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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힘 himi May 05. 2021

교수님 수업 좀 끝내주세요...

인생수업 언제 끝나나요?

초등학교를 다니던 어린이 힘. 어렸던 나는 혼자 버스와 지하철을 타는 것에 막 익숙해지고 있었다. 길을 잃지 않을 거란 자신감이 조금씩 붙어가던 어느 날. 무슨 이유에서인지 나는 지하철을 반대방향으로 타버렸고 생전 처음 겪는 상황에 허둥지둥하다 몇 정거장 뒤에서 내렸다. 이젠 다시 시작점으로 돌아가야 했는데, 그러려면 맞은편 승강장으로 가야만 했다. 나는 도움을 요청하면 맞은편 개찰구를 무료로 통과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몰랐기에 큰 맘먹고 지하철 표를 다시 샀다. 그때 표 끊는 기계가 꿀꺽 먹어버린 몇백 원이 너무 아쉽고 서러워, 그날 집에 가 엄마 아빠께 그 사건을 말했다. 그러자 아빠는 너털웃음을 지으며 말씀하셨다.


그치만 아빠... 그건 진짜 귀한 돈이었단 말이예요...

"인생 수업료 냈다고 생각해~"


무슨 수업료가 그렇게 비싸담. 도대체가 제대로 알려주는 선생님도 없이 혼자 배워야 되는 수업인 주제에 피 같은 몇백 원을 꼴깍한 '인생'이라는 녀석이 정말로 얄미웠다.







오늘날 성인이 된 힘은 갑작스럽게 변경하게 된 부록 스티커의 단가 계산에 열을 올리고 있다. 5가 넘어가는 숫자는 계산이 잘 되지도(물론 정확하지도) 않아 입으로 중얼거리며 손으로 받아 적고, 다시 그걸 보고 계산기를 두드린다.


"하, 보자....... 이렇게 되면... 이게 4만 9천 원이니까... 여기다가 그게 저 옵션으로 들어가면 13만... 그러면 대략 13만 5천 원으로 잡고... 이걸 다 더하면 37만 원이라... 그러면 원래 했던 거랑 비교했을 때 5만 원 정도 차이가 나는구만."

끼적끼적 쓰면서 하면 수업 효율이 두 배~!

5만 원 정도를 제작비에서 아낄 방법(이라고 쓰고 노가다 한나절 추가라고 읽는다)을 찾고 0.1초간의 행복한 꿈을 꾸다가,


"아 맞다. 볼펜 제작비가... 5만 원 정도 오버될 것 같았으니까 이거 여기로 넣으면 되겠다."


급히 예산안 테트리스를 시작한다.


교통비 몇백 원이 아쉬워 nn년이 지나도록 기억하고 있던 힘은 이제 몇백 원으로는 한숨도 안 나온다. 대신 인생수업이라는 거 강의료가 해가 갈수록 뻥튀기되는 느낌이고 말이다. 그러나 강의료 인플레이션은 인플레이션이고, 아빠, 있잖아요...


이 수업 교수님은 나를 졸업시켜줄 생각이 없나 봐...


깔끔하게 중간/기말고사 치르고 학기 끝낼 생각은 꿈에도 없으신지 자꾸만 심화 문제집만 던져주시는 우리 교수님. 수업 언제 끝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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