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도 가득한 날이면 몸이 먼저 반응을 한다. 평소와는 다르게 일어나기 힘들고 몸이 무거워지는 날이면 어김없이 습도를 가득 안고 있던 비가 한바탕 내린다. 겨우 몸을 일으켜 세우고 창가로 갔다. 창 밖으로 보이는 하늘은 단 한 가지 색깔인 어둠으로 주변을 가득 물들였다. 비는 조용히 내렸다가 빗줄기가 더 굵어졌다를 반복했다.
딸의 등굣길 전에 여러 가지 얘기를 나누면서 우산을 꼭 지참할 것을 당부했다. 딸은 짐이 하나 늘었다는 것으로 불편함이 추가되자 불평도 하나 더 생겼다. 우산을 챙겨 나가는 딸의 모습을 바라보며 비와 우산에 대해 머릿속으로 그려지는 이미지를 떠올렸다. 비 내리는 날 나에게 '우산'은 여러 가지 의미를 주는 매개체이다.
하나. 비 내리던 어느 날 우산을 씌워준 고교시절 수학 선생님의 따뜻한 마음이 생각난다. 그 순간 선생님으로부터 시작된 이름에 대한 의미부여로 자신의 이름에 대해 스스로 생각하는 가치가 달라졌다. 그 순간 그분의 미소가 그 가치를 극대화해서 전달해 주었다. 지금 내 삶에서의 한 걸음은 적당한 진폭과 무게감으로 걷고 있는 여러 걸음의 과정에서 안정감과 여유를 전해준다.
둘. [영이의 비닐우산]이라는 그림책에서 보여주듯 영이가 직접 속해 있는 자리에서의 우산과 관찰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우산의 느낌은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영이의 비닐우산]에서는 표지를 가득 메운 찢어진 비닐 초록 우산이 보인다. 그 우산은 크기에서 벌써 영이를 가득 덮어버린다. 책에서의 영이는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과도 닮았다.
영이는 등굣길에 비를 맞으며 잠들어 있는 거지 할아버지를 만나게 되었는데 할아버지를 향한 측은함을 넘어선 영이의 맘이 돋보인다. 동일한 존재를 다른, 다양한 모습으로 보여 준 걸까? 작가는 할아버지의 찌그러진 빈 깡통에서 빗물이 넘치는 설정과 영이의 구멍 난 초록 비닐우산의 대칭성을 보이며 대칭 구도를 함께 가져간다. 거기서 영이의 따뜻함이 묻어 나온다. 영이의 수줍음으로도 비친 글쓰기를 할 때 피해야 할 세 가지 중 하나가 타인의 시선이다. 영이는 그 시선을 피해 아침 자습 이후 밖으로 다시 나와 머뭇머뭇 조심스럽게 거지 할아버지께 자신의 비닐우산을 씌워준다. 그리고 수업이 끝난 후 수줍음을 딛고 그 자리에 다시 갔으나 거지 할아버지께 씌어준 우산만이 담벼락에 덩그러니 가지런하게 세워져 있었다. 여기서 초록 우산은 영이의 마음과 같이 힘들고 아픈 현실과 따뜻한 손길의 희망을 이중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내가 느낀 영이의 초록 비닐우산에서는 '우산=용기'의 공식이 성립된다.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삶에서의 움직임의 방향성과도 일치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위 두 가지 사례를 통한 호기심이 발동되어 우산이 주는 의미에 대하여 여러 가지로 생각해 봤다.
우산의 기울기에 대하여....
보슬보슬 보슬비, 안개비, 이슬비 등 비교적 우리의 감정은 극대화되고 풍성하게 해 주며 몽환에 젖게 하는 위의 '비'와의 만남에선 우산의 기울기 a는 평평한 바닥과 수직에 가깝게 세워져 있다. ( tan45°<a <tan90°)
바람도 없고 잔잔한 흐림이 주는 날의 우산의 기울기이다.
다음으로 조금 센 소나기나 국지성 호우 여기에 바람까지 동반이 된다면 우산의 기울기 a는 방어체계가 앞쪽에 장착되어 있든 뒤쪽에 있든 각도는 45°미만으로 세워지는 움직임을 보인다.(tan30°<a <tan45°)
※여기서 잠깐, 기울기에 대해 설명해 보자면 기울기는 말 그대로 기울어져 있는 정도를 말한다. 수학에서의 기울기는 a=y의 변화량/x의 변화랑=y의 증가량/x의 증가량=tanx을 말한다.
참고. 직각 삼각형에서만 나타나는 삼각비에 대해 정리해 보고자 한다. 직각 삼각형에서는 각 변들 사의의 비의 값, 비율들이 존재한다. 비의 값=비교하는 양/기준량=높이/밑변라고 할 수 있고 이것을 분수 또는 소수로 표현해서 나타내며 그것을 비율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기준량과 비교하는 양은 과연 무엇일까? a대 b처럼 두 수의 양을 a:b를 사용하여 표현한 것을 '비'라고 한다. 그리고 여기에서 a는 비교하는 양이며 b는 기준량이다. 그렇다면 두 양중 무엇이 중요해 보이는가? 역시 단어의 밀도에서 느껴지듯 기준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비의 값=비교하는 양/기준량
으로 나타내어진다.(분수에서 분모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처럼-탄생을 기준으로 엄마가 없는 자식은 존재하지도 존재할 수도 없으나 부모는 자식을 낳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을 수 있다. ex) 0/1=0, 1/0=존재하지 않는다)
가장 기본이 되는 삼각비는 사인, 코사인, 탄젠트 세 가지 경우이다.
sinx는 x 각에 대하여 빗변에 대한 높이의 비를 말한다. sinx=높이/빗변
cosx는 x 각에 대하여 빗변에 대한 밑변의 비를 말한다. cosx=밑변/빗변
tanx는 x 각에 대하여 밑변에 대한 높이의 비를 말한다. tanx=높이/밑변=sinx/cosx
그러므로 tan45=높이/밑변=1(한 각이 45도인 직각 이등변 삼각형은 밑변과 높이의 길이가 같다.)
참고. 시중 문구점에 판매되는 삼각자를 확인해 보자. 두 가지 직각 삼각자와 정삼각형 모양의 삼각자뿐이다. 그중에서 직각 삼각자를 예를 들자면 그 종류에는 30°, 60°, 90°의 각으로 표현되며 그 길이의 비 1:루트 3:2로 나타나는 삼각자가 있고 다른 한 가지는 45°, 45°, 90°의 각에 대한 길이의 비 1:1:루트 2 인 직각 삼각자만이 문구점에서판매하며 이들 각에서 특수 삼각비라는 비의 값이 찾을 수 있다. 비의 값을 기울기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이 나타낼 수 있다. tan45=1, tan30=루트 3/3=1/루트 3
비 오는 날 우산들의 기울기는 그것들이 지닌 형형색색만큼이나 다양하다. 우산들이 나타내는 기울기는 그때 내리는 비의 세기, 풍향, 비의 종류에 따라 달라진다. 낮아지기도(작아지다) 하고 높아지기도(커) 한다. 현상적으로 드러나는 기울기만큼 맘의 기울기도 함께 존재한다. 사실은 그 삶에서 나타나는 현상들로 인해서 맘의 기울기는 더한 감소나 증가를 보이기도 한다.
삶에서는 언제 어디서 폭풍우와 같은 일들이 들이닥칠지 모르기에 그 경험은 고스란히 온몸으로 하게 된다. 그것에서 만들어진, 세워진 기울기는 그와 같은 부정적인 경험일 수도 있는 그 현장에서 만들어진다. 현장에서 만들어진 기울기야말로 삶의 여정이며 맘 공부, 자아 찾기의 진행이라고 생각하면 맘의 기울기는 언제나 변동 가능하며 우산의 기울기 보다도 더한 섬세함과 변동을 보이리라 짐작할 수 있다. 요컨대 우리삶에서 맘의 기울기는 비 오는 날우산이 보여주는 거처럼 다양한 기울기가 존재한다. 또한 우리의 삶에서 중요한 맘의 변화율과 인생 그래프에서는 볼 수 있지만 우산의 기울기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음(-)'의 기울기까지 존재함을 말해 주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