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812
비가 억수같이 내리는 날
온몸이 물에 잠긴 듯 무겁다
산책을 시작하고 일단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날씨 핑계를 대지 않고 걷기로 했다. 어느 날엔가 스스로에게 협상을 시도하게 되더라도 처음엔 무조건 걷는 것으로 정하고 새벽 기상 후 마음이 변할세라 지체 않고 밖으로 나섰다. 처음 비 오는 날에는 우비를 입고 나갔는데, 몇 안 되는 산책자 중에 나 홀로 우비였으며, 한 여름이라 우비 안에 습기가 차서 불쾌함은 배로 더했다. 집에 도착해서는 안, 밖으로 축축해진 우비를 씻어 말려야 하는 수고로움까지 더해져. 두 번 다시 우비를 착장 하는 일은 없었다. 비가 오면 우산을 쓰고 나가거나, 비 소식이 있는 날엔 텀블러처럼 접이식 우산을 들고 나섰다.
여름 산책길 여러 번 비를 만나 같이 걸었지만, 별 다른 감흥이나 체력적으로 영향을 받거나 한 적은 없었기에 무난히 지나왔는데, 아주 비가 많이 내리던 어느 날이었다. 우산도 소용없고, 바지단 끝자락이며 운동화며 물로 가득 차 찰박찰박 거리며 걷는 내내 몸과 마음이 축축해져 갔다. 내딛는 걸음걸음이 물에 젖는 솜처럼 무겁게 느껴질 때쯤, 바이오리듬처럼 오르락내리락 거리는 마음의 그래프에 깊게 파인 웅덩이 가득 빗물이 차올라 숨구멍만 내어 놓고 버티는 그림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궂은 날씨와 바닥을 치는 바이오리듬이 약속이라도 한 듯 만난 것이다. 공교롭게도 그 모임에 나도 초대되었을 뿐. 살다 보면 예기치 않게 안 좋은 일이 동시에 일어나기도 하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