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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HDH Dec 08. 2020

게임 방송을 시작하며

올해는 꼭 유튜브 시작한다 

직장인들의 허언 중 하나가 “내가 올해는 유튜브 시작한다” 라고 한다. 나 역시 올초에 2020년 목표 중 하나가 유튜브이다. 그러나 남의 유튜브 보는건 재밌지만, 내가 시작하려니 막막하다. 어떤 컨텐츠를 올릴지도 모르고, 동영상 편집할 줄도 모른다. 나의 채널에는 대학때 강사님이 내준 기본적인 편집 과제, 신입 연수 때 일주일 동안 밤을 새서 만들었던 회사 애사심이 가득한 영상, 송년회 때 신입사원들이 같이 노래하던 영상들이 편집되지 않은채로 올라가 있을 뿐이다. 


나는 어렸을 때 게임을 잘했다. 오락실에서 100원으로 2시간까지 버틸 수 있을정도였다. 삼국지게임, 던전엔드래곤은 1코인으로 끝판왕까지 깰 수 있었고, 킹오브는 동네 형들을 이기고 다녀서 혼나기도 했다. 오락실에서 게임을 잘하면 사람들이 뒤에서 구경을 한다. 나는 그 시선을 즐겼다. 게임 특성상 매일 초반 스테이지에서 죽으니까 뒤에 어떤 스테이지가 나오는지 궁금하다. 그런데 정말 잘하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뒷 스테이지까지 가지 못한다. 보는 사람도 뒷 스테이지 궁금하다. 


어렸을 때 게임에 대한 열정이 어느 정도였냐면 학교를 무단 결석했다. 초등학교 2학년 때였다. 도시락을 들고 학교가 아니라 오락실로 갔다. 그렇게 몇번을 결석을 하다보니 담임 선생님과 엄마가 나를 찾으러 오락실로 찾아왔다. 고등학생 시절엔 쉬는시간마다 교탁에 있는 컴퓨터로 격투 게임을 했다. 교실 앞에 대형 컴퓨터로 게임 화면이 생중계 되었고, 나는 남들이 보는 앞에서 게임을 하고 이기는 것을 좋아했다. 


고3이 되고, 자연스럽게 게임을 안하게 되고 믿을수 없겠지만, 취직 후 3년까지는 게임과 담을 쌓고 살았다. 회사를 다니며 에어비엔비, 외국인들과의 교류에 몰두하고, 질릴 때즘 유튜브로 내가 하던 격투 게임 유튜브를 찾아보면서, 나도 게임을 시작했다. 


안하려고 하면 핑계는 많다. 내가 그동안 가졌던 핑계는 컴퓨터 사양이 좋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방송용 컴퓨터를 새로 사야하는데, 굉장히 높은 사양을 필요로 한다. 한 300만원은 있어야 하는데, 부담이다. 방송한다고 잘된다는 보장도 없는데, 너무 터무니 없는 금액이다. 또한 나의 윈도우는 정품인증이 안되어서 바탕화면 우측 하단에 정품인증이 필요하다고 나와 있어서, 이 또한 계속해서 맘에 걸렸다. 그리고 불법으로 다운로드한 게임이 많은데 이런거도 나오면 안되잖아? 그리고 방송을 하면 캠도 켜야 하고, 마이크도 있어야 하는데, 그것도 다 사야되잖아? 


그렇게 두달 정도가 흘렀다. 어영부영 게임 방송을 미루고 있던 차에, 별 결심이나 대단한 각오가 아니라, 그냥 한 번 방송을 해봤다. 뭐부터 시작해야할지 몰라서 ‘트위치 방송하기’ 라고 구글에 검색해서 첫번째로 나오는 블로그에 들어가서 시키는 대로 따라했다. OBS라는 프로그램을 다운받아서 시키는 대로 해보니 내 게임 화면이 방송에 나온다. 방송은 생각보다 쉬웠다. 게임을 돌려보니 내 예상보다 게임을 잘 돌아갔다. 일단 얼굴이 나오는건 부담스러워서 헤드셋으로 목소리만 나오게 했는데, 들을만 하다. 그 동안 안될 이유는 말 그대로 핑계일 뿐이었다. 


누군가 내 게임을 볼 수 있다니, 뭐라도 말해야할것 같고, 굉장히 설레인다. 잘 되던 컨트롤도 실수하게 되고, 의식적으로 아무말이나 하고 있다. 드디어 첫 접속자가 들어왔다. 그는 인사도 없이 묵묵히 나의 방송을 시청한다. 나도 안녕하세 이런 말이 어색해서 그냥 혼잣말을 하면서 게임을 한다. 그렇게 그는 20분 가량을 나의 게임을 보다 갔다. 


생방송이 끝나면 이젠 저장한 영상을 편집을 해야한다. 이게 너무나 큰 일이었다. 일단 어떤 영상 편집 프로그램을 써야하는지 검색을 해보니, 사람마다 추천하는게 너무 다르다. 어떤 사람은 초보자들은 윈도우 기본 편집 프로그램으로 충분하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처음부터 호환이 잘되는 프리미어를 써야한다고 한다. 그래도 IT계열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는 프라이드로 프리미어를 다운받아서 체험판을 써봤다. 너무나 어려웠다. 왜 이렇게 쓸데없는 메뉴와 버튼이 많은지, 나는 그냥 10초정도만 자르고 싶은데, 자르는 버튼은 어디에 있는건지. 결국 30초 분량의 영상을 자르는것만 1시간이 걸렸다. 그런데 다시 확인해보니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일단 이렇게라도 시작을 해보니 나에게 뭐가 부족한지, 뭐가 필요한지 알 수 있다. 생각보다 방송은 어렵지 않다. 첫술에 배부를수 없지 않은가? 너무 잘할 필요도 없다. 30분만 녹화해도 영상 용량이 4기가 정도로, 여분의 하드드라이브가 필요하다. 윈도우 정품 인증을 위해서 윈도우 정품을 사야하고, 프리미어도 구매해야한다. 나중을 위해서 마이크, 캠도 사두면 좋을것 같다. 한 번 해보니 이제는 더 잘할 수 있을것 같다. 나의 채널을 다른 사람들에게 소개도 하고, 영상을 올려서 다른 사람한테 공유도 해야겠다. 


몇개의 방송을 유튜브에 올려서 다시 보니 엉망이다. 일단 채널이름을 유비tv로 지었는데, 이미 같은 이름을 가진 유튜버가 부동산 강의를 많이 올려놔서, 내 채널은 스크롤을 한 참 내려야 뜬다. ubtv, youbtv 등 비슷한 것들을 다 검색해봤는데, 다 있다. 누가 유튜브는 레드 오션이라고 했나? 하긴 그 말이 나온지도 꽤 오래되었다. 이름을 아직 뭘로 할지도 모른채 일단 영상을 마구잡이로 올리고 있다. 영상을 편집하지 않고 올리다 보니 2시간짜리 영상이 그대로 올라가는데, 내가 다시 보더라도 지루하다. 보통 유튜브는 10분을 넘지 않는다. 2시간 짜리 영상을 프리미어로 구간구간 잘라보니, 하이라이트만 선별하는 것만 2시간이 걸린다. 영상 편집은 정말 노가다의 결정체였다. 자르는것도 어려운데, 이걸 나름의 구성을 가지고 재밌게 만들어야 한다. 정말 재능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차라리 돈주고 편집자를 쓰고 싶은데, 그렇게 까지 해야하나 싶다. 


그냥 방송만 하면 사람이 없고, 유튜브 검색을 하게 하려면 손이 너무 많이 든다. 문제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그래도 이제 사람들이 보는 영상이니 단순히 게임을 해서는 안되고, 아무말이라도 해야 한다. 첫마디가 너무 어렵다. 시청자들이 한 명씩 들어와서 구경하는 경우가 있다. 뭐라도 말해야 하는데,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이건 정말이지 아무나 하는게 아니구나. 유튜브로 돈 쉽게 번다고 욕하면 안된다. 정말 재능있고, 끼있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내 영상을 다시 보니  내 목소리가 너무 작고 역겹다. 녹음된 자신의 목소리를 들어본 이라면 알것이다. 자신의 목소리가 얼마나 끔찍한지. 좀 더 좋은 마이크를 구매해야겠다. 캠도 사서 이제 얼굴도 공개해야 사람들이 올것같다. 얼굴 공개는 정말 너무나 큰 용기가 필요하다. 


컨텐츠도 제한적이다.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게임은 이미 대형 유튜버들이 잠식했고, 새로운 게임은 사람들이 흥미를 가지지 못한다. 내가 좋아하는 게임은 인기 없는 인디 게임이라, 이목을 끌수도 없다. 그렇다면 게임을 소개하는 컨텐츠를 만들어야 할까? 그런 컨텐츠는 이미 너무 많다. 그리고 손도 많이 가고. 역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내가 좋아하서 게임하는데, 그걸 그냥 다른 사람도 구경하면 좋을것 같다. 


게임을 취미로 진지하게 임한 이상 이제는 돈을 투자 해야한다. 

시작은 했는데, 아직 갈길이 멀다. 첫술에 배부를 수 있겠는가. 지금 단계는 이제 채널을 개설하고 내가 게임을 할 때 방송을 키고, 내가 한 게임을 유튜브에 올려서 “볼 사람은 봐라” 정도의 수준이다. 그리고 내 방송을 다시 보면서, 목소리가 작다, 검색을 뭐라고 해야할까? 썸네일이 필요하구나, 하이라이트가 필요하구나, 이렇게 부족한 부분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렇게 발전하면 된다. 



https://www.youtube.com/c/UHDH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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