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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HDH Dec 08. 2020

오버워치 경쟁전을 돌리며

경쟁 사회에 익숙해진 우리에게 오버워치가 던지는 메세지

오버워치를 한다고하면, 사람들이 물어보는 첫번째 질문은 ‘티어가 어떻게 되나요?’ 이다. 티어를 한국말로 한다면 ‘급’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대학도 급이 나눠져 있듯이 게임 세계에도 유저들간에 계급이 나눠져있다. 티어만 들으면 대충 얘가 어느정도 실력인지 가늠이 된다. 브론즈,실버,골드 등으로 나눠져 있는데, 딱봐도 우리 사회를 대변하고 있다. 


우리는 별의 별 급을 나누고 살고 있다. 생에서 급이 있다는 것은 깨닫는 순간은 중학교 때였다. 처음으로 모의고사를 보고 우리반에 1등부터 꼴등까지 줄을 세운다. 그렇게 시험 점수는 발목을 잡아, 한국인의 인생을 크게 좌우하는 수능 점수까지 이어진다. 수능점수로 맞춰 들어간 대학교는 인생을 잘살았는지 판단하는 첫번째 지표가 된다. 우리 사회는 알게 모르게 대학교 이름으로 사람들을 판단하곤 한다. 다음은 티어는 직장이다. 직장에서도 연봉으로 줄을 세운다. 다들 고만고만한데 굳이 그걸 내가 이겼네, 너가 이겼네. 직장내에서도  성과는 경쟁이다. 상위 10%는 S, 30%는 A 등으로 티어를 나누고, 사람들간에 연봉을 차등 지급한다. 


경쟁전은 제로섬 게임이다. 게임에서 이기면 점수를 얻고, 게임에서 지면 점수를 잃는다. 점수를 걸고 뺏거나, 뺏기는, 도박의 형태이다. 내가 올라가기 위해서는 누군가 내려가야한다.   그렇기 때문에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는다. 지면 점수를 잃기 때문에 모두들 긴장하고, 열심히 임한다. 그런 순간이 있다. 온 힘을 다해서 무엇인가를 열심히 하고 싶은 욕구. 내면의 끓어넘치는 에너지를 어쩌지 못해서 어딘가에 쏟아 붓고 싶은 욕구. 


왜 이렇게까지 스트레스를 받아가며 경쟁전을 하는걸까? 사실 오버워치에는 라이트 유저, 즉 경쟁전을 하는 사람과 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게임 자체를 즐기고, 이기고 지는 것에 연연해 하지 않는다. 이런 라이트 유저들과 같이 게임을 하면 게임이 루즈해지고, 이내 흥미를 잃는다. 카드 게임으로 치면 진짜 돈을 걸고 치는것과 재미로 치는것의 차이이다. 진짜 내 돈을 걸어야 손에 땀을 쥐고 전전긍긍하다. 졌을 때의 상실감보다는 이겼을 때 쾌감이 더 많이 상상되기 때문에 그만둘 수 없다. 


게임 실력은 재능이 90%을 차지한다. 나이 33세에 총쏘는 게임을 하려니 몸이 따라가지 않는다. 오버워치도 여느 스포츠처럼 프로와 리그가 있는데, 여기서 플레이하는 애들은 나이가 10대 후반~20대 초반이 대부분이다. 20대 중반만 되어도 프로게이머 생활을 은퇴한다. 어릴수록 반응속도가 빠르다보니 게임을 잘할 수 밖에 없다. 

은장, 금장 플레라고 부른다. 티어와 상관없이 게임 시간을 오래하면 레벨은 오른다. 그래서 게임을 오래했는데, 여전히 티어가 낮은 사람을 낮추어 부르는 용어이다. 회사로 따지면 진급에 실패한 케이스이다. 구석에 처박힌 말년 부장. 


그럼에도 경쟁전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더 높은 계급으로 올라가기 위함이지만, 나이와 피지컬의 한계를 인정한다. 그 동안 공부 열심히하면 좋은 대학간다, 열심히 일하면 성공한다 라는 ‘열심’의 힘을 믿었는데, 그게 안통하는 분야가 게임이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재능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한다. 게임 내에 초등학생도 많은데,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은 초딩이 1년이나 열심히 한 나를 이기는걸 보면서 한탄이 나온다. 


최근에 BJ이차함수라는 유튜버가 뜨고 있다. 그는 3~40대의 학원 강사인데, 코로나로 인터넷 강의를 하다가 시청자수가 많아지자, ‘200명이 넘으면 롤 방송을 하겠다’ 라는 공략을 걸었고, 인터넷 게시판에 이슈가 되어 200명을 넘겨, 이차함수를 강의하다가 갑자기 롤 방송을 시작했다. 이런 극한의 컨셉도 인기를 끄는데 도움이 되었지만, 나는 그가 게임을 하면서 어른스럽게 게임하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그럼에도 경쟁전을 돌리는 이유는 어른스러움, 짬이라는 것이 피지컬을 이길 수 있을거란 믿음에서 이다. 팀내에 정치질보다는 올바른 브리핑과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지지와 격려가 더 중요하다는 믿음에서이다. 더 이상 오를 수 없더라도 그게 바로 팀 게임의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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