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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HDH Dec 09. 2020

그래 이 부분은, 진짜 네가 원하는 대로 써보자

자소서 첨삭을 받으며 나를 잃어가고 있다. 

교수님에게 자소서를 첨삭을 받았다. 

자소서 항목은 두개, 그 중 하나가 이거다. '당신의 진솔한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주제에 구애받지 말고 자유롭게 표현해주세요.' 나는 뻔한 이야기를 했다. 제 성격은 이렇고, 가치관은 이렇고, 성장과정은,,,,

교수님께서 읽어보시더니 "여기는 진짜 네가 원하는대로 써보자" 하고 말씀하셨다. 


나는 자소서를 쓸 때, 뽑힐것 같은, 될것 같은 말을 쓴다. 그러다보니 글이 뭔가 어색하고 지루하다. 내 엄청난 경험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것이 업무와 연관된다. 일단 뽑히고 봐야지? 


두렵다. 내 진짜 생각을 말했다가 떨어지면 어떡하지? 자소서라는거, 사실 뽑혀야 하는거잖아? 나는 몽상가 기질이 있다. 강연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있다. 그러나 기업의 자소서엔 ‘나의 꿈’ 만을 주장할 수 없다. 

그들의 이익을 생각하고 , 어쩌구 이익을 내는 집단, 저쩌구. 교수님께서도 내가 처음 써가지고 간 자소서를 보시곤 이런 말씀을 하셨다. ‘너무 몽상가 기질을 보여주진 말아라. 어느 정도 현실을 보여줘라’ 


그런데, 그런 교수님께서 나에게 다시 내가 원하는대로 써보라고 하신다. 처음 썼던 자소서, 거기에는 분명 몽상가 같지만, 진솔함이 묻어있을 것이다. 각종 자소서 세미나, 사람들의 첨삭을 받으며 나는 내 생각을 잃어가고 있다. 잘써진 자소서. 그러나 재미없는. 진솔함. 


진짜 내가 원하는대로 써보라고?


그래서, 

나의 자소서는 이렇게 시작한다. 

"제 어릴적 꿈은 종이접기 선생님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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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4. 4.


참고로 위 자소서는 서류 탈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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