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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 한소 Nov 01. 2022

과정과 결과를 동시에 말하는 '합격'이라는 것

노력이면 되는 거 아닌가요?


정형화된 틀 안의 노력에 대하여. 숙명적인 거처럼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고 받아들였다. 노력은 노력에서 끝나지 않는다. 노력의 의미가 결과에 가려진다. 노력의 가치는 결과로 가중되기도 하고 때론 사라지기도 한다.


노력은 그것 자체로 과정 안에서 빛이 날 수는 없는 걸까? 과정 안에서의 빛나는 모두의 노력을 응원한다. 매일, 거듭되는 시간 사이로 숨어 있는 빛나는 노력을 봐 왔다. 그렇게 쏟아낸 눈물과 땀, 열정과 행복의 웃음을. 달려왔던 시간을 내려놓고 잠시 돌아본다. 아쉬움과 미련 또한 합격이라는 결과가 만들어준 부담과 책임은 아닐까.


세대를 거듭해서 반복적으로 제대로 된 의미를 찾으려 지만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노력의 결과가 따르지 않는다고 해서 처음 시작부터 의미가 없어지거나 과정에서의 열정, 노력이 모두 쓸모 없어지는 건 아니다. 우리는 항상 이해한다고 습관처럼 말해왔다.  알고 있다고.

'너의 노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 , '당신이 얼마나 노력해 왔는지 잘 알아'라고 위로를 건넨다. 때론 지나치게 과정을 응원하며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그건 표면적으로 드러난 대처일 뿐이다. 표면으로 드러난 과한 의지일 뿐이다. 진실한 내면과 끊임없이 싸워야 하는 걸까? 과정에서의 노력에 대하여 반드시 이야기해야 한다. 노력과 과정에 대한 칭찬으로. 더 나은 미래를 위하여 또는 발전을 명목으로 문제점을 반드시 짚어야 하는 걸까?



아이의 실기 시험이 있었던 날 가장 쿨하고 현명한 엄마가 되고자 애써왔던 노력이 한순간 무너진다. 


아이와 나눴던 많은 대화 속에서 스스로 진심을 다해 아이를 응원했다. 지금까지의 노력이 결과로 빛을 발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그걸 강요하는, 강조하는 듯 느껴지는 언행은 자제했다. 지금까지의 노력은 그것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그리고 도전은 먼 미래 아이가 더 단단해지고 수많은 상실감을 딛고 일어서는데 큰 힘이 될 거라 믿는다. 이번 도전은 새로운 경험이며 지나치게 무거운 의미를 두지 않기를 바란다. 다만 경험이지만 그 순간에는 최대로 집중, 몰두하기를 바란다. 이후 결과로 드러나는 상실감에 대해서도 얘기를 나눴다. 자신에게 찾아왔던 지금까지의 수많은 상실감. 어른이 된 이후에 더 많은 상실감이 찾아왔다. 딸아이가 얼마나 긴 시간을 살아야 단단히 다져질지는 모르지만 천천히 그리고 단단히 다져가길 응원한다. 깨지고 부딪히면서 아픔과 상처를 견뎌낸다. 아주 사소한 상실감을 조금씩 만나다 보면 자칫 무기력해지고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기도 한다. 과정에서 색과 모양이 다른 각각의 상실감을 접하다 보면 점차 견디는 힘과 다지는 또 다른 큰 힘이 생길 거라 믿는다. 아이에게 오늘의 대화가 얼마나 의지가 되었는지는 모른다. 다만 믿고 싶다. 엄마의 힘과 행복이 아이에게 전달되었으리라고.


아이는 긴장한 듯 어딘지 모르게 행동이 부자연스럽다. 실기장에 들어가며 몸을 반쯤 돌리고 미소를 지어 보인다. 아이의 미소가 자연스럽지 못하다. 들어가는 아이의 뒷모습에 마지막 시선을 두고 끝까지 눈을 떼지 못한다. 쓸쓸함을 남겨두고 마지막까지 그 모습을 상상에 남겨두려고 한다.



  

이제는 전하고 싶다. 그저 노력이면 되었다고. 노력이면 되었다고. 노력의 결과까지 크게 드러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무엇보다도 큰소리로 전하고 싶은 게 있다. 과정을 즐기고 집중하라고. 즐길 수 있는 과정에 집중한다는 건 큰 힘이라고.


기다리는 시간 안에 아이의 하루하루가 담겨있다. 그 속의 아이는 이제는 실기장에서 즐거움으로 최선을 다해 그림을 그려 내리라. 자신의 책임이 조금 멀리 돌아오느라 길을 잠시 잃었다고 해도 충분히 기다릴 수 있다. 재촉하거나 다그치지 않고.


숨소리를 죽이며 음악소리 흐르는 그곳에 어울리는 시늉만으로도 그곳을 충분히 이해하는 듯했다. 호흡은 꽤 익숙해졌다. 헤어진 후 아이를 기다리며 호흡을 가다듬고 있었다. 잔잔히 몸과 마음이 호흡에 조용히 녹아들었다. 그 순간 아이에게 걸려온 전화벨 소리가 반복해서 울린다. 드디어 오늘을 벗어날 수 있는 간을 맞이한 아이를 안아주며 오늘 참 애썼다고 격려하려고 한다. 마음도 말도 아끼지 않고 전부 전하려고 한다. 지금까지 노력의 과정들에 있어서 참 많이 고생했다고. 그리고 오늘의 도전을 크게 응원한다는 메시지도 함께. 주사위는 던져졌다. 그 어떤 번호도 우리가 미래로 나가는 한 발의 부정적 경험이 되지는 않을 거라 믿는다. 비록 안전하지 않더라도 새로운 한 발을 내딛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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