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융이라고 불립니다 Nov 21. 2021

한국 음식을, 한국 아이들보다  많이 먹는 외국 아이들

힘들지만,  한국 음식을 메뉴로 넣는 이유

엘리가 방학 동안 다른 직장을 찾았다.

엘리는 하루 6,7시간 일을 했지만, '학교'라는 특성상 방학 동안은 일을 쉬거나, 유치원만 급식을 하면 하루 2시간 정도만 일을 하게 되는데, 우리는 시급으로 계산되는 월급제이기에 엘리는 그게 마음에 안 들어했다. 그래서 그런 날도 주방 청소를 하거나 해서 일하는 시간을 채우려고 한 것 같은데 회사에서는 그걸 그렇게 원하지 않았던 듯하다. 엘리 덕분에 나는 오버타임을 하지 않고, 내 시간만 채우면 딱딱 퇴근을 했었다. 나머지 잔일은 다 엘리가 했기에 냉장고 청소, 유통기한 확인 등등 자잘한 일들을 전혀 신경을 안 썼더랬다. 그게 그렇게 편했던 거였다니...

그녀는 독일인이고, 세금이나 연금에 적응이 되어서(나는 아직도 월급의 반을 떼 가는 세금과 연금이 영 적응이 안 되지만) 전일제 일자리를 마다하지 않았지만, 우리 학교는 선생님도 학교 식당도 하루 최대 6시간 정도만 일하는 반일 제라 그녀는 사이드잡으로, 따로 코로나 검사하는 교육을 받고 일주일에 두어 번 선별 진료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러다, 예전에 엘리가 일했던  초등학교의 급식담당 자리가 났고 급식담당 외주업체인 요니터에서 학교 방학 중엔 같은 계열사의 호텔이나 레스토랑에서 일을 하도록 해주어서 방학이라고 일을 쉬는 일이 없게 해주는 것이 엘리의 마음을 끌었던 모양이었다.

엘리가 없는 학교라니... 의욕이 뚝 떨어졌다.

나는 모든 것의 우선이 '일'보다는 '관계'이기에 처음에는 '나도 그만둬?' 하는 생각까지 할 정도였다.

엘리의 자리가 공석인 한 달 정도, 본사에서 로테이션으로 지원을 왔다.

본사 직원들은, 간부직인 사람은 쓸데없이 너무 깐깐하고 직원인 사람들은 너무 헐렁하게 일을 해서 마음이 잘 안 맞아서 힘들었다.

새 동료가 채용이 되고, 이제 둘이서 일을 해서 좀 낫지만

초보인 동료가 일에 적응하는 동안 많은 부분들을 신경을 써야 하는 입장이 되었다.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며 오랜 시간 주방에 있다 보니 눈에 들어오는 식자재들이 있었다.

그래, 요리하자! 요리~

매일매일 새로운 메뉴를 생각해내는 일은, 아주 신경이 쓰이는 일이지만 설레는 일이기도 하다.

일단 밥을 지었다. 이번엔 냄비밥이다.

물 양을 맞추다 보니, 한식조리사 공부를 한 보람이 있네 싶어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밥이 맛있게 되었다.

냄비 바닥에 누룽지도 나왔다. 다음엔 바삭한 누룽지도 애들을 먹여봐야겠다, 고 생각해본다.


그리고, 계란초밥...

정확하게 말하자면 일식이겠지만. 아무튼...

처음에 짠! 예쁘게 진열했을 때 찍어야 했는데...

너무 정신없이 나가서  못 찍고,

끝에는 모자라서 후다닥 박박 긁어하느라 모양이 엉망이 된... 계란은 모자라서  맨 나중에는 김만 둘렀다.

그래도 오늘도 솔드아웃!

그다음 날호박전과 생선전.

처음에 한 호박전은 참 예뻤는데...

줄 서서 기다리는 아이들에게 하자마자 내가느라,

늘 끝은 이 모양...

오늘도 정신이 쏙 빠졌다.

어떤 아이는 호박전만 20개를 가져갔다.

평소에 많이 먹지 않는 아이였는데, 작년에 한 치즈밥 강정도 그렇게 많이 먹으면서 제일 맛있는 음식이었다고 극찬을 해주었던 아이였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고, 나도 요리를 하게 하고...

사실, 한국음식을 메뉴로 넣으면 평소보다 한두 시간은 더 일해야 한다.

그래도 이렇게 잘 먹는 아이들을 보면, 그런 건 생각할 새도 없다. 역시, 나는 요리에 진심인 편.

그날 있는 재료로 하는 볶음밥도, 참 잘 먹는 아이들...

물론 구할 수 있는 식자재가 한국 꺼는 아니라서, 간장도 신기하게 심심한 맛이 나고 참기름도 깨도 전혀 고소한 맛이라고는 나지 않지만 그래도 있는 재료로 어떻게든 해보는 한식...

김밥이 있는 날이나, 볶음밥이 있는 날은 어떤 독일 형제 둘은 접시를 그것만으로 가득 채워서 먹는다. 5,6가지 메뉴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밥만 주세요!" 하고  그것만 담아간다. 심지어 형제가 같은 시간에 같이 먹는 것도 아닌데도 불구하고 약속이나 한 듯 둘이 똑같다. 신기하다.


본사에서 일주일간 지원을 나왔던 Sw에게, 한국음식을 먹어본 적이 있느냐고 물었는데,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또또 오지랖이 발동해 맛을 보게 해주고 싶단 생각을 했는데, 마침 Sw의 생일이 있었다. 그래서, 간단하게 비빔밥... 비교적 호응이 좋고, 불고기나 잡채보다 비용이 덜 들어서(?) 선택했다. 그리고 시어머니가 농사지으셔서 주신 고추장으로 양념고추장을 만들고 들기름과 깨소금으로 맛을 냈다.

처음 맛을 본 Sw는 일단 참깨의 고소함에 놀랐다.

Sw는 전직이 호텔에서 16년을 일했던 쉐프였었기에,

아무래도 음식의 향에 먼저 반응을 했는 듯하다.

진심으로 놀라며 깨에서 향이 나다니... 하며 신기해했다.

독일에도 참깨와 참기름이 있지만 정말이지, 향이 1도 없다.

참깨는 그냥 견과류의  일종이고 참기름은 식용유와 다름없는, 그저 기름일 뿐.

Sw는 먹는 내내 맛있다고 감탄을 하며, 한 그릇을 싹 비웠다.

요리하는 법을 물어보고, 고추장 사는 곳을 물어보고, 집에서 해 먹을 거라며 고마워했다.

오늘도 한식 전염(?) 성공!

뿌듯한 하루였다.





작가의 이전글 독일의 가을, 호박 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