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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카오메이커스 May 27. 2020

소주, 원래는 귀족의 술이었다

우리가 몰랐던 '소주'의 비밀


민가에서 소주를 음용하는 것은 사치스러운 일. 소주 제조 금지령을 내림이 마땅합니다.
-성종 21년 사간(司諫) 조효동의 기록.



서민의 애환을 달래는 소주. 녹색병만 봐도 많은 사람이 소주를 떠올릴 정도로 아이코닉한 한국인의 술입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세 이상 성인 1인당 연간 소주 소비량은 90병에 달할 정도죠. 그런데 소주는 원래 서민들이 마시기 힘든 귀족의 술이었다는 것, 알고 계신가요?



약으로도 쓰였던 옛 소주

우리 소주의 기원은 고려 충렬왕 시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몽골군의 주둔지가 된 안동에서 몽골 병사들이 마실 소주를 만든 것이 기원이죠. 당시는 쌀과 물, 누룩으로 빚은 발효주(막걸리)를 ‘소줏고리’라는 증류기에 넣고 끓여 한 방울 한 방울 받아내 만들었습니다. 순도 높은 에탄올에 물과 감미료를 탄 희석주인 현대의 소주와는 제조 방식부터 달랐죠.


‘소주’라는 이름에서도 이 같은 제조 방식의 특징을 엿볼 수 있습니다. 소주의 한자어는 ‘불사를 소(燒)’에 ‘술 주(酒)’입니다. 또 과거에는 생산할 때의 모습이 이슬 같다고 해 ‘로주(露酒)’, 독한 기운 때문에 ‘기주(氣酒)’, 불을 때서 만든다고 해 ‘화주(火酒)’, 땀이 나는 것 같다 해 ‘한주(汗酒)’ 등으로도 불렸습니다.


이 때문에 조선 초기 소주는 고급술로 여겨졌습니다. 오롯이 쌀과 물, 누룩만으로 술을 빚어도 큰 비용이 드는데 발효주 몇 잔을 증류해야 겨우 한 잔을 받아내는 증류주는 귀할 수밖에 없었죠. 고급 주류로 여겨지며 왕이나 사대부들이 주로 마시고, 민가에서는 귀한 손님이 왔을 때나 대접했다고 합니다. ‘약’으로 쓰였다는 이야기도 있죠. 《단종실록》에는 문종이 승하한 뒤 상주 역할을 하느라 몸이 허해진 단종이 소주를 마시고 기운을 차렸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부드러운 목 넘김과 은은한 향

맛도 지금의 소주와는 달랐습니다. 현대에 대중적으로 마시는 녹색병의 소주는 칼칼한 느낌과 감미료 특유의 단맛이 특징이죠. 그러나 전통 소주는 목 넘김이 부드럽고 쌀과 누룩의 향이 은은하게 퍼집니다.


전통 소주를 흔하게 접할 수 없는 건 한때 우리 땅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췄었기 때문입니다. 1909년 일본의 주세법으로 일본식 소주 공장이 늘었고, 1965년엔 정부가 양곡관리법을 시행하며 곡물로 소주 만들기가 어려워졌죠. 급기야 1976년에는 전통 소주 제조장이 모두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88올림픽을 기점으로 복원작업이 시작됐습니다. 특히 우리 전통의 가치를 지켜 내려는 장인들의 노력으로 최근에는 일반 소매점에서도 접할 수 있게 됐죠. 배상면주가도 이 같은 노력을 이어가고 있는 우리 주가(酒家) 중 한 곳입니다.



다시 만나는 전통 소주

우리 술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 고(故) 배상면 선생의 이름을 걸고 2대째 술을 빚어내는 배상면주가는 원료와 제작법에 대한 고집으로 우리 술의 가치를 지켜내고 있습니다. 인공감미료 없이 오직 전북 고창의 쌀과 자체 발효 누룩, 물로만 빚어낸 ‘느린마을 막걸리’가 대표 상품이죠. 단맛을 내기 위해, 원가를 절감하기 위해 인공 감미료를 쓰기보단 더 많은 쌀을 넣어 만들었습니다.


특히 전통 방식으로 제조한 '느린마을 소주'는 배상면주가의 고집으로 피어낸 꽃과 같은 제품입니다. 전통 막걸리에 기다림과 정성을 더해 한 방울씩 옛 방식대로 고집스럽게 담았습니다. 이런 고집은 실제 맛을 본 고객들의 후기에서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전통 소주의 특징인 부드러운 목 넘김과 향긋한 맛과 향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이유죠.


"기존 소주와는 다른 감각이 살아있는 맛."
"곡향이 좋고 목 넘김이 부드러워요."
"알코올 향을 싫어하는데, 향긋한 향이 코 끝을 스치네요."
"향수처럼 은은한 누룩향에 이끌려 한 모금 머금으면, 증류주만이 줄 수 있는 취기가 올라와요."
-메이커스 고객 후기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릴 뻔했던 우리 소주. 이번 주말에는 조선시대 귀족들이 아꼈던 향긋한 전통 소주 한 잔, 어떨까요? (단, 음주는 책임감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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