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나의 깊이를 아는 사람은 오직 나뿐이다

꽃은 바람에 흔들려도, 뿌리는 흔들리지 않는다

by 끄덕이다

"사람됨이 효도하고 공경하면서 윗사람을 해치기 좋아하는 사람은 드물다. 윗사람을 해치기를 꺼리면서 난을 일으키기를 좋아하는 자는 없다. 군자는 근본에 힘쓰니, 근본이 바로 서면 도가 생겨난다. 효도와 공경은 인의 근본이다." - 『다산의 마지막 질문』 中



근본이 바로 서야 도가 선다.

단순하지만 오래 남는 말이다. 결국 사람됨의 시작도, 끝도 근본이라는 뜻일 것이다.

그런데 근본이란 무엇일까. 결과가 아닌 뿌리, 보여지는 성취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바탕.

그렇다면 나는 지금 무엇을 근본으로 삼고 있는가.


뿌리가 썩으면 꽃이 피지 못한다. 설령 피더라도 금세 시들고 만다. 열매 역시 오래 버티지 못한다.

우리는 이 사실을 잘 알면서도 자꾸만 꽃만 바라본다. 열매만 탐한다. 화려함과 성취라는 눈에 띄는 장면만 좇는다.

세상도 늘 그렇게 묻는다. “무엇을 이루었는가? 어떤 자리에 올랐는가?”

외모와 재력, 직위와 같은 결과들이 먼저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들 조급해지고, 지름길을 찾고, 요령을 부린다. 운이 좋아 원하는 것을 얻을 때도 있다.

하지만 그때마다 나는 묻는다. 이건 내가 다시 재현할 수 있는 것인가, 아니면 단지 운에 불과한가.


근본은 다시 해낼 수 있는 힘이다. 한 번의 성취가 아니라, 같은 상황에서 반복해도 다시 세울 수 있는 토대다.

재현할 수 없는 결과는 불꽃놀이다. 잠깐은 화려하지만, 금세 꺼지고 만다.

고층 건물을 짓기 위해 지하를 깊게 파듯,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기초 공사가 먼저여야 한다.

근본을 다지는 일은 늘 어렵고, 느리고, 고통스럽다. 남들이 쉽게 알아주지도 않는다.

그러나 이 과정을 견디지 못하면 작은 충격에도 무너진다.


누구나 그렇듯, 나 또한 자주 나약해진다.

공부도 요령을 피우고 싶고, 운동도 빨리 효과를 보고 싶다. 투자도 한 번에 큰 이익을 얻고 싶다. 마음 관리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내 안에서 목소리가 올라온다. 그렇게 해서 얻은 성과가 과연 진짜 내 힘이 될 수 있겠느냐고. 겉만 화려한 속 빈 강정이 되는 건 아닐지, 행운에 취해 스스로 단단해질 기회를 잃는 건 아닐지

세상은 결과로만 평가하지만, 나의 근본을 아는 이는 결국 나뿐이다. 그래서 나는 내 자신에게 솔직해야 한다.


물론 근본이라는 말에도 함정은 있다.

준비만 하겠다는 핑계로 실행을 미루는 경우다. 완벽한 기반이 갖춰질 때까지 기다리다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경우다.

그래서 나는 근본을 완성된 땅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쓰면서 보강하는 땅, 흔들릴 때마다 다시 다져가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오늘의 근본은 내일 더 깊어지고, 내일의 근본은 다시 수정된다. 무너지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무너져도 빨리 돌아오는 사람이 되는 것, 그것이 내가 이해하는 근본이다.


타인은 나의 결과를 본다.

하지만 내가 어떤 뿌리를 가꿔왔는지는 나만 안다.

책을 덮고, 운동을 마치고, 작은 원칙을 지켜낸 순간들. 남이 보지 못하는 이 은밀한 축적이 내 깊이를 만든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지금 꽃만 바라보고 있지 않은가, 내 뿌리는 지금 단단한가.'

그 물음 앞에서 나는 작아질 때가 많지만, 동시에 조금씩 깊어져간다.


나의 깊이를 아는 사람은 오직 나뿐이다. 결국 내가 나의 뿌리를 다져야 한다.

"오늘 하루, 나는 어떤 작은 벽돌 하나를 더 올려놓을 것인가."

"그리고 당신은 오늘, 당신의 뿌리를 위해 어떤 흙을 한 줌 더해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