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물대에 둬도 감쪽같은
연설을 한 지 10년이 다 되어가도 여전히 회자되는 레전드 연설의 주인공!
"세상을 바꾸고 싶다면 이불 정리부터 시작해!"로 깊은 인상을 남긴 맥레이븐 (William McRaven) 미해군 대장이다. 아무리 큰 일이라도 침대를 정돈하는 '사소한 일'에서 시작된다는 진리는 많은 이들에게 울림을 주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텍사스 대학 졸업 연설을 토대로 쓰인 첫 책 <침대부터 정리하라>는 맥레이븐에게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타이틀을 안겼다. 이불정리의 이점은 맥레이븐 대장님의 말씀처럼 하루 중 첫 번째 과업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게 되는 것도 있고, 집에 들어와서 깔끔하게 정리된 이불을 보면 그저 기분이 좋다. 고된 하루 일을 마무리하고 집에 돌아와 이리저리 정신없는 이불을 마주하면 내 마음도 뒤죽박죽인 것처럼 느껴진다.
나에게는 '운동복 정리'도 이불정리와 같다. 운동복을 갈아입으려고 운동복 서랍장을 연다. 오와 열을 맞춰 정갈하게 정리되어 있으면 우선 운동복을 고르기도 쉽고, 이상하게 그날 하루 운동을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정리로 시작 단추를 끼우니 마무리 단추인 운동도 잘 끼우고 싶다.
반면, 사냥개가 토끼를 쫓아간 흔적일까? 싶을 정도로 정신없이 널브러져 있을 때도 있다. 뒤죽박죽인 운동복 속에서 입을 옷을 고르는 것부터가 한참이다. 분명 운동을 하기 전인데 벌써 운동을 한 듯하다. 뭔가 에너지가 새어나간다.
더욱 신기한 점은 내 마음이 정신이 없을 때는 항상 옷서랍장 안에 사냥개가 출연한다. 그렇다면 역도 성립하지 않을까? 옷서랍장이 항상 정갈하면 내 마음도 정갈할까?
물론이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정갈한 정리를 다소 방해하는 것이 있다면, 바로 레깅스다. 재질의 특성상 흐물흐물하기 때문에 어떻게 정리를 해도 각이 잘 살지 않기 때문이다. 차곡차곡 개서 올려두는 방법이 있지만, 아래에 있는 레깅스를 입으려고 빼내면 후두두 다 쏟아지는 경우가 빈번하다. 그래도 방법이 다~ 있다!
30년 경력의 살림 마스터에게 직통으로 전수받은 정리법을 적용해 보셔라!
1. 개는 방법 2. 장점 3. 실제적용
1. 개는 방법
1) 레깅스 뒷면: 가운데 엉덩이 부분을 잘 정리해서 준비한다.
2) 그대로 반으로 접고, 원하는 길이로 허리 부분을 접는다.
3) 약간의 여유를 두고 한 번 접고, 종아리 부분을 한 번 더 접는다.
4) 두 번 접기한 종아리 부분을 허리 부분에 쏙 하고 넣으면 완성이다!
만약 이해가 안 가거나 어렵게 느껴져도 문제없다. 아래 숙달된 조교의 동영상을 참고하면 된다.
2. 장점
1) 탄탄하게 각이 잡혀 세로 진열이 저절로 가능하다.
2) 뒤적뒤적거려도 빠르게 정리가 가능하다.
3) 따로 바구니나 책 바인더와 같은 소도구가 필요없다.
4) 서랍장의 높이만큼 내가 원하는 크기로 딱 맞게 갤 수 있다.
5) 이렇게 개어도 입을 때는 자국이 하나도 나지 않는다.
3. 실제 적용
해당 서랍장은 속옷 전용칸이라 높이가 12cm밖에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알맞게 '많이' 들어간다.
더욱 다양하고 더 탄탄하게 개는 방법은 있다. 하지만 막상 해보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었다. 위의 개기 법은 초반에 습관을 잘 들이기만 하면 손에 익어 빠르게 개기가 가능하다. 여러 개기 법 중에 가장 잘 '유지가 가능한 방법'이었다.
옷서랍장이 항상 정갈하면 내 마음도 정갈해지는 것은 '사실'이다. 복잡한 공간은 해야 할 일이 산더미인데, 시간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상기시키며 긴장하고 피로하게 한다고 한다. 그래서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는 서랍장을 열면 기분이 저절로 여유와 좋은 편안함이 느껴지는 것이다.
운동을 좋아하고 운동복에도 관심이 많으신 분들은 공감할 것이다. 방 한 곳을 오로지 운동복 드레스룸으로 꾸미고 싶은 로망이 있다. 운동복의 종류나 가짓수가 많지는 않아도 딱 분리해 정리하고 싶다. 그럼 다음에는, 방 한 곳을 운동복으로 잘 구성하는 법에 대한 글도 써볼 수 있었으면 하는 소망을 품어보면서, 오늘도 정갈한 서랍장과 함께 정갈한 마음과 몸을 위하여 운-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