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넵. 감사합니다...? [타먼더화-ADHD의 경우3]
몇 번을 들어도 도대체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겠는 말들이 있다.
"아이고 얘 마른 것 좀 봐. 밥은 먹고 다니니?"라든가,
"이제야 살이 좀 붙었네. 보기 좋다." 도 있고,
"애인은 언제쯤 데려올 거야?"라는 상투적인 질문 혹은,
"전혀 안 그래 보이는데?"같은 것들.
일상 대화 속 "전혀 안 그래 보이는데?"는 주로 상대방의 부정적인 말을 한번 더 부정함으로써 격려, 위로, 아자아자의 의미로 쓰인다. 예를 들어,
"이 색은 나한테 좀 안 받는다. 옷만 둥둥 떠보이네."
"전혀 안 그래 보이는데?"
이런 식으로. 하지만.
DIALOGUE 카페에서
A : 나 알고 보니 ADHD라더라? 전부터-
B : (A의 말에 끼어들며) 전혀 안 그래 보이는데? 너는 이때까지 너무 잘 해왔는걸. 아무도 너를 보고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거야.
성인이 될 때까지 무사히 ADHD를 숨기는 데 성공한 사람들은 조용한 망아지 라이프를 즐길 뿐인 '평범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이상하게 실수가 잦고, 일처리가 매끄럽지 못하거나 대화 중 종종 헛소리를 하는 등 사소하고 인간적인 실수를 저지른다. 약속을 기억하지 못해 당신을 화나게 할 때도 있고, 물건을 밥 먹듯이 잃어버리긴 하지만 (아마도) 용납 가능한 범위이지 않나. 또한 이 사람들은 착할 수도, 나쁠 수도, 성적이 좋거나 어떤 뛰어난 특기를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일 뿐이다. 그 사람의 성격처럼, ADHD 또한 덜어낼 수 없는 그의 일부인 것이다. 따라서 "아니야. 전혀 안 그래 보여. 괜찮아!"라는 말의 의도는 알겠으나, 썩 즐겁게 들리지는 않는다.
내 머릿속의 전쟁터를 티 내지 않기 위해 노력했지만 실은 ADHD 때문에 종종 힘들었고, 노오력의 문제로 자책하기보다 약물과 부수적인 노력으로 좀 더 나아지고자 할 뿐이다. 그러니까, 거북목을 교정하기 위해 발레를 시작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효과가 눈으로 보이느냐 보이지 않느냐의 차이는 있겠지만. 나의 어떤 특징을 부정함으로써 다른 특징을 올려쳐주지 않아도 된다는 소리다. 그냥 "ㅇㅇ. 그랬구나." 정도면 되지 않을까? 기본에 충실할 때가 의외로 제일 좋은 해답일 때가 많은 법이지. 암요 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