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무비 패스] ‘논-픽션’ 관람 후기 #논픽션
논-픽션인 세상 변화와 픽션인 인간관계,
어떻게 살펴볼까
영화 관람 후 '지적인 당신의 취향을 위한 토크버스터'라는 <논-픽션>의 홍보 문구가 꽤 자연스럽게 느껴졌어요. 그리고 메인 포스터 속 내용이 특히 잘 뽑혔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영화를 보고 포스터 속 순서를 따라간다면 MBA 수업이나 독서 모임 등에서 만날 수 있는 진행과도 비슷할 겁니다. 다음처럼 적용할만하죠.
학습 1) 종이책 vs e-북 → 학습 2) 픽션 vs 논픽션 → 발제) '모든 픽션은 자전적인가' → 토론) 각자 얘기를 시작해볼까요?
영화와 맞물려 괜찮다는 생각을 해보며 가끔 진행하는 서비스 디자인 과정의 현실적 제약이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이번 글은 '만약에(What if) 영화 논-픽션으로 토론을 한다면?'이라는 접근으로 앞에서 본 화두를 다룹니다.
그리고 프랑스 영화는 교육적 관점을 자주 반영한다고 이야기되기도 하죠. 이번 관람 후기는 그런 관점을 좀 더 반영해 적은 부분도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부분들 모두 영화의 관람과 이해를 돕는 내용이라는 건 역시 당연하겠죠 ^^
당신의 지적인 취향을 위한 유쾌한 토크
1. '종이책 vs. e-북'을 위한 정보
<논-픽션>을 보는 시선은 크게 두 가지 정도로 나뉠 것 같습니다. 우선 종이책과 e-북의 충돌로 상징되는 IT 기술의 발전과 그에 따른 세상의 변화입니다. 그리고 드라마를 형성하는 복잡하게 얽힌 사람 사이의 관계와 다소 과장된 갈등이 있죠. 서로 계속 영향을 주고 맞물리며 이야기가 전개되는 만큼, 디지털화에 의한 충돌이라는 배경을 한 번쯤 짚어보는 것은 영화 이해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디지털화에 의한 출판 산업의 변화를 상징하는 킨들, 블로그, 이북은 물론, 일상이 된 트위터, 우버 등 여러 서비스가 영화 내내 꾸준히 등장합니다. 이름만 들어도 이제 익숙하게 느껴질 부분이죠.
그렇지만 익숙한 것에는 늘 반전이 있죠. 디지털에 의한 변화는 의외로 복잡한 모습일 때가 많고, 이 영화 역시 그러한 부분을 중요한 배경으로 다룹니다.
『 종이책은 사라지고 아마존의 킨들로 대표되는 e-북 시장이 성장세라고 쉽게 말하곤 합니다. 그렇다면 변화는 예상처럼 단조롭게 흘러갈까요? 』
아마존에서 2007년 킨들이 나온 후 종이 책 시장이 금방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의 기사를 자주 접할 수 있었습니다. 영화에서도 다루어지는 부분이죠.
그럼 킨들 등장 후 10년이 지나 미국 출판 시장은 어떤 흐름을 보였는지 확인해 보죠. 그래프는 '17년 확인한 미국 내 종이책과 e-북 판매 추이에 대한 부분입니다. 언뜻 생각과 다를 수도 있을 겁니다. 연간 수익 변화 기준에서 종이책의 추이는 상승하고 e-북은 하락세의 모습을 보인다는 의미니까요.
하지만 '17년의 또 다른 자료에서도 '16년 3분기까지 전자책 판매가 18.7% 하락하는 동안 종이책은 7.5% 증가한 것으로 설명합니다.(출처: 사이언스타임즈)
과거 예상과 다르게 종이책의 상승세가 나타난 이유는 여러 가지라고 합니다. 빠른 디지털화 속에서 디지털 중독을 기피하고 싶은 마음과 실제로 e-북을 보며 느끼는 스크린 피로감은 주요 이유 중 하나로 언급됩니다. 그리고 구매를 이끌 만큼 소장 가치를 높인 종이책의 변화와 독립 출판 같은 제작 관점의 생태계 변화 등도 있죠.
"인쇄 형식의 책은 많은 사람에게 호소력이 있다. 특히 색칠하기와 같은 어린이 책은 항상 인쇄본이 인기가 있었고, 요리책의 경우도 하드 커버를 선호하는 경향이 많다."_필 스톡스, PwC 컨설팅 미디어 책임자
그렇다고 시장에 변화가 오지 않았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다른 판매 채널과 유사하게 종이책 역시 홍보하고 판매하는 장소는 오프라인보다는 주로 온라인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킨들 외 여러 가지로 지원 포맷이 다양해졌고, 디지털에 좀 더 어울리는 카테고리를 찾아가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판타지, SF, 로맨스 등 흥미 위주의 단행본은 전자책의 판매 비중이 높아지는 경향도 보인다고 하죠.
영화는 이러한 현실을 예리하게 인식하고 반영하고 있습니다. 즉, 단순히 디지털화로 변화가 계속 이루어지고 있어 같은 접근이 아니라 충돌과 공존의 경계를 찾아가는 과정을 묘사하고 있어요.
한 가지 더, 극 중 유머 요소로도 이용되는 오디오북에 대한 내용이에요. 인공 지능 스피커의 보급과 함께 2018년 미국 내 전자책 매출이 3.6% 감소하는 동안 오디오북의 매출은 37.1% 늘어나며 성장세를 뚜렷이 하고 있다고 합니다. 알렉사나 구글홈에 의한 이러한 변화를 킨들 등장 시점에는 예측할 수 없었겠죠. 이러한 부분도 영화는 놓치지 않고 반영하고 있죠.
여전히 변화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게 좋을 현실을 <논-픽션>은 꽤 디테일하게 묘사해 몰입감을 높입니다. 이 분야에 대한 학습이 있었다면 어떻게 다룰지에 대한 궁금증을,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새로운 정보처럼 느껴지는 흥미로움을 줄 수 있는 것 같아요. 트렌드가 만든 사람 간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논-픽션>이라는 영화가 어떻게 표현하는지는 한 번쯤 극장에서 직접 확인해 보기를 추천합니다 ^^
2. '픽션 vs. 논픽션'에 대한 설명
논-픽션이라는 제목만큼 영화에선 픽션과 논픽션에 대한 의견차도 단어도 자주 등장합니다. 물론 이 용어는 대부분 익숙할 겁니다. 그렇지만 또 막상 어떤 의미였나 찾아본 적은 드물 것 같아요. 그러니 영화를 보기 위해 한 번쯤은 관련 용어를 살펴보는 것도 좋겠네요.
우선 '픽션(fiction)'은 상상에 의해 창작해낸 허구의 이야기를 가리킵니다. 그리고 '논픽션(nonfiction)'은 픽션이 아닌 것이죠. 허구가 아닌 사실을 바탕으로 하는 이야기를 의미하며 기록적 성격을 지니기도 합니다.
픽션과 논픽션으로 나누는 것은 미국의 출판잡지 '퍼블리셔즈 위클리'가 베스트셀러를 발표한 것에서 유래되었다고 하죠.
그리고 영화를 보면 '팩션(faction)'이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될 겁니다. 팩션은 사실(fact)과 픽션이 합해진 용어죠. 팩션은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여 상상력을 더해 새로운 이야기를 꾸며낸 것이라고 합니다.
(참조-위키백과, 다음 한국어 사전, 네이버 백과사전)
3. 대립으로 보여도 공존하는 현실 다루기
영화 속 주요 이야기의 하나로 책 속 인물과 내용이 어느 정도까지 사실에 가까울 수 있을지 다뤄지죠. 영화라는 걸 알면서도 사람 간의 관계는 또 알 수 없다고 생각해서인지 영화 후반 정도에는 영화 속 대부분의 내용이 진짜인가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논-픽션이라는 제목이 너무 적절하다 싶었어요.
극장으로 가며 가볍게 소개를 살펴볼 때도 이 영화는 대립을 다루는 것처럼 보이긴 했어요. 이 글의 첫 번째 '종이책 vs e-북에 대한 부분'과 두 번째 '픽션 vs 논픽션에 대한 설명'도 언뜻 그렇게 느껴질 겁니다. 특히 'vs'라는 용어가 그렇죠.
그렇지만 이 영화를 관람하고 찬찬히 뜯어 생각해 보면서 단지 대립을 다루기보다는 공존으로 넘어가고 다시 최종 대안을 찾는 과정 속 이야기를 깊고 섬세하게 다루고 있다고 느껴졌습니다. 우리는 자주 Yes와 No로 나누어 생각하고 이것 아니면 이것 외라고 간주하기 쉽죠. 하지만 늘 현실은 그 사이 합의점이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마치 트위터와 블로그 등의 웹서비스를 통해 종이책은 금방 사라질 것처럼 느껴졌지만, 종이책 vs e-북의 내용처럼 현재 상황은 다소 차이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듯이요. 굳이 e-북뿐만 아니라 음악 시장 역시 mp3에서 스트리밍으로 넘어갔지만 LP(Vinyl) 코너의 인기가 다시 높아진다거나, 문화 전반에 뉴트로 또는 레트로라고 불리는 유행이 등장하는 것도 비슷한 관점에서 한 번 생각해 보면 재미있겠죠.
어쩌면 이 영화는 대립보다는 공존 또는 대안을 찾아 여전히 흐르고 있는 현실을 다루는 것 같습니다. 과장되어 보이는 사람들의 관계에서는 이 부분들이 어떻게 반영되는지 살펴보는 것도 논-픽션이라는 영화를 관람하는 또 다른 재미가 될 거라 생각합니다. 더 이야기하면 스포가 될 수 있으니 여기까지만요 :)
영화 관람의 재미와 지적인 호기심을 함께 채워 준
영화 <논-픽션> 추천합니다
출판업계의 변화와 그 주변 사람들을 다룬 영화 <논-픽션>은 그 배경에 대한 디테일은 물론 대사나 관련 상황이 현실에 닿아 있어 마치 실제인 것처럼 자주 느껴졌습니다. 그 현실감과 함께 주요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 간의 관계는 복잡하고 허구의 느낌이 강하죠. 다른 속성의 둘이 잘 맞물려 전개되는 만큼 너무 재미있게 느껴졌습니다.
<논-픽션>은 지적인 호기심을 채울 수 있으면서 관람의 재미도 분명한 정말 매력적인 영화였습니다. 당연히 관람을 추천합니다 ^^
브런치 무비 패스를 통해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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