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우산

20190905

by 밤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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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면 비를 막아주고
해가 뜨면 그늘을 만들어주는
폭신폭신 구름 우산


산책을 시작하고 처음 딱 한번 우비를 입었었다. 한 여름이었는데, 걷다 보니 내가 맞는 비 보다 우비 속에 찬 땀과 습기가 더 많았다. 주위를 둘러보니 우비 입고 나온 사람은 자전거를 타는 사람 외엔 없었다. 집에 도착해서도 안 밖으로 젖은 우비를 빨아서 말리는 수고가 더해지자, 그 후로는 우산을 쓰거나 접이식 우산을 챙겨 나가곤 했다. 텀블러처럼 콤팩트 한 사이즈였지만, 핸드폰에 가끔 충천기에 지갑까지 챙기는 날은 주머니도 손도 무거워서 가볍게 걷고 싶다 생각하던 어느 날 떠오른 생각. 손오공이 부르는 근두운처럼, 내가 부르면 머리 위로 와서 비 오면 비를 막아주고 해가 쨍쨍하게 내리쬐는 날에는 구름을 만들어 주는, 하늘에 내 전용 구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 가끔 앉아서 쉬고 싶을 때 폭신한 의자나 쿠션이 되어주면 좋겠다는 이런저런 즐거운 상상을 하며 걷느라. 다른 날 보다 짧게 느껴지던 산책길. 갖고 싶다 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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