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씽크 활동후기
M씽크 지원 과제를 낼 즈음, 나는 꽤 바쁜 일상을 살고 있었다. 시험 준비에 공모전 출품까지 앞두고 있어 도저히 짬을 내는 게 불가능해 보였지만, 무려 MBC에서의 대외활동이라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지원과제의 주제는 당시 종영한지 얼마 안 된 ‘365 ; 운명을 거스르는 1년’으로 정하고 ‘당신이 놓친 띵-작 드라마’라는 영상을 기획했다. 드라마 홍보 영상은 처음이라 기획 자체는 별게 없었다. 하지만 드라마 자체가 워낙 명작이라 어떻게 이어 붙여도 재미있는 것을… 정확한 심사 기준은 알 수 없지만 나는 영상의 완성도와 긴장감을 중점적으로 생각하고 만들었던 것 같다. 운이 좋게도, 결과는 합격!
면접을 앞두고는 걱정이 정말 많았다. 면접에만 들어가면 동공 지진에 몸은 지진 난 것 마냥 덜덜 떠는 사람이라 나는 늘 면접에 대한 부담감이 상당했다. 대기하는 중 다행히 에디터님께서 분위기를 잘 풀어 주셔서 긴장감이 좀 사라지고 있던 중, 같은 분야, 같은 장르 지원자들이 함께 들어간다는 말을 듣고 다시 목석처럼 굳었다. 같은 동영상/드라마 지원자들과 함께 들어가면 너무 비교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갑자기 또 대차게 뛰는 심장… 그렇게 긴장한 상태로 면접실에 들어갔다. 긴장하지 말라고 분위기를 열심히 풀어 주셨는데 혼자 자기소개부터 절었다. 다시 생각하니 너무 부끄러운 것… 확실히 같은 분야를 지원하신 분들을 모아 놓으니 공통질문이 주를 이뤘다. 공통질문의 문제점은 내 차례가 되면 이미 나올 만한 대답은 다 나왔다는 것. 그래서 나는 그냥 튀기로 했다. ‘정답’같은 답을 말해버리면 임팩트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정말 무리수를 둔 대답도 있었다. 하지만 이 점을 좋게 봐주셨던 것 같다. 나만의 소신 있는 대답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작용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M씽크 3기는 코로나를 빼고 설명할 수가 없다. 뭐, 2020 자체가 그런 것을 어쩌나 싶지만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첫 만남부터 마스크를 쓰고 만나서 끝은 줌 미팅으로 마무리했다는 슬픈 이야기. 하지만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도 늘 열심히 준비해 주시는 덕분에 테마활동에 FGI까지 정말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을 꼽으라면 역시 ‘놀면 뭐하니 FGI’가 되시겠다.
최종 편집이 끝나지 않은 방영분을 미리 보고, 이후 프로그램에 대한 방향성을 제작진에게 직접 전달할 수 있다니, 지금 다시 돌아봐도 자랑할 만한 경험이다. 놀면뭐하니 FGI를 다녀온 날에는 늘 뭔가 대단한 걸 하고 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진짜 내가 제작진이 된 것처럼 프로그램의 방향성에 대해 고민하고, 편집의 아쉬운 점에 대해 짚어보는 과정이 신기하면서도 즐거웠다. 이 보람만으로도 충분히 값진데, 이에 대한 보상까지 따로 받다니! 정말 소중하고도 뜻깊은 경험이 아닐 수 없다.
방송국 입사를 꿈꾸는 나에겐 테마활동도 정말 꿈같은 시간이었다. 드라마, 예능 PD 분들의 특강부터 시작해 라디오 부스도 방문해보고, 아나운서님과 함께 발음 연습도 해 보았다. 활동을 하며 장난 식으로 친구에게 ‘방송국 키자니아’에 온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한 적 있다. 우스갯소리로 꺼낸 이야기긴 하지만, 실제로 여러 방송국 직종들에 대해 현직자 분들의 따끈따끈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고, 나아가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진정 ‘방송국 입사 지망생들의 키자니아’와 같은 활동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PD를 준비하고 있지만, 아직도 방송이라는 업계가 멀게만 느껴지는 나에게 정말 많은 깨달음과 생각들을 안겨 주었던 시간들이었다.
뭐든 꾸준히 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특히 끈기보다는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더 큰 나에게는 더더욱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매달 한 편의 글과, 하나의 동영상을 만드는 것은 생각보다 더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학교를 다니고, 다른 활동들을 병행하면서 글이나 동영상을 만들기 위해 콘텐츠 시청도 틈틈이 해야 했다. 글과 동영상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게 아니기에 기획을 위한 시간들도 필요했다. 하지만 돌아보니 매달 꾸준히 글을 쓰고, 동영상을 만들면서 정말 많이 성장한 내가 보였다. 동영상 담당으로 합격했지만 매달 글도 써야 한다는 큰 부담감을 안고 시작했던 첫 글부터, 2020 한 해의 MBC를 돌아본 나의 마지막 글까지, 점점 컨텐츠를 보는 시각이 넓어지고, 그 깊이가 깊어지는 것을 실감했다. 영상도 마찬가지였다. 영상 제작에 있어 기술적인 것들은 알고 있었지만 ‘영상 기획’자체에 큰 무게를 두지 않았던 기존 영상들에 비해 중요한 부분을 찾고, 기획하는 능력이 많이 성장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여러모로 참 쉽지 않은 1년이었지만, 그 반을 M씽크와 함께 할 수 있어서 나는 이 어려운 시국에도 참 많이 성장할 수 있었다. 꾸준히 보고, 쓰고,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PD 지망생의 입장에서 이만큼 좋은 대외활동이 있을까! 내가 그랬던 것처럼, 4기에 지원할 사람들이 이 글을 읽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만일 보고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어서 지원서를 쓰러 가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절대 후회하지 않을 활동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