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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HDH Dec 09. 2020

4년반의 치아 교정을 마치며

늦더라도 시작해야지  

처음으로 돈을 벌면 하고 싶었던 일이 치아 교정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별명이 많은 편이었는데, 그 중에 하나가 누렁이였다. 이가 누렇고 삐뚤어서 지은 별명이었는데, 개와 관련된 별명이나 보니 '짖어봐 왈왈' 같은 모욕적인 조롱섞여 있어 참기 힘들었다. 내가 돈을 벌면 먼저 치아부터 교정을 하겠다고 다짐을 하고, 입사 4개월차, 28살에 압구정에 있는 유명한 치과에 가서 교정을 시작했다. 

살면서 겪었던 무서운 일 중에서 교정은 다섯손가락안에 들어간다. 멀쩡한 생니 4개를 뽑고, 추가로 사랑니까지 뽑았다. 교정이 미용목적인데, 내 나이 서른에 대체 무엇을 위해서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싶은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럼에도 나중에 내가 강당이나 어디서든 대표를 하는 자리에 섰을 때 외모로 평가받았을 때 적어도 허점 하나는 줄일 수 있을거랑 생각에 치아를 빼기로 결심을 했다. 

교정은 보통 2년이면 끝나지만, 나이가 들어서 시작하니 이미 치아가 자리를 잡은 상태라서 치아 이동이 더뎠다.  4년 6개월이나 지나서야 드디어 치아가 자리를 잡아 내일이면 교정기를 풀러 간다. 하루 전날에 이런 글을 쓰는걸 보니 만감이 교차한다. 힘든 시절이었다. 

신입사원의 첫 인상이 중요하다는데, 교정을 막 시작해서 발음도 어눌한 상태도 자기 소개를 했다. 점심시간이 끝나고 모두 양치를 할 때면 나 혼자 두 번 세 번 양치를 하고, 치간 칫솔로 마무리를 했다. 남자 화장실에 10명 정도가 거울을 바라보며 어색한 시간을 가진다. 그 때마다 나 혼자 거울앞에 바짝 서서 치간 칫솔로 음식물을 빼는게 그렇게 싫었다. 그래서 한 층 올라가서 혼자 양치를 하곤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철사가 이중, 삼중으로 바뀌고, 고무줄도 여러군데 끼우다보니, 음식물이 정말 많이 끼었다. 남들이 3분안에 끝나는 양치를 나를 10분씩 하고, 여자친구와 데이트가 있는 날에는 더더욱 신경을 많이 썼다. 항상 칫솔을 지니고 다녀야 하는데, 까먹은 날에는 편의점에서 휴대용 칫솔 셋트를 샀다. 1년즘 지나니 집에 휴대용 칫솔 셋트가 10개가 넘게 쌓였다. 

교정에는 고통이 따른다. 한 달에 한번씩 치료를 받으면, 고무줄을 끼고, 두꺼운 철사로 바뀌는 날에는 통증이 심해서 그 날은 식욕이 사라진다. 음식을 먹을 때도 치통이 있다보니 꼭꼭 씹어먹기 어려워서, 대충 씹어서 먹는다. 그러면 소화불량이 생기고, 항상 속이 더부룩했다. 남들보다 먹는 속도도 느리다보니, 다 먹지도 않았는데, 나 때문에 기다리는 사람들이 싫어서 밥도 조금만 먹었다. 그렇게 교정을 시작하고 살이 빠졌다. 

압구정은 왜 그리도 먼지, 왜 평일에는 모든 요일에 진료를 안하는지, 왜 치과 예약을 잡으면 그 날에 일이 생기는지, 치과를 가는것도 쉽지 않았다. 인기가 많은 병원이라 한 달 전에 진료를 예약해야했고, 주말 진료는 2주에 한 번이며, 그날은 예약을 잡기도 어려웠다. 보통 토요일 오전 10시에 예약을 잡아 주말을 치과와 함께 시작했다. 

교정이 끝나면 나의 삶은 한 층 나아질 것이다. 시간이 걸리고 고통이 따르더라도 결국 끝은 있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시작해야한다. 


2019. 8.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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