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융이라고 불립니다 Jan 25. 2022

독일에서 한국 빵 만들기

외국에서도 먹히는 한국 빵

개학을 하고 월, 화, 수...

3일 동안 회사의 메인 키친에서 만들어 배달 온 밀키트로 메뉴를 채웠다.

원래 그렇게 하면 되는 거다. 편했고, 시간도 별로 안 걸렸다.

그래, 일 좀 편하게 하자! 이렇게 편할 수 있는데... 생각하기로 했다.

그리고 목요일, 4일째가 되었고...

'작심삼일'이라는 말이 왜 생겼는지, 온몸으로 알게  날...

온몸으로 깨닫는 거, 오랜만이다.

25년 전 즈음이던가, 아무튼 내비게이션이 없던 시절... 삼천포 근처에 운전하며 가다가 3번씩이나 삼천포로 빠져나갔을 때 '잘 나가다가 삼천포로 빠진다'는 말이 왜 나왔는지 정말 직접 온몸으로 깨달은 적이 있었다. 분명히 다시 잘 간다고 갔는데, 왜 자꾸 3번이나 같은 길로 빠져서 삼천포로 들어가는지... 본래 그 말이 왜 나왔는지 실제의 근거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날의 경험으로 그 말은 정말 맞는 말이구나! 생각을 했더랬다.

어쨌든, 그렇게 작심삼일이 지나고...

그래서 4일째인 오늘 나는 결국 참지 못했나 보다.


우리 학교 주방은, 정말 요리하기가 너무 좋다.

이런 환경에서 밀키트로만 메뉴를 채운다면, 나는 요리사가 아닌 거다.

항균 스프레이,

주방답게 음식물 접촉 가능한 항균제다.

팍팍 뿌려서 살균한다.

모든 식재료가 유기농...

식재료 보관실에는 재료가 넘쳐난다.

작업대가 메탈이면 너무 편하다.

뭐를 쏟아놓아도 칼로 그어도... 아무렇지가 않다.

몸값 높은 똑똑한, 대견한 멀티오븐에서 발효...

넉넉한 공간이 너무 좋다.

칸칸이 많아서, 빵 100개 정도는 15분 만에 거뜬히 구워낸다. 

아무리 펼쳐놓아도 남는 작업대 공간.

아무리 꺼내 써도 모자라지 않는 행주와 수건들...

다른 쪽에도 이만큼의 작업대 공간이 또 있다.

원래는 슈크림빵을 하려고 했는데,

슈크림을 따로 만들 시간이 모자라서, 만들어져 있는 초코 푸딩으로 속을 채웠다. 푸딩이 좀 묽어서 밖으로 새어 나왔다. 아쉽지만, 그래도 일단 반죽이 한국 빵 반죽~

(온갖 다양한 빵들이 많은 독일에, 신기하게도 이런 식감의 빵이 없다. 왤까...)

오늘은 집에서 만든 것 같은 부드러움이 안 나오긴 했다. 밀가루가 집에서 쓰던 것과 달라서 그런 건가? 좀 더 연구해보기로~

130개 정도를 만들었고, 오늘 점심 먹는 아이들이 좀 적어서 100명 정도였는데 또또 모자랐다. 반죽은 조금 더 있었는데, 시간이 없어서 맨 끝 그룹은 더 먹으려는 아이들에게 맘껏 주지 못 했다.

다른 반죽에는 초코칩도 박아 넣었다. 초코칩 초코 푸딩 빵이었다.

초코칩 초코 푸딩 빵을 먹는 학교 아이들.

(본인과 엄마에게 허락받고 올리는 사진이다.

한국도 그렇겠지만, 독일은 초상권이 엄청 중요해서...ㅎ

학교에서 찍은 사진 중, 처음으로 올려보는 인물사진이 되겠다.)

한국식 핫도그, Jung이 만든 핫도그(한국 핫도그)를 좋아한다는, 이전 브런치에서 언급되었던 아이다.

사진 찍는다고 표정 지어주는 이쁜 아이들.


3킬로의 밀가루로 손반죽을 하고, 벌인 일들 치우느라 분주했어도...

발을 동동 구르며 맛있다고 좋아하는 아이들의 표정들이,

두 손 불끈 쥐고! 다음엔 또 뭘 하지? 생각하게 한다.

내일 아침이면 손목이 잠깐 아프겠지만,

아이들이 잘 먹는 거 보면, 그저 좋다...

(참고로, 달아서 아이들에게 좋겠나.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한국식 후식은,  독일식 후식으로 나가는 요구르트나 푸딩이나 젤리 푸딩보다 설탕이 덜 들어간다.)

다음은 소보로빵을 해볼까? 고로케를 해볼까?

(곰보빵과 크로켓이 맞춤법 상으로는 맞는 단어인가 보다. 그래도 어감이 소보로랑 고로케인지라...ㅎ)

오늘의 호응을 보니, 뭐든 다 좋아할 거 같긴 하다.

작가의 이전글 방학 휴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