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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uman Centered Innovator Aug 10. 2015

음악인이 좋아하는 음악인, 윤상(1)

첫 번째, 실험의 시작 '새벽'

기본적으로 음악은 함께 만들어 간다고 생각합니다. 작사 작곡 편곡 연주 믹싱까지 모든 걸 혼자 해내는 능력자들은 다르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결국 그 도 들어주고 아껴주고 조언해주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니까요.


그렇다보니 음악 관련글은 연재의 형태로 글을 쓰겠다라고 굳이 생각하지 않도 늘 꼬리에 꼬리를 무는 모양새가 될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 함께 나눌 음악인에 대한 이야기 여기 마찬가지입니다. 앞서 브런치를 통해 두 번의 글로 나누어 소개한 '윤종신'의 이야기에서 출발합니다.

"1990년 내가 데뷔 했을 때 윤상은 이미 22살의 나이로 이미 우리 가요계를 한번 뒤집고 업그레이드 시켰다. 난 동료이기 전에 그의 팬이었고 그는 김현철, 정석원 등과 함께 나의 노래를 초라하게 느낄 정도로 세련되고 앞서나가는 음악을 했다." (2012 월간 윤종신 10월호 앨범 소개글 중에서)

'윤종신''윤상'의 공동 작업물인 '2012년 월간 윤종신 10월호'. 인용한 내용에서도 알 수 있 듯이'윤상'이라는 존재감은 팬은 물론 음악인들에게도 특별합니다. https://youtu.be/391SGuAZPpE

2012년 월간 윤종신 10월호 - 나쁜 with 윤상, 월간 윤종신 MV


윤종신이 회상한 내용처럼 변진섭의 '로라', 강수지의 '보라빛 향기'를 비롯해 90년대 인기곡 중 그만이 가진 감수성의 흔적을 찾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굳이 예전 가수들을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2014년 11 뷔한 '러블리즈'의 프로듀서가 윤상이라는 것만으로도 20년이 넘게 트렌드에 어울리는 노래를 변함없이 소개할 수  걸 증명할 수 있.


뿐만 아니라 2014년 이적, 유희열과 함께 출연해 많은 인기를 얻은 '꽃보다 청춘'은 물론 2015년 여름 가장 뜨거운  아이템인 '무한도전 요제 2015'의 뮤지션 라인업으로 출연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그를 확인할 수 .


존재 자체만으로도 레전드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번 글의 주인공은 바로, '윤상'. 수많은 그의 작업 중에 특히 꼭 한 번쯤 들어 추천하고 싶은 음반과 노래들을 소개하려 합니다.



첫 번째 앨범을 통해 윤상은 '이별의 그늘'과 '한걸음 더'로 큰 인기를 얻으며 성공합니다. 김현식의 '여름밤의 꿈' 등을 만든 작곡가이면서 김완선의 백밴드에서 기타리스트 손무현과 함께 하는 베이시스트로 당시 음악 좀 좋아한다는 팬들에겐 익숙했던 그였지만 대중에게 본인의 이름을 알린 건 솔로 앨범부터였습니다. 당시 '입영열차 안에서'를 부른 김민우씨의 앨범 작업 때 윤상의 가이드 보컬을 듣고 솔로 데뷔를 진행한 사람이 코어콘텐츠미디어 김광수 대표였다는 건 잘 알려져 있는 얘기죠.


첫 앨범의 성공 이 후 이어진 '윤상 2집 Part I'에서 '가려진 시간 사이로'와 '너에게' 등을 다시 히트시키며 대중가수로 분명히 자리매김하게 됩니다. 윤상의 솔로 앨범 표지가 정말 멋졌고 특유의 분위기 있는 모습으로 꽤 인기가 있었습니다. 이 후 '2집 Part I'이 나왔을 때 모 방송에서 1집은 사실 본인이 봐도 너무 잘 나와서 좀 그렇지만 '2집 Part I'은 실제 자기와 큰 차이가 없다고 말하였는데, 직접 판단해보시기 바랍니다 :)


하지만, 개인적으로 보다 주목했던 음반은 바로 '윤상 2집 Part II'였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과 함께 했던 '페이퍼 모드'의 데모 앨범이 그가 프로 음악인이 된 계기의 하나였다고 알려져 있는데, '2집 Part II'는 재결성된 '페이퍼 모드'의 실험이 담긴 앨범이었습니다. 당시 베이시스트였던 김범수씨가 사카모토 류이치와 김동률 등과 함께 작업해온 '아스트로 비츠'이기도 합니다.


그 이전의 음반 역시 여러 실험적인 노력이 있었다는 걸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2집 파트 II'를 만나기 전까진 깔끔하고 음악을 잘만드는 베이시스트이자 여자팬들이 많은 분위기 있는 외모를 가진 보컬의 이미지가 강했습니다. 하지만 이 앨범에서 보여준 그의 음악 세계는 보다 대중적인 작업 방식을 넘어서 본격적인 아티스트로 접어들고 있음을 보여주었고 많은 사람들로부터 그 실험적 시도를 인정받게 됩니다.

 

이런 '2집 파트 II'의 실험의 신호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곡이 바로 앨범을 여는 곡인 '새벽'. 이 곡은 4분이 넘는 음악 중 보컬이 포함된 부분은 얼마되지 않아 실제로는 연주곡에 가까운 형태였는데도 당시로는 드물게 첫 번째 트랙이었고 의외로 팬들 사이엔 인기가 많았습니다.

https://youtu.be/UeWas7bCdew

윤상_새벽_GMF 2012 (eternalsksy님 Youtube 업로드 영상)

그 뿐 아니라 Alone, Amen, Communication 등의 연주곡들을 앨범 적소에 배치해두었는데 그의 이러한 음악적 실험과 도전  이 전 두 장의 솔로 음반의 성공을 바탕으로 가능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리고 당시 비슷한 느낌으로 드라마 '파일럿'의 OST를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파일럿의 주제곡을 부른 '정연준'씨가 한 공개 방송에 나왔을 때 진행자가 최근 OST 노래를 통해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는 얘기를 했을 때 그에 대한 답이 당시론 흔하지 않았습니다. 보통은 요즘도 그런 질문에 대해본인 의사와 관계 없이 좋게 좋게 대답하기 마련인데 정연준씨는 자신의 음악적 색깔과 타이틀곡이 사실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며 본인이 원하는 음악은 솔로 앨범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을거란 얘기를 자신있게 했던 기억이 납니다. 지나고 보니 결국 그렇게 되었던 것 같긴하네요.


결과적으론,  '2집 파트 II'의 판매량은 기존 음반들의 절반도 못 미쳤고 이 후 자의든 타의든 확실히 대중가수로서는 거리를 두게 된 것 같습니다.



국내에서 초기 컴퓨터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빼 놓을 수 없는 사람이 바로 윤상입니다. MIDI로 자주 불리는 컴퓨터 음악 작업을 위해선 보통 고가의 신디사이저가 필요한데 그 돈을 마련하기 위해 솔로 가수로 데뷔했다고 알려져 있을 정도니까요. 그런 에피소드가 보여주는 음악적 열정과 함께 '페이퍼 모드'와 같은 실험적 팀 기반의 앨범 등을 소개했던 그이기에 늘 다양한 면에서 한 걸음 앞서나가고 있다고 느껴 그래서인지 그 때도 지금도 많은 이들에겐 동경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그의 사운드 에디팅은 신디사이저 기반의 음악을 연구하는 후배들에게 늘 도전의 대상입니다.


윤상식 작업 방법은 연구 대상으로만 설명 가능한 완벽한 사운드를 먼저 구축한 뒤 어울리는 멜로디를 붙여 곡을 완성하는 형태로 알려져 있습니다.(최근 무한도전 가요제 에피소드를 보신 분들이라면 대략적으론 그려지실 ) 하지만 보통 음악 선생님에게 흔히 배우는 방법은 멜로디를 떠올리고 작곡한 뒤 편곡을 완성하는 편이죠. 그래서 많은 음악 후배들에겐 더욱 연구의 대상이긴 했습니다.


이런 모습을 함축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또 다른 시도가 바로 신해철과 윤상이 함께 작업한 '노댄스'라는 앨범입니다. 일단 국내 대중 음악계 전반에선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컴퓨터음악을 기반으로 하는 많은 음악 작업자들에겐 그들이 어떤 실험을 했는지가 당시 또 다른 이슈 중 하나였습니다.


훗날 S.E.S가 리메이크해 지금도 노래방에서 심심치않게 들을 수 있는 '달리기'란 곡이 수록되어 있기도 하고 '질주'와 '기도' 같은 곡들도 꽤나 인기를 얻었죠.

http://youtu.be/pf_fj45Ftds

Nodance_질주_1996 TV방영분 (latezyul님 Youtube 업로드 영상)


그들이 내세운 테크노 음악 모두 받아들이기엔 애매할 수 있지만 이 음반이 당시까지 국내에 나왔던 컴퓨터 음기반의 끝판왕인 건 분명합니다. 음악 뿐 아니라 전상일 시각공작단이 만든 앨범 디자인과 속지 또한 예사롭지 않은 음반. 앨범 속지를 통해 그들이 어떤 악기를 썼고 또 어떤 음악 프로그램을 사용했는지 친절 밝혀 또 다른 실험을 꿈꾸는 이들을 응원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방송을 통해서 신해철은 자신의 파격적인 스타일을 따라 잡기 위해 회색빛 머리를 했던 윤상에게 '이건 뭐지'라는 반응을 보였던 에피소드라던지, 두 사람이 함께 차를 타고가다 '저기 지나가는 여자 봤냐'며 윤상이 업되어 이야기하면 전혀 안보는 것 같던 신해철이 무심하게 '별로야'라고 대답했다는 그런 에피소드들을 얘기하곤 했습니다. 이제는 없는 그의 목소리와 표정이 문득 떠올라서 적었습니다.



그의 앨범 'Cliche'는 'Back to the real life'와 '결국...흔해 빠진 사랑 이야기' 등이 수록되어 있는 2CD로 구성된 음반입니다. 정규 음반에 해당하는 CD1에 수록되어 있던 위 곡들 외에 더 흥미로운 노래들은 사실 CD2에 있습니다. CD2에는 바로 앞에서 언급한 노댄스에 수록된 곡은 물론 'Renacimiento'와 같이 윤상의 정규 외 음반으로 분류되는 곡들 중 보석 같은 음악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특히 '이승환'의 드림팩토리를 통해 소개되었 실험적 사운드로 많은 사람들이 좋아했지만 당시 한동안 구하기 어려웠던 미니앨범 'Insensible'의 수록곡들 역시 CD2에 포함되어 있어 한껏 귀를 호강하게 합니다. 이 앨범을 말하며 유희열은 '이미 드럼 소리에서 끝났다'라고 언급했을 정도. 그만이 가진 독특한 음악적 문법은 물론 윤상이기에 가능한 사운드 만들기가 무엇인지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앨범에 수록된 '언제나 그랬듯이'의 뮤비에 등장하는 배우가 윤상의 부인 '심혜진'씨입니다.

https://youtu.be/xCdHs3QvJjE

[윤상 - 언제나 그랬듯이, rhymlife님 YouTube 업로드 영상]


길었던 음악 생활만큼 팬으로 간략히 소개하려 적었던 글이 정말 점점 꼬리를 물어 길어지고 있네요. 윤상, 그에 대한 또 다른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이어가보려 합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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