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속도

20190818

by 밤산책
몸의 속도에 맞춰 걷는다
달팽이보다 느린 속도로



길을 걷다 만나는 '천천히'라는 표지판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졌다. 채근하지 않고 나에게 해주는 말 같았다. 저마다 인생을 살아가는 속도가 있다. 나는 꽤 느린 사람이지만, 내 속도를 여유 있게 즐기지는 못 하는 편이었다. 뒤처지는 걸음 때문에 매번 앞서가는 누군가를 성가시게 만들곤 해서, 상대를 먼저 보내거나 오히려 홀로 걷는 게 자유롭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산책도 혼자 하는 것이 잘 맞았다. 시간을 정해 놓고 누군가를 만나지 않아도 되었고, 걷는 동안 상대와의 거리를 살필 필요도 없었다. 그날 체력과 기분에 따라 코스도 달리해가며 걷는 유동적인 면도 마음에 들었다. 무엇보다 그냥 흘려보내기 쉬웠던 눈앞을 스쳐가던 매일의 풍경을, 지금 기분과 생각을 오롯이 느끼고 대할 수 있어 좋았다.


한 없이 굼뜨고 느린 나를 배려하는 마음이, 내 속도에 맞춰 걷는 발걸음이, 성급하게 내뱉는 성글지 못 한 말에도 바로 나무라지 않고 스스로 알아가는 때를 기다려주는 마음이 감사하다. 늦되어도 자리를 찾아갈 것이라 믿어주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을 때, 그런 일들은 때때로 나를 조용히 가르쳤다. 묵묵히 기다려주고 균형을 맞춰주는 누군가가 있었기에, 어딘가 붕붕 떠다니지 않고 땅에 발을 붙이고 바로 서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스스로 깨우치도록 배려하는 누군가의 침묵과 기다림이, 길을 걷다 만나는 '천천히' 표지판처럼 그 어떤 말보다 위안이 되어 주곤 한다. 달팽이보다 느리지만 내 속도로 걷고 있다. 그래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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