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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HDH Jul 14. 2021

나에게만 들리는 소리

층간소음으로 살인을 하는 시대이다.

뉴스에나 나오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내가 당해보기 전까지. 

다른 점이 있다면 나의 층간 소음의 정체는 인간이 아니었다. 이 집에 산지 3년. 그동안 층간 소음은 없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나는 꼭대기 층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가끔 옥상에 사람들이 올라가긴 하지만 주말에 빨래를 널러가는 정도이고, 밤에는 시끄러울 일이 없다. 오히려 내가 시끄럽다고 컴플레인이 들어온 적은 있었다. 인과응보인가? 우리 건물 최상위 포식자였던 나에게도 상위 포식자가 있었으니. 


내가 예민한 편이긴하다. 그런데 이건 도저히 잠들수 없을정도이다. 저주파의 우웅거리는 소리가 어찌나 심한지 거의 비행기안에 있는 기분이다. 미칠노릇인것은 내 방에서만 소음이 난다는 것이다. 거실로 나오면 그 소음이 기적처럼 사라진다. 이런 말도 안되는 현상에 내가 이상한가, 내가 예민한가 그냥 저냥 참고 살았다. 그런데 최근에 소음의 수준이 견디기 힘들정도로 강해졌고, 아침에 일어나면 귀에 이명이 들리고 잠을 자고 잔것 같지 않다. 근본적인 개선책이 필요하여 소음의 출처를 찾아 다녔다. 


먼저 의심했던것은 전자 기기였다. 내 방에 있는 모든 전자기기를 의심했다. 핸드폰 충전기, 베란다에 있는 보일러, 세탁기, 컴퓨터 스피커/마이크. 전원도 빼보고 별짓을 다 했지만 소음은 사라지지 않는다. 너무나 고통스러운 시간들이었다. 자고 싶은데 잠이 오지 않아서 쓸데없이 핸드폰 게임을 하다 새벽이 되서야 피곤에 쩔어서 겨우 잠이 들고 다음 날 최악의 컨디션으로 재택근무를 하니 일이 손에 잡힐리 없다. 애꿎은 주변 사람들에게만 짜증을 내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이래서는 안되겠다 싶었다. 이건 사람사는게 아니다. 


그러던 중 몇가지 실마리가 보였다. 이 소음은 항상 들리는건 아니고 나름의 규칙성을 가지고 있었다. 아침이면 소음이 사라진다. 그리고 저녁에 잠들때면 소음이 시작된다. 미칠노릇이다. 혹시 아랫집에서 그 동안 내가 쿵쾅거렸던 것에 대한 복수로 천장에 우퍼 스피커라도 달았던 것일까? 그 때 죄송하다고 사과하고 그 동안 조심하고 있었는데. 참고로 내가 살고 있는 건물은 얼마나 대충 지었는지 아랫집에서 흔들거리 행위(?)를 하면 내 침대가 들썩 거린다. 


소음이라는게 소름돋는게 한 번 들리면 계속 신경이 쓰인다. 소음이 사라지면 오히려 이상하다. 들리기 시작한 순간 안듣는 것은 불가능하다. 소음의 광기에 휩쌓인다. 


특정 시간에만 소음이 발생한다. 그러던 중 어느날 아랫집에서 현관문이 닫히고 소음이 멈추는 것을 발견했다. 혹시? 옥상으로 달려갔다. 옥상에는 에어컨 실외기가 총 6개가 있었다. 이 중에서 내 방에 위치에 해당하는 곳에는 실외기 2개. 그러나 실외기는 생각보다 조용했다. 동작하기 전까지는. 다음 날 소음이 시작되고 나는 옥상에 올라갔다. 실외기는 굉음을 내며 미친듯이 진동하고 있었다. 그 진원의 발생지를 바라보는 나는 기뻤다. 문제의 근본을 찾았다는 생각에. 


이 소식을 주인집 아주머니에게 알렸다. 아주머니는 그게 실외기가 원인이 맞냐고 물었고, 나는 광기에 사로잡힌채 나의 발견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 설명하기 위해서 그림을 그렸다. 소음은 인간을 얼마나 타락하게 만드는지. 

애석하게도 저 실외기는 나의 에어컨과 연결된 녀석이 아니었다. 나의 실외기였다면 내가 지지고 볶고 에어컨을 안쓰든 하겠는데, 남의 집 실외기다 보니까 내가 건들수가 없다. 그리고 심지어 이 녀석이 몇호에 연결되어 있는조차 모르겠다. 알 수 있는 방법은 각 임차인이 호수별로 차례대로 에어컨을 껐다 켜는수밖에 없다. 이러한 시험 계획까지 주인집 아주머니에게 모두 털어놓자 아주머니도 질렸다는 듯 좀 더 알아보자고 말했다. 나는 내가 이 집에 3년이나 살았는데, 그 동안 불만이 없었다는 사실을 어필하며, 이번 소음은 진짜 도를 넘었다는 것을 끊임없이 얘기했다. 


이렇게 글을 쓰는 것도 어쩌면 광기에 쌓여 있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나의 가설을 검증하고, 해결하기 위해서 인터넷으로 조사를 하다보니 쉽게 해결될것 같진 않다. 대부분 소음을 잡는것을 실패하고 1년 뒤 댓글에 결국 이사가는 것이 답이다 라는 말을 남겼다. 그렇다고 아예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라 요가 매트 같은것을 바닥에 대면 완화된다고 한다. 이렇게 글을 쓸 동안 그거 하나 샀으면 해결되었을텐데. 


나의 소음 개선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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