은 글을 쓰고, 또 다른 이들의 글을 읽으며 느꼈던 것은 글 속에도 세대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사실이다. 한때 “80년대생이 온다”는 제목의 글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새로운 세대의 등장을 알렸다. 이어 “90년대생이 온다”는 말로 세대교체의 흐름이 강조됐다. 그러나 이제는 60년생이 인생 2막을 열고 다시 오고 있다.
변화의 문턱에 선 60년생
60년생 대부분은 이제 사회 제도권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정년퇴직이라는 제도는 더 이상 안정적인 노후를 보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생의 연장이 빈곤을 동반하며, 경제활동을 70세 이후까지 이어가야 한다는 현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60년생은 역경의 시대를 살아온 세대다. 어린 시절은 전설처럼 들리는 고난의 연속인 삶을 살아냈다. 새마을 운동과 조국 근대화의 물결 속에서 빗자루와 삽을 들고 조국 발전의 기둥이 되어 헌신했던 세대이다. 그늘에서 빈곤과 싸웠고, 손톱에 낀 흙을 닦으며 더 나은 내일을 꿈꾸었다. 그러나 그 희생의 대가는 화려하지 않았다. 고난의 세대, 빈곤의 세대, 어중간한 세대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문명의 혜택을 누리지 못한 유년기를 보낸 사람도 많았던 세대, 하지만 지금은 자녀 세대조차 추월하며 손자·손녀를 둔 할머니, 할아버지가 된 60년생, 눈 깜짝할 사이에 시간이 흐르고 나이 듦이라는 현실이 우리 앞에 섰다. 마치 시간을 잃어버린 듯, 속은 듯한 감정마저 든다.
노령이 아닌 새 출발
가끔은 뉴스나 인터넷상에 60년생을고령자라고 칭하는 내용을 보게 된다. 마치 내 나이가 할아버지 이상으로 넘어가 버린 것 같은 서글픔이 밀려왔다. 사건이나 사고 속에 등장하는 “고령 운전자”라는 말도 예외는 아니다. 이처럼 우리 사회는 나이에 대한 무게를 언어 속에 고스란히 담는다. 그러나 60년생의 삶은 ‘고령’이라는 단어로만 정의할 수 없다.
지금 60년생은 건강한 체력과 마음가짐으로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새로운 주역이 되어가고 있다. 백세 시대라는 말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60대는 오히려 50대 이전의 건강한 나이로 체감되어 가는 것이 현실이다. 때로는 “50대는 청년 세대”라는 농담이 진심으로 들릴 만큼, 정신과 육체 모두 젊어진 시대에 살고 있다.
물론 현실은 녹록지 않다. 면접 자리에서 “나이가 많습니다”라는 말이 단골이 되고, 설 자리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역경 속에서도 60년생은 여전히 용기를 잃지 않고 살아가고 있다. 삶의 무게를 버티며 달려온 시간은 우리의 힘이 되었고,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주었다.
60년생은 과거에도 그랬듯, 이제 또다시 새로운 역할로 돌아오고 있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인생의 마무리가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