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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HDH Dec 09. 2020

눈 속에서 피는 꽃

고맙다, 살아줘서 


눈 속에서 피는 꽃


네가 온 몸으로 겪었을 처절한 몸부림이 떠올라

나는 너를 아름답다고 말하지 않는다. 

고맙다 살아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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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에서 ABC 로 가는 길은 꽤 험하다. 길을 따라 흐르는 작은 시냇물 덕분에 길이 축축해지고, 덕분에 미끄럽기까지 하다. MBC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ABC에서 일출을 보기 위해서 새벽 5시에 길을 떠났다. 날이 아직 어둡고, 날씨는 한겨울만큼 추웠다. 더군다나 그 긴 길에 나 말고 아무도 없다. 앞에 가는 사람이라도 있으면 조금 힘이 될텐데. 길이 미끄러워 몇번을 넘어질 뻔했다. 고도가 4천미터를 넘어가니 조금만 걸어도 숨이 턱턱 막혀온다. 그렇게 1시간여를 걷고 지쳐버렸다. 그리고 잠깐 쉴까 하고 앉을 곳을 찾던 중에, 눈 사이에 핀 꽃을 발견했다. 

나도 모르게 숙연해지고 알 수 없는 감동이 밀려왔다. 그리고 문득 '살아줘서 고마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 하필 너는 이런 추운 곳에서 태어나, 그것도 눈덮인 땅속에서 태어났을까. 너는 아무 말 없이 그냥 꼿꼿이 서있을 뿐이었다.


5.23.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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