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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KEUFeeLMYLOVE May 03. 2023

늙는다는 착각, 착각만이 나를 늙게 한다

Counter clockwise

미성년자라는 단어와는 꽤 반대편에 자리한 나의 지인이 있다. 당장 내일 결혼식을 올린다 해도 이상하지 않은 나이기 때문이다. 그런 지인이 세계 맥주 4캔을 살 때마다 편의점 직원은 꼬박꼬박 민증을 요구하더랬다. 올해 내가 들은 것만 해도 3번이다. 술을 자주 마시지 않으므로 거의 매번 민증 검사를 받는 셈이다. 미성년자보다 한 두 살 많은 나이면 아~ 그럴 수도 있지! 하겠지만, 강산이 변하는 세월을 가뿐히 뛰어넘는데? 하하 호호하며 단순히 가볍게 웃어넘겼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그저 유쾌한, 한낱 해프닝에 불과했다. 읽을수록 편의점 직원이 민증 검사를 한 이유가 서서히 선명해져 소름이 돋았다.


실제로 지인은 1년 전 무려 7개월의 기간 동안 철저히 수능 준비를 하고 게다가 응시까지 했다. 반년 동안은 정말이지 "고3 학생"으로 돌아갔다. 어머니께서 매일 아침 정성스럽게 싸주신 도시락을 까먹었고, 깜깜한 밤이 되면 아버지가 픽업을 오셨다. 으레 고삼 수험생들처럼. 입시 학원도 고3 학생들과 함께 부대끼며 다녔고, 온라인 강의 화면으로 나오는 강사님들도 자신을 고3으로 대한다. 수능을 막 끝낸 지인에게 이런 농담을 던진 적이 있다. 수능 치더니 정말 외모도 "고등학생" 같다고. 획기적으로 동안이 되고 싶으면 수능을 치면 된다라고도 말할 수 있겠다. 그만큼 육체를 지배하는 '정신의 힘'이 강력하다는 얘기다.


똑같은 실험을 책 서두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저자인 하버드 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이자 저명한 사회 심리학자인 엘렌 랭어 박사의 '시계 거꾸로 돌리기 연구'다.


자식들한테 얹혀살거나 요양원에서 무기력하게 살던 70대 후반, 80대 초반의 노인들을 한적한 수도원에 모아 놓고 딱 일주일 동안 실험을 진행했다. 타임머신을 타고 20여 년 전으로 되돌아간 것처럼 젊게, 독립적으로 살아보도록 하는 이 연구의 결과는 아주 뜻밖이었다.


환자나 다름없었던 노인들이 일주일 만에 눈에 띄게 활력을 되찾았을 뿐만 아니라, 청력, 기억력, 체중, 악력 같은 수치나 관절염 증상 같은 것들이 확실히 나아졌기 때문이다. 또한 연구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들에게 수도원으로 떠나기 전과 연구 마지막 날 찍은 노인들의 사진을 모두 무작위로 보여 주었다. 객관적인 관찰자들은 각 참가자의 실험 이전이나 이후 사진 중 하나만 보고 노인들의 나이를 짐작해 보라 한 결과, 시계를 거꾸로 돌려놓은 참가자들의 외모가 연구 이전보다 이후에 2살 이상 젊어 보인다고 말했다. 낯선 이들과 불과 일주일을 함께 지낸 후에 나타난 결과다.


위와 같은, 또 하나의 연구를 지인 수능을 통해 접했다. 지인은 일주일이 아닌 무려 7개월 동안 10살 이상의 어린 나이로 살았다. 이제는 민증검사가 당연해 보인다.



책에서는 우리가 평소 하는 무의식적인 생각, 환경, 무심코 뱉는 언어 등이 인체에 얼마나 강력하게 작용하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근 몇 해를 우리는 코로나 바이러스와 '싸움'을 벌렸다고 익히 들어왔고, 해왔다. 아주 어린아이가 화나게 한다고 그 아이와 '싸우지'는 않는다. 우리는 오로지 상대가 되는 적과 싸울 뿐이다. 질병과 싸운다는 생각은 우리 건강을 짓누르는 것처럼 느껴지는 질병의 힘을 북돋기만 할 뿐이라 한다.


오미크론 하위 변위였던 BA.2.75의 별칭이 인상적이라 아직도 기억에 있다. 전파력과 면역 회피력이 강해 무려 '켄타로우스' 변이로 불렸다. 켄타우로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수인이자 상반신은 사람의 모습이고 하반신은 말인 상상의 종족의 일종이다. 뛰어난 지적능력과 육체적 능력, 높은 프라이드, 강한 전투력 등을 지니고 있어 인간보다 오히려 우월한 존재로 비친다.


당시 뉴스에서 아나운서의 다급한 음성으로 전하는 특별한 닉네임을 듣고 있자 하니, 이렇게나 어마어마한 직함을 선사해줘야 하는지 다소 의문이었다. 켄타로우스가 힘이 세다는 사전자극에 의해서 공포심이 조성되기 쉽기 때문이다. 내가 그때 속으로 혼자 생각해 낸 별칭은 고작 '하루살이'였다. 하루살이 바이러스가 걸렸다고 하면 "응, 오늘만 좀 힘들고 내일이면 낫겠구나"하고 조금이라도 무의식적으로 인식되지 않을까?


이 외에도, 위에서 아래로 내려갈수록 작은 숫자가 나오는 시력검사표에서 작용하는 심리적 요인부터, 항상 열여 있는 병원 문과 유니폼의 영향까지. 내가 전혀 의식하지 못했던 것들을 알 수 있고, 또한, 여러 실험 사례가 물밀듯 쏟아져 나온다.


자신의 정신과 육체에 관심이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들이 읽어본다면 이제까지의 생각이 바뀔 수도 있겠다. 책을 덮고 나면 늙는다는 나의 '착각'들은 길을 걷다가 발끝에 걸리는 돌처럼 힘껏 차버릴 수 있다. 나의 가능성은 한계가 없으므로, 하버드 심리학 거장이 전하는 건강하고 지혜롭게 사는 법을 만나보자.



1장: 20년 젊어진 사람들

· 실제 나이를 모른다면 아무리 과학을 동원하더라도 누군가의 나이를 정확하게 알아낼 수는 없다.

· 우리의 발목을 잡는 것은 신체가 아니다. 신체적인 한계를 믿는 사고방식이다.

· 대머리는 '노년의 단서'로 일찍 대머리가 되는 남자들은 스스로 더 늙었다고 여길 수 있다. 결과적으로, 더 빨리 나이 들어갈 것을 예상할 수 있다.


2장: 건강한 삶에 관하여

· 배우자의 나이가 수명을 좌우한다.

· 노화에 대한 불만이 인간의 수명을 결정하는 주요 요인 가운데 하나임을 발견했다.

· 여자들이 생일 전주보다 다음 주에 죽는 경우가 더 많다는 사실, 반면 남자들은 생일 전주에 더 많이 죽고, 생일 다음 주에 사망하는 확률은 평균보다 높지 않다. 여자들은 자신의 생일을 준비하고 희망을 품고 주변 사람들의 축하를 고대하는 경향이 있지만, 남자들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4장: 무엇이 우리를 병들게 만드는가

· 우리는 매일매일 어제 진실로 받아들인 것이 오늘은 거짓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배운다.

· 종이 1장 차이로 건강에 의식을 집중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고, 건강 염려증 환자가 될 수도 있다.


5장: 하루를 살아도 온전하게 살 권리

· 우리가 이룰 수 있는 변화 중 일부는 대단한 노력을 요하지 않는다. 다만 새로운 사고를 요할 뿐이다.

· 병실의 열린 문은 사생활을 박탈할 뿐만 아니라 은연중에 우리가 쇠약하고 끊임없는 감시를 요하는 존재임을 암시한다.


6장: 말이 정신을 지배한다

· 내가 무슨 경험을 하는지 아는 사람은 나 자신뿐이므로 각자의 경험에 대한 통제권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 우리의 지식 가운데 상당수는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 무의식적으로 습득한 것이다.

· 건강상의 문제 때문에 어떤 사람에게 위약을 주었다가 증상이 사라진 다음 위약임을 알린다면, 그 사람은 건강이 좋아진 원인이 실제로 자기 자신에게 있음을 깨달을 것이다.


7장: 어디까지 사실로 받아들여야 할까?

· 우리가 언어를 사용하는 방식은 암, 알코올 의존증, 우울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장애를 고칠 수 없는 정체성의 일부로 받아들이도록 부추긴다.


9장: 늙는다는 착각

· 노화에 대한 무의식적인 편견: 대부분 성인기 후반에 아마도 쇠약해진 기력, 통증, 질병에 대해 가장 많이 걱정할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 인생의 말년은 여전히 성장의 단계일 수 있다. 우리가 경험하는 수많은 쇠약함은 노화의 자연스러운 과정일지 모르지만, 상당수는 노화의 과정이 아닌 노년에 대한 우리의 사고방식이 작용한 결과이다.

· 나이 든 성인들은 스스로 부족하리라 예상하기 때문에, 자신의 행동과 경험을 육체적인 쇠락의 증거로 해석할 가능성이 높다.


10장: 마지막 순간까지 건강한 사람

· 노년에는 양식 대신 지혜를 먹고산다는 사실을 마음 깊이 새긴다면, 늙어서 궁핍하지 않도록 젊은 시절에 열심히 지혜를 쌓아 둘 것이다._레오나르도 다 빈치

· 제임스 펜베이커(James Pennebaker)는 의식을 집중해 글을 쓰면 스트레스로 병원을 찾는 빈도수가 줄어들고 면역 체계 기능 향상, 혈압 강하, 폐 기능 향상, 간 기능 향상, 병원 입원 기간 단축, 기분 및 감정 향상, 정신적인 행복감 증가, 시험 전 우울증 감소를 포함해 다방면으로 건강이 향상되는 결과를 낳는다는 연구 결과를 확인했다.


이 책의 원제: 'Counter clockwi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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