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3-3] 감정 설계자

ISTJ에서 ENTJ의 시각으로 세상을 읽어본다

by 끄덕이다

나는 이제 더 이상 내 감정을 억제하는 데만 집중하지 않기로 하였다.
이제는 우리의 감정을 좀 더 이해하고 설계하는 방향으로 전환하려 한다.

이러한 계기는 단순히 연애를 통해서만 비롯된 것은 아니었다.
내가 이별의 아픔에서 회복의 시간을 가지는 동안

우연하게 주식투자라는 세계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여놓게 되면서,

그동안 몰랐던 세상을 읽는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었다.

처음 주식투자를 시작했을 때, 나는 객관적인 데이터에만 의존하려 했다.
딱히 감정을 개입시키지 않고, 주어진 정보만으로 모든 것을 파악하려 했고,
이것이 내가 가지고 있던 ISTJ의 방식이었다.

그러나 투자는 항상 예상치 못한 변수가 따랐다.
나는 처음 주식 시장에서도 겉으로 드러난 '현상'만을 바라보며 정보를 해석했다.
매출, 수익, 기업의 실적 등 겉으로 드러난 확실한 정보를 토대로 결정을 내렸다.
그때는 한 마디로 '단순한' 분석이었고,
그 분석 속에 숨어 있는 이해와 연결을 읽는 법은 전혀 없었다.

생각보다 빈번하게 투자의 세계에서 예상치 못한 변수와 사건들이 발생하는 것을 경험하며,

나는 점점 더 세상은 단순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정보를 철저히 분석해보고 이리저리 연결을 시도했지만,

어떤 때는 생각하지 못한 다른 요소가 투자 성패를 갈랐다.

예를 들어 나는 기업의 매출과 실적만을 믿고 투자를 결정했었는데,

단 한 번의 규제 이슈나 CEO의 예기치 못한 발언 하나로 주가가 급락하는 경험을 수차례 했다.

또한 가끔은 정보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투기흐름이 몰려와 가격을 끝도 없이 올려버리기도 했다.
그때 처음으로 '데이터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세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직접 체감했다.



세상은 단순하면서도 복잡했다.
주식 시장에서 매일 다루는 숫자와 정보들은 그 자체로 중요한 의미를 갖지만,

그 모든 것들은 상호 연결되어 있었고 단일한 정보로는 완전한 예측을 할 수 없었다.
내가 아무리 겉으로 보이는 데이터를 모아 분석하고 결정을 내리더라도,

결국 그 변수들을 하나로 엮어내는 사고력이 중요하였다.
그렇게 한동안 주식투자에 몰입하다

문득, 이 시장에서 느낀 교훈이 인간관계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깨닫게 되었다.

나는 ‘잘 지내는 것’만을 목표로 관계를 유지했지만,

사실 사람 사이의 연결은 복잡한 네트워크처럼 얽혀 있었다.
'연락을 자주 한다고', '좋은 말을 한다고', 그것만으로 관계의 본질이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감정, 태도, 상황을 전체적으로 이해하고 연결지을 수 있어야 진정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걸 깨닫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나는 감정이 내 생각보다 더 사람 사이를 잇는 중요하지만 보이지 않는 고리임을 느꼈다.
한 사람의 행동, 말, 그 사람의 기분이나 감정이

다른 사람과의 연결 고리를 통해서 그 의미가 다르게 해석될 수 있음을 인식했다.

그렇게 상대방을 한 가지 현상으로만 자신의 기준을 고수하며 해석하려는 ISTJ적인 접근은

겉으로는 명료해 보였지만 실상 그 사람과의 관계를 가로막아 정해진 길만 보게하는 가림막 같은 것임을 알게 되었다.

이제 나는 감정과 사람에 대해 더 다층적으로 생각하려 한다.
주식시장처럼, 연애와 인간관계도 복잡계처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나는 세상과 사람을 더 큰 그림 안에서 바라보려고 노력하게 되었다.

과거에는 눈앞에 보이는 '확실한 데이터'를 믿고 그것을 바탕으로 결정을 내렸다면,

이제는 상대방의 과거 모습과 배경, 가능성, 미묘한 행동의 변화까지 고려하여 결론을 내리려고 한다.

연애에서도 이제 나는 상대의 감정이나 행동을 분석하는 것만으로 끝내지 않고,

그 사람의 심리 상태와 행동의 배경을 이해하려고 한다.
그것이 상호 이해의 깊이를 더해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어느 날, 어떤 바람이 불었는지 다시 한 번 MBTI 검사를 해보았다.
결과는 이전과 많이 달랐다.
ISTJ에서 ENTJ 성향이 짙어지게 된 것이었다.
그러나 놀라지는 않았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그렇게 사고하고 행동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제는 ENTJ의 시각을 갖추게 된 나는

이제 감정을 해석하는 것을 넘어 설계하는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
단지 분석하고, 예측하는 수준을 넘어서,

감정의 흐름을 이해하고, 그 흐름을 바탕으로 관계를 리드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자 한다.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내가 배운 것은 단순한 감정의 억제나 표현이 아니라,

그 감정이 관계 속에서 어떻게 상호작용하고, 내가 그것을 어떻게 설계하고,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이해였다.
그리고 이해의 깊이가 관계의 깊이를 결정할 수 있음을..

내가 이해하는 만큼, 상대방과 더 나은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임을 믿는다.

어쩌면 내가 깨달았다고 생각한 믿음이 틀렸을 수도 있다.

하지만 과거에 머무르고 싶지는 않다.

이제는 나의 믿음을 토대로 현재와 미래의 관계 속에서 계속 실험하고 실천하며,

더 나은 관계와 방향으로 나를 이끌어 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