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캐나다 코스트코에서의 김치, 고국의 맛을 만났다

진열대 한편에서 느낀 작은 기쁨

by 김종섭

캐나다 코스트코를 방문할 때마다 눈길이 가는 곳은 진열대의 새로운 상품에 대한 관심이다. 혹시나 오늘은 한국 제품이 매장에 나와 있지는 않을까, 하는 마음은 습관적으로 나의 눈은 진열대마다 민감하게 살펴간다. 오늘은 그 기대가 현실이 되었다. 진열대 한쪽에서 김치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진열되어서 상자 상하단에 영문으로 KIMCHI라고 쓴 우리나라 제품을 발견했다. 예전에 코스트코에서 김치를 본 기억이 어렴풋이 남아 있다. 그때는 용기에 한글로 '김치' 또는 김치 브랜드 이름 정도는 표기가 되어 있어 쉽게 한국 제품임을 한눈에 알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번에는 한글로 표기된 부분을 찾지 못했다. 왠지 영문만으로 김치라는 사실에 다가서서 좀 더 자세히 용기 부분을 관찰해 보았다. 김치는 맞는데 우리나라 제품이 아닐 것 같은 의심을 가진 신뢰성 부재가 문제이다. 이번에 출시된 김치는 용기에는 단지 "HANKOOK ORIGINAL"이라는 영문 표기만 되어있다. 그것도 굳이 오리지널을 강조하는 이유는 부정에 긍정 같은 시너지를 내기 위한 표현의 일종일 수도 있다는 의심까지 가져본다. 한국의 김치 제품이 맞다면 글로벌 시대에 KOREA이 아닌 HANKOOK이라고 표기한 이유가 사뭇 궁금해진다. 최소한 국제 표준 국가명 Korea정도의 친숙한 표기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묻어난다.


김치제품은 제조사 이름은 없고 수입 회사 정보만 있다. 물론 앞뒤로 면밀히 확인해 본 결과치를 둔 것은 아니다. 일단 소비자 측면에서 보이는 앞부분만을 보고 생각했다. 사실 한글 표기가 없는 이유가 궁금했지만, 굳이 그것이 중요한 건 아니기는 했지만, 그래도 한글표기가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살짝 남는다.


김치를 보니 문득 예전 여행이 떠올랐다. 한때 해외여행을 갈 때면 김치와 고추장을 꼭 챙기던 시절이 있었다. 낯선 땅에서 고향의 맛을 그리워할 걸 알기에 무겁지만 꿋꿋이 짐에 넣고 가곤 했다. 하지만 요즘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한인마트는 물론이고, 현지 로켈 대형마트에서도 오늘처럼 가끔은 김치를 찾을 수 있다. 과거를 생각해 보면 요즘 시대에는 김치를 꼭 챙기지 않아도 해외에서 고향의 맛을 접할 수 있다는 사실이 참 고맙다. 물론 그 당시에는 여행 자율화가 없던 시대이기도 했고, 자연히 김치의 존재가 충분하지 않았던 과거이다.


오늘 김치를 구매하지는 않았다. 사실 집에 먹을 만큼의 김치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한국 마트에서 배추를 구입, 먹을 만큼만 김치를 담가 냉장고에 늘 준비해 두고 먹는다. 구매로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진열대에 놓인 김치를 바라보며 미소가 지어졌다. 타국에서 한국 제품을 보는 것만으로도 작은 기쁨과 위로를 느낄 수 있으니 말이다.


김치를 보며 떠오른 건 한국의 밥상이었다. 해외 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외국 음식에도 익숙해지고 다양한 메뉴를 접하게 되지만, 이상하게도 밥상 위에 김치가 빠지면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든다. 특히 우리 중장년층 세대에겐 김치가 단순한 반찬이 아니라, 김치는 한국의 맛이라는 정체성과 추억을 담은 음식이다.


사실, 해외에서 김치를 본다는 건 참 묘한 기분이다. 느껴보지 않고는 그 감정의 수위를 모를 것이다. 타지에서 고향의 흔적을 만난 것 같은 느낌, 이 정도의 느낌이라면 이해가 충분할듯하다. 오늘 다시 코스트코에서 김치를 발견하며 그 작은 기쁨을 다시금 느꼈다. 진열대에 놓인 김치를 보며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졌다. 사지 않아도 괜찮았다. 중요한 건 김치가 이곳에 있다는 사실, 그리고 고향의 맛이 외국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내 곁에 있다는 것이 편안한 느낌을 주었다.


오늘 저녁, 냉장고에 있는 김치로 밥 한 그릇을 비울 생각이다. 그만하면 충분하다. 고향의 맛이란 그런 것이기 때문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