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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도 Jul 07. 2021

#031 달콤했던 나의 토요일 아침

눈을딱떴다.

토요일아침의꼬랑지하고도끄트머리쯤되는시간. 

여름치고,유독청량한느낌이들어기분이좋았다.

순간적인feel에오랜만에아주큰기지개를아주느리게켠후,베개밑을더듬더듬...

습관적으로확인하게되는휴대폰대신오디오리모컨을찾아내, cd on, play.

이불을목아래께까지살그머니끌어올리며

10cm의멜랑꼴리한노래들을듣자니

머리맡에서꼬물꼬물올라오는피치향이오늘따라더욱싱그럽다 

아침의꼬랑지하고도끄트머리를미끄덩빠져나가

길게내민오후의오른손을이제막붙잡는데성공한나의토요일

배가부르지도고프지도않고목이마르지도않고

머리가아프지도않고화장실마저가고싶지않고

그냥이대로시간을즐길수있는조건을갖춘완벽한상태가얼마만인지.


나중에알았다. 

눈을딱떴을때,여름치고유독청량한느낌이들었던이유.

시간이얼마나흘렀을까..커피한잔이너무너무간절해져

목까지올렸던이불을젖혔을때난,경악했다.그리고좌절했다.  

온몸을휘감는서늘한느낌.그래.밤새에어컨을켜놓고잔거다.

어젯밤잠들기전살짜쿵켰었던에어컨.분명끄는행위를했음에도

이렇게멀쩡히돌아가고있었다니.에어컨리모콘이미친게분명해.

물론,에어컨과리모콘은기계긴하지만그래도

이건뭐,퇴근하라분명일렀는데날밤새며계속일해놓고

초과근무수당달라하는커뮤니케이션안되는직원이나다름없잖아. 

고유가시대에밤새에어컨을키고잤다는데대해밀려드는죄책감이란. 


토요일아침의꼬랑지와오후의오른손을멋지게통과하던,

달콤했던나의시간은그렇게에어컨off 를하며서둘러종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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