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돈은 삶을 드러내는 언어다

돈 그 자체가 아니라, 모으고 쓰는 과정 속에 인생이 담긴다

by 끄덕이다

"하나, 누구도 당신에게 돈을 어떻게 쓰라고 강요할 수 없다. 돈을 쓰는 '올바른' 방법이란 없으며, 어떻게 돈을 써야 더 행복한지는 스스로 알아내야 한다."

"둘, 다른 사람이 돈을 쓰는 방식을 함부로 판단하지 마라."

- 『돈의 방정식』 중



돈이란 무엇일까.


돈에 대한 정의는 무수히 많고, 사람들이 돈을 바라보는 시각 또한 제각각이다. 누군가에게 돈은 생존이고, 누군가에게는 자유다. 어떤 이에게는 안정이고, 또 어떤 이에게는 권력과 인정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는 돈 때문에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며, 화내기도 하고, 안도하기도 한다. 마치 돈 안에 인간의 희로애락이 그대로 담겨 있는 듯이 말이다.


심지어 돈은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무너뜨리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돈 덕분에 한숨을 돌리고, 어떤 사람은 돈 때문에 삶의 끝자락까지 몰리기도 한다. 그래서 때로는 돈 그 자체가 한 사람의 인생을 좌지주지하고 돈 안에 한 사람의 생사가 담겨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만큼 돈을 절실하게 붙든다. 미친 듯이 모으고, 지키고, 불리려 한다.


현대에 와서 돈은 더 이상 단순히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만이 아니다. 돈은 일종의 힘이 되었고, 때로는 비교와 과시의 도구가 되었다. 남들보다 더 돈을 모으기 위해 우리는 좋은 대학에 가려 애쓰고, 좋은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한다. 직장에 들어간 뒤에도 더 높은 연봉과 더 나은 자리를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몰아붙인다. 누군가는 본업 외에 부업을 하고, 또 누군가는 틈만 나면 재테크 정보를 찾는다. 더 많이 벌기 위해 시간을 쪼개고, 에너지를 갈아 넣으며, 삶 전체를 동원한다.


그런데 이 치열한 과정 속에서 우리는 아주 중요한 한 가지를 놓치곤 한다. 바로 돈을 쓰는 법이다.




돈을 버는 방법에 대해서는 우리 세계가 자연스럽게 알려준다. 학교는 직접적으로 가르치지 않더라도, 사회 전체가 사실상 그 방향으로 우리를 훈련시킨다. 더 좋은 스펙을 쌓고, 더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더 높은 생산성을 내는 법을 배우게 만든다. 미디어와 인터넷, SNS에도 돈을 버는 방법에 대한 정보가 넘쳐난다. 저축, 주식, 부동산, 사업, 부업, 연봉 협상까지. 돈을 모으는 법에 대해서는 누구나 한마디씩 할 수 있는 시대다.


하지만 돈을 쓰는 법에 대해서는 이상할 정도로 말이 적다. 어떻게 써야 삶이 더 나아지는지, 무엇에 돈을 써야 후회가 적은지, 어떤 소비가 나를 지키고 어떤 소비가 나를 무너뜨리는지에 대해서는 좀처럼 배울 기회가 없다. 그래서 많은 어른들이 돈을 버는 일에는 익숙해도, 돈을 쓰는 일 앞에서는 미숙하다. 때로는 초등학생보다도, 아니 미취학 아동보다도 서툴 때가 있다. 단지 참는 것만이 능사인 줄 알고 살다가 어느 순간 엉뚱한 곳에서 무너지기도 하고, 반대로 불안과 허기를 소비로 달래려다 삶 전체의 균형을 잃기도 한다.


어쩌면 우리는 돈에 대해 중요한 착각 하나를 품고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돈의 화려한 겉모습에 속아 우리는 돈 그 자체에 인생이 담겨 있다고 생각을 하는데, 그게 아니라 그 돈을 모으고 쓰는 전 과정 속에 그 사람의 인생이 드러나고 있음을 보지 못 했던 것이다. 무엇을 위해 돈을 벌고 무엇 앞에서 지갑을 여는지, 어디에는 인색하고 어디에는 기꺼이 쓰는지. 그 하나하나의 선택에서 한 사람의 가치관이 묻어나고 있음을 우리는 놓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그 안에 두려움과 결핍, 허영과 사랑, 책임과 욕망, 품위와 후회, 그리고 희망까지도 함께 섞여 있음을 말이다.




결국 돈은 그 사람의 삶을 비추는 거울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어떤 사람은 체면을 지키기 위해 돈을 쓰고, 어떤 사람은 미래의 불안을 덜기 위해 돈을 모은다. 어떤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과의 시간을 위해 기꺼이 돈을 쓰고, 어떤 사람은 남에게 인정받기 위해 자신의 형편을 넘어서 소비한다. 이렇게 돈의 흐름을 보다 보면 그 사람이 지금 무엇에 기대고 있고, 무엇을 두려워하며, 무엇을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지가 어렴풋이 보인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문제, 어쩌면 인생의 방향을 가르는 문제인데도 왜 돈을 쓰는 법에 대한 교육은 이토록 부족한 걸까. 아마도 돈을 쓰는 문제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삶의 태도와 맞닿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돈을 버는 법은 어느 정도 객관화할 수 있다. 수입을 늘리는 방법, 저축률과 투자 수익률을 높이는 방법은 비교적 쉽게 수치로 설명된다. 하지만 돈을 쓰는 문제는 그렇지 않다. 그것은 각자의 결핍과 우선순위, 상처와 기쁨, 자라온 환경과 지금 감당해야 할 삶의 무게까지 아우른다. 그러니 남의 소비를 쉽게 평가하기 어렵다. 같은 백만 원이라도 누군가에게는 허영일 수 있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오래 미뤄둔 위로일 수 있다. 어떤 지출은 낭비처럼 보여도 삶을 지탱하는 숨구멍일 수 있고, 반대로 합리적으로 보이는 지출이 사실은 불안을 감추기 위한 강박일 수도 있다.


그래서 책에선 말한다. 누구도 당신에게 돈을 어떻게 쓰라고 강요할 수 없다고. 당신 또한 다른 사람의 돈 쓰는 방식을 함부로 판단하지 말라고.


이 문장이 단순히 소비 취향을 존중하자는 말로만 들리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돈을 쓰는 방식이 결국 한 사람의 인생관과 연결되어 있으니 함부로 재단할 수 없다는 뜻에 더 가깝게 느껴진다. 행복이라는 단어로 풀어 쓰고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어떤 삶이 당신에게 더 맞는가"라는 질문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돈의 방정식』은 단지 재테크 서적이 아니라 철학서에 가깝다. 돈을 통해 숫자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돈을 매개로 삶을 바라보는 태도를 묻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서 한 가지 오해하지 말아야 할 점도 있다. 돈을 쓰는 데 정답이 없다고 해서, 모든 소비가 다 괜찮다는 뜻은 아니다. 삶의 방식이 각자 다르다고 해서, 모든 선택이 동등하게 좋은 것은 아니다. 여기에는 정답은 없지만, 분명 피해야 할 방향은 있다. 타인의 시선을 사기 위해 자신을 소진하는 소비, 감당할 수 없는 빚으로 미래를 갉아먹는 소비, 공허함을 메우기 위해 반복적으로 자신을 무너뜨리는 소비, 오늘의 만족을 위해 내일의 존엄과 안전을 망가뜨리는 소비. 이런 것들은 적어도 삶을 더 단단하게 만들지 못한다. 그러니 돈을 쓰는 '올바른' 단 하나의 방법은 없더라도, 적어도 오답지에 가까운 방향은 피해야 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소비보다 내 삶을 지탱하는 소비에, 순간의 과시보다 오래 남는 가치에, 비교에서 비롯된 지출보다 나의 기준을 바로 세우는 지출에 가까워져야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많이 쓰느냐, 적게 쓰느냐가 아니라 그 돈이 내 삶을 어디로 데려가고 있느냐일 것이다.




돈은 차갑고 계산적인 숫자처럼 보이지만, 실은 꽤 인간적인 물건이다. 돈이 흘러간 자리를 따라가다 보면 그 사람의 마음이 보이고, 그 사람이 견디는 삶의 무게도 조금은 엿볼 수 있다. 그래서 돈은 단순히 벌고 모아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자기 삶의 방향을 점검하게 만드는 질문이기도 하다.


결국 돈이란 삶을 드러내는 하나의 언어다. 그 언어로 우리는 자신의 불안도 말하고, 사랑도 말하며, 책임과 욕망도 드러낸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돈을 얼마나 가졌느냐만이 아니라, 그 돈을 통해 어떤 삶을 만들어가고 있느냐일 것이다. 정답은 없을지 모른다. 누구도 타인의 인생을 대신 살아줄 수 없듯, 누구도 타인의 소비에 완전한 답을 내려줄 수 없다. 하지만 적어도 무엇이 나를 무너뜨리는 방향인지는 돌아볼 수 있다. 돈의 사용법은 결국 소비의 기술이 아니라 삶의 태도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