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맑은 공기와 기대하는 온도를 예측하며 깨어남과 동시에 시선이 창밖을 향한다. 내 시선에 머무른 세상만 미세먼지로 뒤덮인 건지 아니면 적당한 습도의 안개가 우리 마을 전체를 에워싸고 있는 건지 마치 내 눈에 비친 현상을 표현하자면 여유로운 '비단안개'를 연상케 했다.
나와 '비단안개'는 의도하지 않게 항상 함께하고 있었다. 아득한 그때, 그 순간 내 마음을 자랑스럽게 했고 그 순간 나를 벅차게 했던 또, 그 순간 나를 아프게 했으며 그 순간 내 감정을 고개를 넘어 다른 곳으로 넘어가게 했던 그런 매 순간은 줄곧 나와 함께 하고 있었다. 시각적으로 내 눈에 교차되어 머물렀다.
비단안개
눈들이 비단 안개에 둘리 울 때,
그때는 차마 잊지 못할 때러라.
만나서 울던 때도 그런 날이요,
그리워 미친 날도 그런 때러라.
눈들이 안개로 둘리 울 때,
그때는 홀 목숨은 못 살 때러라.
눈 풀리는 가지에 당귀 맛 귀로
젊은 계집 목매고 달릴 때러라.
눈들이 비단안개에 둘리 울 때,
그때는 종달새 솟을 때러라.
들에랴, 바다 에랴, 하늘에서랴,
알지 못할 무엇에 취할 때러라.
눈들이 비단안개에 둘리 울 때,
그때는 차마 잊지 못할 때러라,
첫사랑 있던 때도 그런 날이오
영이별 있던 날도 그런 때러라.
<김 소월 시집> 김 소월
김 소월님의 시 비단안개에서 나온 알고리즘
합성함수
f(x)=만남 ° r(x)= 비단안개 =》f(r(x))= g(x)=사랑
g(x)=사랑 ° r(x)=비단안개 =》g(r(x))= h(x)=이별
소월님께 비단 안개는 만남, 사랑, 이별의 매개가 되는 환경, 분위기였다면 나에게는 비단안개와 같은 그런 특별한 뭔가를 떠올리게 하는 모티브가 되는 것이 있다. 삶을 되돌아 생각해보면 과거 어떤 상황에서의 내 감정은 주변 환경과 분위기에 얼마만큼 충실했을까? 외면하며 감추고 지낸 시간들이 반복적으로 이루어진다. 그렇게 살다 보면 지금의 잘 다듬어진 감정과 표현이 마치 정말 내 것인 거처럼 살고 있다. 자신의 맘을 정리하고 감정에 충실한다는 건 참으로 어려운 것 같다. 지금 이 시간부터 내 감정을 알아주고 숨은 내 맘 찾아내기에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그것이야말로 글쓰기나 독서 후 찾아오는 사유의 시간을 더 단단하게 하며 그 후 이루어지는 토론에서는 깊이는 더해지고 적극적인 감정표현을 하는 거라 생각한다.
4월의 '쉼'
도서관을 다녀오며 하늘과 마주하고 자연의 낯선 모습과 접촉했다. 그리고 나의 '관심'에 대하여 생각해 본다. 비단안개를 마주한 것과 같이 뿌연 미세 먼지인지 습도 가득한 주변을 살펴볼 여유 (마음과 물리적 여유 모두를 말함)가 없었다. 늘 반복되는 길과 조금 다른 특별한 길에서도 그냥 목적지만을 향해 나아간다. 시야에서 느껴지는 답답함과는 달리 적당한 기온을 맘껏 누려보려고 손가락 끝으로 느껴지는 온도(21°)를 예측해본다. 봄날을 맘껏 느끼기에 딱 좋은 온도(19°~23°)다. 청소년들과 함께 할 토론방에서 나눌 도서와 성인 토론방에서 선정된 도서 등을 두 팔 가득 안고서 현재의 기온과 습도에 처지지 않으려는 듯 보통 빠르기로 걷고 있다. 움직이는 발걸음이 이 봄을 행복의 중심점으로 평행 이동해 준다.
매번 책을 읽으며 나를 투영한다. 그 속에 존재하는 나를 돌아본다. 그 과정에서 주변이 보이고 다시 생각하게 한다. 맘껏 감정에 집중하고 분산되어 있는 감정을 정리해서 분할과 분배를 해 봤다. 그리고 토론방에서 적극적인 나눔을 한다.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세세한 감정 하나까지 나누니 책과 함께하는 세상이 다시 보이고 공간과 사람 감정 그리고 무엇보다 공감대가 생겼다.
두통을 겪진 않았지만 사유의 시간을 보내며 피곤하다는 인식으로 배경이 바뀌며 '쉼'이 조심스럽게 자리를 잡는다. '쉼'을 간절히 원하는 시간이다. 그래서 눈을 감고 잠을 청한다. 뭔지 모를 꿈으로의 흡수 과정에서 '잠'은 '쉼'으로의 통로이다. 얕은 잠으로 현실과 꿈이 구분이 되지 않고 경계가 없을 때를 생각하면 지금의 '잠' 또한 나를 찾아가고 있는 과정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나를 찾아가는 과정안에서 잠과 꿈은 동일하지는 않지만 합성이 되어 서로에게 새로운 모습과 의미로 존재한다.
특별한 기억은 비단안개에서 시작되었고 '잠과 쉼', '쉼과 잠'의 함수로 관계를 마무리해본다.
f(x)=쉼 일 때, x→∞ limf(x)=0
=》 g(x)=잠 일 때, x→∞ limg(x)=∞
f(x)=쉼 일 때, x→∞limf(x)=∞
=》 g(x)=잠 일 때, x→∞limg(x)=0
위의 잠과 쉼의 관계를 풀어보면 다음과 같은 정리가 성립한다.
쉼의 시간이 늘어나면 누적된 피곤함은 조금씩 사라진다. 잠의 시간이 점차 늘어나면 꿈의 범위도 확장된다.
쉼의 시간이 계속해서 더해지면 사고의 범주가 점점 확장된다. 잠의 시간이 차츰 증가하면 다크서클은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