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16
나는 언제나 냉소적인 몽상가였고, 내면에 품은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마치 완전한 타인처럼, 나라고 생각했던 나를 건성으로 쳐다보는
구경꾼처럼, 내 몽상이 실패로 끝나버리는 사태를 흥미롭게 지켜봤다.
내가 믿었던 것을 한 번도 정말로 확신한 적이 없었다.
손안에 모래를 움켜쥐고는 금이라 불렀고, 손바닥을 펴서
그것을 흘려버렸다. 문장만이 유일한 진실이었다.
문장을 쓰고 나면 비로소 모든 게 완성됐다.
나머지는 언제나 모래에 지나지 않았던 모래일 뿐이었다.
<불안의 책 /페르난두 페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