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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M씽크 3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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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카 Nov 02. 2020

이 시대 가장 ‘힙’한 예능 <놀면뭐하니>

환불원정대의 성공에 관하여

 <놀면 뭐하니>의 시청률 고공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동시간대 1위는 물론, 토요 예능 전체 1위를 차지한 <놀면 뭐하니>의 기록적 성공에는 지금까지 누적해온 여러 좋은 아이템의 덕도 물론 있겠지만, 역시 <환불 원정대>의 공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누구보다 환불원정대라는 기획에 박수를 쳐주고 싶은 시청자 중 한 명으로서, 환불원정대가 주는 긍정적 시사점과 그 성공 요인을 분석해보고자 한다. 








나이를 유머로 소비하는 올드한 클리셰를 벗다

 

 ‘여자는 25살부터 꺾이기 시작한다’는 몹시도 무례한 말들이 유머로 소비되던 시절이 있었다. 30대 여자 연예인들을 ‘더 이상 이성적 매력이 없는 존재’로 취급하고 ‘노처녀’로 프레이밍 하는 예능의 언어들은 너무도 폭력적이었지만, 가벼운 유머로 치부되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우리 사회는 30살만 넘어도 모든 기회가 사라진 것처럼, 더 이상 인생에 아무것도 바꿀 수 없는 것처럼 이야기한다. 

정말 우리는 30살이 되자마자 인생의 모든 것이 정해지고, 변화 없이 늙어만 가는가? 답은, TOTALLY NO이다. 어떤 이의 인생은 30살에 시작되고, 40살에 시작되기도 하며, 60살이 되어서 새로운 인생을 찾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니 요즘 유행하는 말을 빌려 표현해보자면, 우리는 ‘키즈 모델 빼고는 모두 다 할 수 있는 나이’인 것이다. 


 환불원정대에서는 기존 예능에서 쉽게 유머로 소비되는 ‘나이’라는 소재가 크게 부각되지 않는다. 사사건건 출연진들의 나이 차이를 걸고넘어지는 일도 없다. 연차가 가장 높은 엄정화도, 20대인 화사도 단지 한 명의 멤버에 지나지 않는다. 이들은 말한다. 각자의 길을 멋있게 걸어가는 서로의 존재가 위로가 된다고. <놀면 뭐하니>는 이들의 진심을 값싼 유머로 다루지 않는다. 타 예능에서 흔하게 사용하는 ‘모녀 케미’, ‘노처녀’등의 무례한 프레이밍도 없다. 한 명의 멤버이고, 서로의 롤 모델이자, 멋진 언니, 동생일 뿐이다. 그렇게 <놀면 뭐하니>는 또 한 번 예능의 클리셰를 부순다. 

 뉴트로가 힙한 이유는 단순히 옛것이기 때문이 아니라, 지금의 시대에서 옛것을 조망하여 새로운 가치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철 지난 스타일도, 오래된 물건들도 단순히 ‘한물간 것’이 아닌 ‘힙한 것’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환불원정대는 이러한 관점에서 이 시대 가장 ‘힙한’ 예능이라고 할 수 있겠다. <놀면 뭐하니>는 나이라는 틀에 갇혀 쉽게 그들의 시간을 유머로 소비하지 않는다. 대신 과거와 현재의 연결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간다. 8, 90년대를 주름잡았던 엄정화, 이효리와 2020년의 핫 아이콘 화사와 제시가 함께 쓰는 ‘환불원정대’라는 이야기는 기성세대와 요즘 세대를 아우르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본업은 쎈 언니, 사실은 


 최근 트위터상에서 유행한 밈 중에 ‘한국 여자 생태계’라는 것이 있다. 요지는 이것이다. 주로 수수하게 꾸미고 잘 웃어 착하게 보이는 사람들의 경우, 실제로는 기가 쎈 경우가 많고, 반대로 진한 화장과 유니크한 패션으로 강한 인상을 주는 사람들 중 은근히 ‘유리 멘탈’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물론 모든 사람을 이분법적으로 판단할 수는 없겠지만, 많은 이들이 이에 공감하며 큰 관심을 얻었다.

 <환불원정대>의 멤버들은 위에서 말한 두 타입의 여성 중 정확히 ‘기 쎈 언니들’을 대표한다. 강한 화장과, 거침없는 말투, 강렬한 패션으로 군중을 압도하는 매력을 가진 이들에게 네티즌은 ‘무조건 환불받을 수 있는 조합’이라는 뜻의 환불원정대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하지만 앞서 소개한 밈에서도 알 수 있듯, 강렬한 이미지가 꼭 강한 멘탈, 거칠 것 없는 성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쎈 언니들이 가진 반전 매력은 <놀면 뭐하니>가 세간의 관심과 시청률을 모두 사로잡을 수 있는 관전 포인트가 되었다. 



 공항으로 마중 나온 매니저 김종민과 이효리의 대화는 이를 잘 보여준다. 구석에서 밥을 먹고 있던 자신을 이효리가 불러서 잘 챙겨주었던 기억이 난다고 김종민은 회상했다. “너는 약자를 잘 챙기는 거 같아. 강자랑은 잘 싸우고”라는 김종민의 말은 이효리를 정확하게 묘사한다. 누구보다 강한 이미지로 소비되지만, 그 이면에는 잘 끼지 못하는 후배 연예인들을 챙기고, 자연과 환경을 사랑하는 소박한 인간 이효리가 있다. ‘반전 매력’이라는 단어를 인간화할 수 있다면, 그건 바로 이효리가 아닐까.

 다른 멤버들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언제나 자신 있어 보이던 맏언니 만옥의 눈물, 은비의 솔직, 허당미와 실비가 보여주는 막내적 모먼트의 귀여움은 이들이 그냥 ‘쎈 언니’라는 수식어로만 평가될 평면적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짙은 화장과 강한 이미지 뒤에 숨어있는 때론 귀엽고, 때론 감동적이며, 매우 인간적인 모습들은 무대 위의 멋진 모습과 대비되며 반전의 즐거움을 시청자들에게 선사한다. 








 <무한도전>의 인기를 회복할 수 있을까’라는 우려와 함께 시작한 <놀면 뭐하니>는 사람들의 걱정이 무색하게 성장에 성장을 거듭하며 명실상부 MBC의 대표 예능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하지만 깊이 있게 들여다보면, <놀면 뭐하니>의 주제 의식은 결국 <무한도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무엇이든 하는 ‘무한’한 도전을 주제로 하는 <무한도전>처럼, <놀면 뭐하니> 또한 말하면 뭐든지 이뤄지는 ‘놀뭐 유니버스’를 만들어가고 있다. 지나가는 유머일 줄 알았던 쎈 언니들의 조합이 ‘환불원정대’라는 공식 콘텐츠로 돌아올 줄 누가 알았을까. 

 말하자면 <놀면 뭐하니>는 ‘요즘 것들’의 얼굴을 하고 조금 더 세련되게 돌아온 <무한도전>인 셈이다. 다만 한정된 플레이어의 도전이었던 <무한도전>과 달리, 유재석을 필두로 하여 누구든지 플레이어가 될 수 있다는 점이 <놀면 뭐하니>의 가장 큰 메리트라고 할 수 있겠다. 말하면 무엇이든 이루어지는 ‘놀뭐 유니버스’의 무한한 도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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