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 나

20190820

by 밤산책
흙냄새, 풀냄새 가득한
고요한 숲길을 걷는다
지금은 나도 그중 하나
숲의 일부분



동트기 전 5시에서 5시 반 사이 집을 나서면 도로는 적막하다 못해 가끔은 무섭기도 했다. 산책길까지 큰 도로를 따라 걸을 때면 술에 취해 길에 잠든 사람을 보기도 하고, 아직 전날의 여흥이 남은 사람들과 스칠 때면 진한 알코올 냄새가 풍겨오기도 했다. 그때까지 잠들지도 깨지도 못 한 밤 풍경 속 어지러운 길거리를 지나 산책로에 다다르면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밤사이 내린 비 때문에 평소보다 짙은 색으로 길은 촉촉이 젖어 있었고, 흙과 풀의 향이 더욱 진하게 올라왔다. 내천 근처를 걸을 때면 물비린내가 더해져 조금 곤혹스럽긴 했지만 곧 익숙해졌다. 여름 한 낮은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무더웠지만, 새벽은 달랐다. 시원하고 청명하고 풀들은 짙고 깊고 진했다.


산책로에 들어서면 안도감이 들었다. 간간히 스치는 산책자들을 만나고 같이 나온 강아지도 만나고, 어슴프레 밝아오는 풍경은 미세하고 자연스러워서 서서히 변화하는 모습은 눈치챌 수 없었다. 언제 이렇게 밝아졌지 어느 순간 생각하고 만다. 사람의 변화도 마찬가지로 그렇겠지. 과정 중에는 알기 어려워 날이 밝아 오는 것처럼 조금씩 달라져서 언제 이렇게 되었지 하게 되는 것 같다. 밤과 아침의 미묘하고 고요한 변화의 틈 사이, 풀과 나무 사이를 걷고 있는 나도 함께 조금씩 달라지고, 좋아하는 풍경 속 일부분으로 존재하고 있구나 생각하니 마음이 포근하고 편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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