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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M씽크 3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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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카 Dec 07. 2020

저조한 시청률의 수렁 : MBC 드라마는 아직 탈출 중


한 해의 마무리가 다가오는 지금, 올해도 부진한 MBC 드라마의 성적표를 보니 아쉬운 마음을 감출 길이 없다. 드라마 왕국이라는 이름 아래 웃음 짓던 시절이 까마득할 뿐이다. 하지만 결과가 실패라고 해서 그 과정까지 모두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 시청률과 화제성 면에서 부진했던 한  해지만, MBC의 입장에서는 돌아선 시청자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다분히 노력한 한 해이기도 했다. 저조한 시청률의 수렁에서 벗어나기 위해 한 해동안 MBC 드라마가 보여준 여러 도전과 실패들에 대해 돌아보고자 한다.  





1. 시류를 읽다

- 내가 가장 예뻤을 때, 꼰대인턴

 

지난 2년간 안방극장을 강타한 드라마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물론 보는 시각에 따라 여러 가지 공통점을 찾을 수 있겠지만, 필자는 ‘웰메이드 막장’을 가장 중요한 키워드로 뽑고 싶다. 더 자극적인 컨텐츠가 살아남는 방송시장 속, 시청자들은 더 이상 평화롭고 잔잔한 드라마에서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 작년 힐링 드라마로 큰 호평을 받은 ‘동백꽃 필 무렵’도 힐링이라는 주제 속 미스터리 스릴러를 가미하여 시청자들을 자극했다. 잔잔한 일상을 전하는 드라마는 시청자들에게 외면당하기 십상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막장이라는 소재가 다시 각광받기 시작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전과는 다른 점이 있다. 바로 ‘웰메이드’ 막장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작년 한 해 우리를 ‘쓰앵님’ 열풍에 빠트린 ‘스카이 캐슬’부터 올 한 해 가장 높은 화제성을 기록한 ‘부부의 세계’까지. 대중들은 고급스러우면서도 탄탄한 연출 안에 숨어 있는 막장 전개에 반응한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는 이러한 시청자의 선호에 걸맞은 드라마였다. 정통 멜로라는 장르 뒤에 숨겨진 다소 막장스러운 전개는 시청자들의 호기심과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형수가 된 교생 선생님을 사랑하는 남자, 강한 소유욕으로 교통사고를 꾸미는 여자 등 ‘막장’이라고 부를만한 요소가 가득하지만, 이 드라마는 모든 요소를 정통 멜로 안에 절절하게 녹여냈다.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영상미와 완벽한 연기는 자극적인 스토리와 조화롭게 어우러져 또 하나의 ‘웰메이드 막장드라마’를 만들어냈다. 물론 한 자릿수를 벗어나지 못한 시청률에 아쉬움이 남지만, 올해 MBC의 드라마 중 가장 시류에 걸맞은 드라마였다고 평가하고 싶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가 드라마의 장르적인 시류를 잘 파악했다면, 전체적 시대의 흐름을 잘 파악한 드라마는 따로 있다. 바로 ‘꼰대인턴’이다. ‘꼰대인턴’은 올해 시청률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한 다른 드라마들에 비해 비교적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을 기록한 드라마이기도 하다. ‘꼰대인턴’은 최근 핫한 키워드로 떠오른 ‘꼰대’를 드라마 전면에 내세우면서 이 같은 사회현상을 통쾌하게 뒤집는 사이다 넘치는 전개를 보여주었다. 젊은 세대가 흔히 꼰대라 칭하는 기성세대의 애환과 노력을 보여주는 동시에 젊은 꼰대를 함께 제시하면서 세대 갈등과 꼰대 문제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를 담아냈다.

마치 시트콤을 보듯 유쾌한 극의 분위기도 ‘꼰대인턴’의 성공에 일조했다. 나를 괴롭히던 상사가 시니어 인턴으로 우리 부서에 들어왔다는 다소 황당하지만 흥미로운 설정은 유쾌한 연출과 어우러져 시청자들에게 통쾌함과 웃음을 선사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저 웃음으로만 끝나지 않는다는 점에 있었다. 유쾌한 웃음 뒤에는 갑질, 비정규직 등 현재 청년 세대가 당면한 무거운 문제들이 숨어있었다. 드라마는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주제들을 유머러스하게 전달하면서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는 것에 성공했다. 





2. 이런 각색은 싫어요 

- 저녁 같이 드실래요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들이 쏟아지고 있다. ‘치즈인더트랩’부터 ‘이태원 클라쓰’까지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들은 대체로 큰 화제성 안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마치 시청률 보증수표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어떤 재미있는 웹툰을 가져오더라도, 드라마는 결국 드라마적 요소로 평가받는다. 동명의 다음 웹툰을 원작으로 한 ‘저녁 같이 드실래요’는 그 화제성으로 시작했지만, 결국 저조한 시청률로 막을 내린 비운의 드라마가 되었다. 웹툰을 각색한 드라마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원작을 잘 살리되, 드라마만의 새로운 차별화 포인트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저녁 같이 드실래요’는 이 두 가지를 모두 잡지 못했기에 고배를 마시게 되었다.


‘저녁 같이 드실래요’라는 웹툰의 강점은 잔잔하게 흘러가는 전개 속에서 느끼는 힐링과 공감, 그리고 설렘이었다. 하지만 이 강점은 이 작품이 웹툰이라는 플랫폼 안에 있었기에 가능했다. 드라마에서는 더 이상 잔잔하기만 한 힐링 로맨스는 큰 메리트가 없다. 앞서 말했듯 시청자들은 더욱더 자극적인 드라마를 찾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웹툰을 크게 각색하는 방법을 택했다. 스토리는 물론이고 등장인물의 배경이나 성격 등에 큰 변화를 주었다. 어느새 이 드라마는 ‘남녀 주인공이 식사를 통해 가까워진다’라는 큰 틀만을 남기고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되었다. 


물론 스토리를 크게 바꾼 웹툰 원작 드라마가 무조건 실패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KBS의 ‘고백부부’는 웹툰 ‘한 번 더 해요’에서 부부가 함께 과거로 타임슬립 한다는 소재만 남기고 아예 다른 스토리를 보여줬지만, 시청자들의 큰 호평을 받았다. 문제는 결국 작품성이다. 웹툰을 크게 각색해 웹툰 팬들이 등을 돌렸더라도, 완성도가 높은 드라마라면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다. 하지만 ‘저녁 같이 드실래요’의 스토리는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기에 부족했다. 힐링 드라마처럼 시작했지만, 조연 캐릭터(정재혁)의 잇따른 횡포로 힐링과는 거리가 멀어졌으며, 두 주인공의 감정선 또한 쉽게 공감하기 어려웠다. 작년 ‘어쩌다 발견한 하루’를 완벽하게 각색하여 큰 호평을 받은 바 있던 MBC기 때문에 ‘저녁 같이 드실래요’의 실패는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3. 장르물에 대한 이유 있는 고집 

- 365 : 시간을 거스르는 1년, 미쓰리는 알고 있다, 십시일반, 카이로스


올해 초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호평을 받고 종영한 ‘365: 운명을 거스르는 1년’의 영향일까, 7월부터 MBC 드라마는 장르물 굳히기 전략에 들어섰다. 각각 4부작, 8부작으로 이루어진 ‘미쓰리는 알고 있다’와 ‘십시일반’을 이어서 편성하는 다소 도전적인 편성을 보여준 것이다. 일분일초도 늘어져선 안 되는 장르물의 특성상, 짧고 강렬한 장르물을 편성한 것 자체는 주목할 만한 도전이었다. 하지만 시청률과 화제성 모두 미미했다. 왜일까? 


두 작품 모두 지루할 틈 없는 전개와 수준 높은 연출로 작품성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다. 문제는 화제성이다. 사람들은 이 두 드라마가 하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짧은 회차로 편성된 드라마의 경우, 고정 시청자층을 만들 수 있는 시간 자체가 적기 때문에 초반에 화제성을 잡지 못하면 그대로 끝나버리는 경우가 많다. 이 드라마들이 그러했다. 시청률을 보장할 만한 탑 배우나 아이돌이 출현한 것도 아니고 오로지 ‘작품성’만으로 인정받아야 했기 때문에 더 홍보에 힘을 실어야 했다. 하지만 결국 사람들은 이 작품들이 방영되고 있다는 것조차도 알지 못했고, MBC의 실험적 편성은 쓸쓸하게 잊혀졌다. 그렇게 MBC의 장르물 굳히기 전략은 실패로 돌아가는 듯 보였다. 


하지만 10월, 이 판도를 뒤집을 ‘카이로스’가 등장했다. 첫 화부터 파격적인 연출과 전개로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며 높은 화제성을 기록했다. 전화를 통해 현재와 과거가 연결된다는 신선한 소재와 몰입도 높은 연기, 파격적인 연출 삼박자를 고루 갖춘 드라마로 ‘카이로스’는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물론 타임 크로싱 스릴러라는 장르의 특성상 내용이 조금은 어렵고, 몰입이 중요하기 때문에 시청률 지표는 아직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하겠다. 하지만 그럼에도 카이로스는 순항 중이다. 아직 중반부임에도 매화 충격적인 엔딩과 예측할 수 없는 전개를 선사하는 ‘카이로스’는 이미 고정 팬층을 확보했고, 화제성을 높이는 데에도 성공했다. 시청률이 크게 높지 않았음에도 웰메이드라는 평이 자자한 ‘365 : 운명을 거스르는 1년’처럼, 이대로라면 ‘카이로스’ 또한 오래 회자되는 웰메이드 드라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MBC 장르물의 명맥을 이어 줄 ‘카이로스’에 거는 기대가 크다. 


 



 

TV 앞을 떠나고 있는 시청자들을 붙잡기 위해 방송가에는 변화와 도전의 열풍이 불어오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지상파 채널, 특히 드라마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구성이나 연출이나 거기서 거기인 드라마를 라인업이나 소재만 바꾸어서 내밀어도 시청률이 나오던 시대는 지났다는 이야기이다. MBC 또한 이런 변화의 흐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노잼 드라마를 양산한다는 고정관념을 벗고 다시 고정 시청자층을 확보하는 것, 긍정적 이미지를 회복하는 것이 MBC 드라마가 당면한 과제이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MBC의 도전들은 상당히 눈여겨볼 만하다. 물론 시청률이라는 지표는 MBC의 명확한 실패를 이야기한다. 하지만 지금은 도전 그 자체로도 가치가 있다. ‘드라마 왕국’이라는 공든 탑이 쓰려졌고, 그 탑을 다시 복구하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신뢰를 쌓아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면, 올해의 부진은 더 큰 성공을 위한 발판이 될 수 있다. 부디 2021년에는 MBC 드라마가 성공적으로 수렁을 빠져나오기를 바라며, 건투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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