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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카오메이커스 Jun 05. 2020

몰라봐서 미안해, 도루코

65년 전통 헤리티지 브랜드 도루코의 이야기

총 3000시간, 날짜로 140일, 횟수로 2만 번.

남자들이 평생 면도에 들이는 시간입니다. 매일매일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일로 꼽히죠. 이 때문에 면도기는 삶의 질에 영향을 끼치는 생필품 중 하나로 꼽힙니다. 돈을 많이 주더라도 안전과 기술력이 담보되는 제품을 쓸 것인지, 매일 소비되는 만큼 기본만 갖춘 일회용을 선택할 것인지는 남자들만 갖는 고민 중 하나죠.


이러한 면도기 시장에 독보적인 기술력과 합리적인 가격으로 글로벌 거대 브랜드들을 긴장케 하는 토종 브랜드가 있다는 것, 알고 계신가요? 1955년 첫 사업을 시작해 60년 넘게 면도기를 만들고 있는 헤리티지 브랜드, 도루코의 이야기입니다.


불꽃 튀는 턱밑 전쟁


면도기의 핵심은 ‘날’입니다. 피부가 약한 목과 얼굴에 직접 대는 칼인 만큼 날카로우면서도 상처를 내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죠. 지금처럼 잘 베이지 않는 면도기가 나오기 전에는 면도가 계급과 자본의 상징이었습니다. 깨끗한 거울과 예리한 칼날 자체가 귀했고, 커터칼 같은 칼날만으로 면도를 해야 해 스스로 수염을 깎는 게 불가능에 가까웠기 때문입니다. 깔끔한 턱을 갖고 있다면 누군가가 면도를 해준 것이고 그만큼 자금력이 있다는 증거로 여겨진 것입니다.


그러나 칼날 주위에 나무와 플라스틱 지지대를 더해 혼자서도 면도가 가능한 지금과 같은 형태의 '안전한 면도기'가 개발됐고, 무뎌지는 면도날만 카트리지처럼 갈 수 있는 형태의 제품을 개발한 질레트는 큰돈을 벌어들였습니다. 아직도 쉬크와 함께 약 180억달러(약 22조원)에 달한다고 알려진 글로벌 면도기 시장을 지배하고 있죠.


그런데 최근 몇 년 새 이들의 안방인 미국 시장에서 지각 변동이 일고 있습니다. 바로 좋은 면도날을 값싼 가격에 공급한다는 캐치프레이즈로 면도기 사업에 뛰어든 ‘달러 쉐이브 클럽(DSC)’ 때문입니다. 소비자들의 니즈를 정확히 찌른 DSC는 창업 4년 만에 면도기 시장 점유율 10%를 달성했고, 업계 1위던 질레트는 급기야 가격 인하 카드까지 꺼내야 했습니다. 스포츠계 스타 플레이어를 간판에 걸고 고가 정책을 펼쳐온 질레트의 아성을 DSC가 무너뜨린 거죠. 


이 같은 DSC의 돌풍 뒤엔 도루코가 있습니다. 도루코는 2012년 9월, DSC와 장기수출공급계약권을 맺고 면도날을 공급해왔습니다. DSC가 자랑하던 ‘성능 좋고 값싼 면도날’이 도루코의 작품이었던 겁니다.


'달러 쉐이브 클럽'(DSC) 광고의 한 부분. 면도날의 성능을 강조하고 있다./ 유튜브 영상 캡쳐


면도날의 과학


일상에서 손쉽게 접하는 만큼 가볍게 여겨지지만 면도기를 만들 수 있는 곳은 세계에서 몇 군데 되지 않습니다. 면도날이라는 것 자체가 가공이 까다롭고 정밀 작업이 요구되기 때문이죠. 


남자들에게 '군대 면도기'로 친숙한 도루코는 세계에서 몇 안 되는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입니다. 특히 세계 최초로 6중날과 7중날 면도기를 개발하며 내로라하는 글로벌 브랜드로 깜짝 놀라게 했죠. 매년 매출의 15% 이상을 R&D에 투자해 얻은 결과물입니다.


기술력을 인정받은 도루코는 글로벌 시장 공략에 활발히 나서고 있습니다. 현재 130개 국가에 수출, 미국과 베트남에는 직접 제조 법인도 두고 있습니다. 전 세계 면도기 누적 판매 수량은 8억6000만개에 달합니다.



65년 전통 헤리티지 기업


제조업에서 미덕이라 할 수 있는 ‘뛰어난 기술’과 ‘합리적인 가격’을 모두 갖춘 도루코. 그러나 종종 외국 기업이라는 오해를 받기도 합니다. 지난해 '노 재팬 캠페인' 때는 사명에서 일본어 느낌이 든다는 이유로 일본 기업으로 인식되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었죠.


도루코는 1955년 동양경금속으로 출발, 창업 이후 65년 동안 ‘금속날 가공’에만 집중해온 대한민국 토종 브랜드입니다. 동양경금속의 영문자 ‘DONG YANG’에서 머리글자 ‘DO’를 따오고 여기에 면도기(Razor)의 ‘R’과 회사(Company)의 ‘CO’를 붙여 지금의 사명이 탄생했죠.



좋은 아침을 위한 연구


도루코는 귀찮고 번거로웠던 면도를 하나의 문화이자 기분 좋은 행동으로 바꾸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매일 남성들의 아침에 함께하는 만큼, 말끔한 면도로 더 상쾌한 하루의 시작을 돕겠다는 겁니다. 이런 취지로 남성 그루밍에 초점을 두고 선보인 '클래식 그루밍 세트'가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죠.


2% 부족한 전기면도기가 답답한가요? 값비싼 외산 면도기가 부담스러운가요? 매일 아침의 시작, 자랑스러운 헤리티지 기업 도루코와 함께해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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