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라고 다 좋은 것일까?
무료의 한계와 유료로 얻는 가치
시에서 운영하는 도서관에서 무료 클래식 공연이 있어 가족과 함께 보러 갔었다. 무료라서 크게 기대하지 않았지만 내용이 매우 충실해 집중해서 볼 수 있었다. 그런데 딸 옆자리에 초등학교 1학년 정도로 보이는 아이가 엄마와 함께 입장했는데 공연 내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었다. 휴대폰 불빛 때문에 공연에 집중할 수 없었고, 엄마가 제재하지 않아 더 화가 났다. 결국 아이 엄마에게 얘기해서 스마트폰 사용을 멈추게 했다. 휴대폰만 볼 거였으면 왜 공연장에 왔을까? 무료 공연이니까 그냥 데리고 왔나 싶었다. 유료 공연이었다면 그 아이가 입장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집 주변에 터널이 하나 있는데 몇 년간 유료로 운영되다가 정치권의 노력으로 통행료가 무료화되었다. 내가 자주 이용하는 터널이라 무료화되었을 때는 좋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생각은 얼마 지나지 않아 짜증으로 변했다. 무료화되자 유료일 때보다 2배나 되는 차량이 몰렸고, 만성 교통 체증을 유발했다. 교통사고도 3.5배나 증가했다는 조사 보고도 기사화되었다. 어머니 병원 이송 때문에 앰뷸런스를 이용한 적이 있었는데, 앰뷸런스 기사 분도 터널을 이용하지 않고 우회로로 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터널이 왕복 2차로이기 때문이다.
유료 공연이었다면 더욱 집중하고 감동받았을 텐데, 유료 터널이었다면 교통 체증 없이 더 빠르게 도로를 벗어날 수 있었을 텐데. 무료라서 격이 떨어지고 그 값어치가 줄어드는 경우도 많다. 무료라고 해서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다. 유료가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하고 만족감을 높여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