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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M씽크 3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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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카 Jun 23. 2020

<놀면뭐하니> ‘청바지 입은 꼰대’, MBC가 변했다?



'꼬만춤' 설명하는 비 (출처 Wavve)


    친구와 함께 <놀면 뭐하니>를 시청하는 도중 신선한 경험을 했다. 비의 <깡> 관련 유튜브 댓글을 읽던 유재석이 ‘꼬만춤’에 대해 비에게 물어본 것이다. 당황했지만 담담하게 ‘꼬만춤’을 설명하는 비의 모습과, 당황하는 유재석의 모습에 우리는 숨 넘어갈 듯 한참을 웃었다. 터지는 웃음을 참지 못하며 친구가 말했다. 

“지상파에서 이게,, (이런 얘기가) 되는 거야?” 

 생각해보니까 그랬다. 지상파에서 이런 파격적인 이야기가 가능하다고? 조금 더 생각해보니 뭐 못할 것도 없다 싶긴 했지만,  우리가 느끼는 지상파의 이미지가 다소 딱딱하고 보수적으로 고착화되어 있구나를 느낄 수 있었던 한마디였다. 





    VOD(video on demand)의 발전은 우리가 가진 인식과 생활의 틀을 크게 바꾸어 놓았다. 드라마를 보기 위해 9시 50분이 되면 TV 앞에서 준비를 했던 과거의 시청 행태는, 어디서든 원하는 비디오 클립을 찾아보는 모습으로 변화했다. 이렇듯 ‘내가 원하는 컨텐츠를 찾아서 보는’ 시대의 유행과 인기의 형성 또한 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 단순한 컨텐츠 감상을 넘어 새로운 컨텐츠를 제작하고 공유하는 ‘능동적인’ 대중의 시대에서 스타와 유행은 대중이 주도하고, 대중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사딸라' 밈을 활용한 버거킹 광고 (출처 버거킹 유튜브)


‘사딸라’, ‘상상도 못한 정체’, ‘묻고 더블로 가’, ‘관짝소년단’ 

    인터넷을 자주 이용하는 2030 세대라면 적어도 하나는 들어본 적 있지 않을까? 대중들이 인터넷에서 만들어 나가는 이러한 소위 ‘인터넷 밈’들은 이제 대중문화와는 뗄 수 없이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밈’이란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 리처드 도킨스가 활용한 단어로, ‘인터넷 밈’은 넓은 의미에서 인터넷상에서 유행하는 트렌디한 이미지, 멘트들을 통칭하는 말로 쓰인다. 이러한 밈의 형태는 짤, 챌린지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 요즘 가장 핫한 형태는 역시 과거의 콘텐츠를 이용한 밈이다. <야인시대>의 김영철 배우의 <4딸라> 장면이나, 타짜의 김응수 배우가 외치는 ‘묻고 더블로 가’, <순풍산부인과> 박미선 배우의 ‘스토리는 내가 짤 거고, 글씨는 누가 쓸래?’ 밈이 바로 그것들이다. 대중들은 과거의 콘텐츠를 다른 시각에서 시청, 재가공하면서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스타를 발굴해 내는 것이다.  



비의 <깡> 뮤직비디오에 달린 댓글들 (출처 Wavve)


    그중 2020년을 강타한 아주 강력한 힘이 있는데, 바로 가수 비의 <깡> 되시겠다. ‘화려한 조명이 감싸는’ 비, ‘꾸러기 표정을 짓는’ 비는 인터넷 커뮤니티 상에서의 큰 유행을 넘어 유튜브 트렌드까지 주도하고 있다. 

사실 비가 밈으로 소비된 것이 이번이 처음 일은 아니다. 작년, 비의 또 다른 곡인 <차에 타봐>가 대중가요답지 않은 직설적이고 수위 높은 가사로 한차례 인터넷에서 큰 열풍을 불러일으켰고, 이를 패러디한 콘텐츠들도 유튜브를 중심으로 많이 만들어졌다. tvn ‘최신 유행 프로그램’에서는 <차에 타봐> 패러디를 선보이며 인터넷상에서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이 유행이 지상파에 오를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차에 타봐>와 관련된 수많은 해석, 패러디 영상들이 유튜브에 쏟아졌고, 케이블 채널까지는 진입에 성공했지만 어쩐지 지상파와 수위 높은 인터넷 밈은 거리가 있어 보였던 것이다. 이는 2030이 지상파에 가지게 된 고정관념에서 기인한다. 



    언제부턴가 2030 세대에게 지상파는 ‘청바지 입은 꼰대’로 인식되고 있다.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새로운 시도들이 시행되고 있지만, 관심조차 없어서 방영 중인지도 모르는 일이 태반이다. 지상파가 아예 트렌드를 반영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문제가 있다면, 이를 반영하는 시점이 이미 한 차례 유행이 지나간 후라는 것이다. 마치 오랜만에 만나 ‘너도 BTS 팬이니?’를 물어보는 삼촌처럼, ‘요즘 애들은 버카충이라고 한다며?’라는 작은엄마처럼, 지상파가 보여주는 한발 늦은 트렌드는 2030에게 재미가 아닌 위화감만을 불러온다.


    그런 의미에서 <놀면 뭐하니>의 시도는 눈 여겨볼 만하다.  확실히 안정성이 증명된 것들만 사용하던 기존의 포맷을 벗어나 ‘아무거나’ ‘뭐든지’ 하는 <놀면 뭐하니>의 포맷은, 단순히 주 출연자인 유재석의 분야 넓히기를 넘어 예능 자체의 다양성을 넓히고 있다. 특히 비의 깡 열풍을 시기적절하게 활용한 <싹쓸이> 프로젝트는 트렌드 활용을 너머 트렌드를 주도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화에서는 싹쓸이 멤버들이 MBTI 성격유형검사를 하는 장면이 방영되었다. MBTI는 여러 가지 질문을 통해 자신의 성격을 유형화하는 검사로 2030 세대 사이에서 큰 유행을 얻고 있는 그야말로 트렌드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20대인 필자의 모든 모임, 술자리에는 MBTI 이야기가 늘 빠지지 않는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MBTI 검사를 하는 싹쓸이 멤버들이 선공개 되었을 때, 이들의 결과는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올라 많은 화제가 되었다. 한 물 가기 전에, 트렌드가 시작하는 지점에서 그 트렌드를 함께 만들어 나가는 것이야말로 지금 지상파, 그리고 MBC가 걸어가야 할 길이 아닐까. 



비가 사용한 신조어가 오래된 것이라며 지적하는 유재석 (출처 wavve)


    2030의 유행을 재빨리 따라가고, 또 앞서 만들어 내는 <놀면 뭐하니>의 이후 행보가 기대된다. 대중이 직접 유행을 만들어 나가는 시대, 인터넷 커뮤니티, SNS 등에서 공감을 이끌어 내고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콘텐츠야말로 좋은 콘텐츠가 아닐까. 나날이 오르고 있는 <놀면 뭐하니>의 시청률이 이를 증명해 주는 것만 같다. <나 혼자 산다>, <구해줘 홈즈> 등 young 한 콘텐츠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는 MBC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트렌디한 예능으로 <놀면 뭐하니>에 거는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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