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또 같이하는 시간
우리 가족은 따로 또 같이하는 시간이 있다. 큰 아들이 먼 캐나다로 가가기 전 추억을 만들려고 한다. 직행을 타더라도 14시간이 걸리고 비행기를 두세 번 갈아타서 제주 집에 돌아오는 아들을 위해 우리는 늘 함께 여행을 준비한다. 숭어가 물을 거슬러 올라오듯이 아들은 다른 곳을 여행하기보다 함께하는 시간을 위해 비행기에서 낮밤이 바꿔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큰 아들을 보면서 거리와 시차보다 중요한 것은 함께하고자 하는 마음이라는 것을 느낀다. 서른이 다 된 아들은 아직도 해맑게 웃던 옛날 꼬마 아이인 것 같다. 몸은 컸지만 아들은 아직도 어릴 때처럼 늘 함박웃음을 짓는다.
우리 부부는 60 은퇴하는 나이가 되니 오랜만에 휴가를 즐기며 제주 올레길을 걸었다. 그래서 큰 아들도 휴가에 함께 올레길을 걷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함께 동쪽으로 하루, 서쪽으로 하루 걸었다. 그리고 나니 내일은 어디를 가야 할지 나는 고민이 되었다. 내일은 까칠한 작은 아들도 함께한다고 하니 더 신경이 쓰였다.
명절 때가 되니 조카들도 오고 어제 고모식구와 저녁을 과식하고도 또 귀한 소라를 줘서 먹었다. 소화제로 영양제도 먹고 커피도 먹어서인지, 내일 어디로 가면 좋을지 생각하느라 눈을 감았다가 떴다가 하면서 잠을 자지 못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이 가득했다.
하루를 꼬박 비행기를 타야 돌아오는 캐나다라는 먼 곳도 함께하려는 마음 때문인지 아들은 서울에 직장을 다니는 사람보다 더 자주 제주에 온다. 제주가 고향이지만 나도 서울 사람처럼 제주를 여행하는 사람이지만 큰 아들이 올 때면 더 제주를 여행하는 것 같다. 이렇게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 우리는 아파서 걸을 수 없는 것이 아니라 함께하는 시간이 적어서 걸을 수 없는 것 같다.
어제는 제주 둘레길을 걸으려고 했는데 아침에 흐리고 빗방울도 떨어지지만 그래도 밤에 검색했던 미술관이나 카페를 생각했다. 이렇게 나는 아들과 함께 즐거운 휴가를 만들기 위해 미리미리 일들을 처리하려고 했다. 하지만 새해가 되니 이것저것 다르게 흘러가는 일들로 즐겁게 보내지는 못했다. 하지만 생각하는 대로 되지 않는 것이 우리의 삶이 아닌가! 불안하고 힘든 일들도 가족이기에 함께하면서 그 또한 다행이고 감사했다. 이런 시간이 있기에 우리는 또 힘을 얻고 따로 또 같은 일상을 보내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