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는 백조
어제 시어머니가 점심을 먹고 사촌 아주버니 개인 전시회에서 그림이 많이 팔렸는지 물었다. 나는 "요즘도 그림을 사는 일반 사람은 많지 않아요. 아는 지인들이 축하해 주는 정도죠!" 하며 말했다.
시어머니는 "그럼 돈도 못 벌고 돈만 쓰는 일을 왜 하냐!"라고 했다. 나는 "아주버니는 개인전으로 이제는 작가라고 알리는 거죠!" 했다. 그랬더니 "너도 작가라고 하더니 돈도 못 버니 무슨 소용이 있니!"라고 했다.
그렇게 나는 더 이상 아무 말도 못 했다. 그래서 나는 내년에는 내가 좋아하는 일로 백만 원만이라도 벌었으면 좋겠다는 비장한 생각을 요즘에 하고 있다.
어제는 오랜만에 고향 동네 친한 친구 모임이었다. 망년회는 보통 럭셔리한 곳에서 하는데 오늘은 친구 아들 고깃집에서 하기로 했다. 나는 옷에 고기 냄새가 배지 않을까 했는데 예상외로 럭셔리한 식당이었다. 친구 아들은 결혼하면서 식당을 한다고 했다. 시내에 목 좋은 장소도 크기도 넓었다. 젊은 직원들이 왔다 갔다 하니 나는 이 규모로 식당 영업을 하는 것을 보니 친구들과 동업을 하나 하고 했다.
그랬더니 친한 친구는 이 가게를 하는 아들네 친구는 농사로 돈을 많이 벌었다고 했다. 나는 오랫동안 서울에 살고 결혼하고서는 고향과 멀리 있는 시 쪽에서 살아서 잘 몰랐다. 고향 동네에서 친구 어머니는 구멍가게와 농사를 지었다. 친구는 큰 딸이라 땅을 물려받아 농사로 돈을 많이 벌었다고 들었다.
우리는 "직원이 얼마나 돼요?"하고 물었다. "직원은 5명이고 사장님까지 여섯"이라고 했다. 젊은 직원들이 고기도 맛있게 구워주니 집에서나 밖에서나 서비스하는 우리로서는 너무 좋았다. 그래서 남편에게 친구들과 먹어보라고 추천까지 했다.
어제는 토요일, 오늘은 일요일에도 일을 하면 피곤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엄마처럼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장사는 보통 힘든 직업이 아니라고 다들 걱정하는 것 같다. 내 친구도 말은 안 하지만 엄마라 마음은 편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 우리가 있을 때나 나올 때에도 사람들이 꽉 차서 장사는 잘 되는 것 같았다. 많은 손님을 오늘도 보고 내일 주말에도 하고 또 다음날도 하려면 얼마나 힘이 들까 하며 안쓰러웠다. 힘든 것만큼 보상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힘들고 여러 가지 신경을 쓰면서 가게를 관리하면서 많은 어려움을 이겨내는 강단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기에 부모들은 걱정한다. 사랑하는 아이가 힘들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 부모이기 때문이다.
우리 부모님도 자식이 농사를 지으면서 힘들게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남동생은 아버지가 마련해 놓은 과수원을 이어갔다. 힘든 농사일이지만 그래도 땅은 정직하니 할만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살아생전에 친정아버지는 나는 몸도 약하니 농사짓는 집에 시집을 안 갔으면 좋겠다고 했었다. 그렇게 나는 땅 한 평 없는 집에 시집을 오니 농사짓는 친구가 부러웠다. 평소에는 일하지 않아 좋지만 나도 땅 몇 평이라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굴뚝같다. 그래도 친구들은 돈 많이 버는 남편과 주말마다 놀러 다닌다고 안다.
친구들아 '내가 노는 줄만 알고 있지! 기다려, 나는 우아하게 노는 것 같지만 웃으면서 가라앉지 않고 내가 원하는 곳으로 가려고 열심히 발길짓을 하고 있어. 내년에는 내 책 한 권 또 사 야 할걸!' 하며 호언장담부터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