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정한 이번 쓰작쓰작 글쓰기의 주제는 '행복'에 대하여 정의하기이다. 지금까지 수애에게는 행복이란 지극히 혼자의 감정이었기에 상대나 주변에서 만들어 줄 수 없는 개인적이고 직접적인 감정이라 여겨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의 감정은 외부에서나 타자에게 무척 많은 영향을 받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행복은 언제 느낄 수 있을까? 그 답은 바로 고통에 있었다."
여러 날 행복에 대해 묻고 대답하는 과정에서 답을 찾았다. 보편적이 아니라도 좋다. 고통은 인간이 태어나면서부터 함께 시작된다. 이후 고통을 겪고 이겨 나가며 조금이라도 덜 겪는 과정에서 우리는 아주 작은 행복을 느끼기 시작했다.
수애 역시 행복을 정의 내린다는 사실만으로도 부담스러워했다. 그래서 그 감정에 더욱다가가 세세히 파헤쳐 보기로 했다. 둘러 찾아보니 그녀에게도 행복은 '순간'에 있었다. 주위에 행복해 보이는 타자는 많았다. 비록 그녀의 시선이었지만. 그들의 행복이 자신의 행복이라 정의할 수는 없기에 수애는 다시 행복을 찾아 나섰다.
"행복을 꼭 찾아야만 하는 걸까?" 그녀는 다시 질문했다.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해 준 요 며칠간의 특별한 순간을 간단히 떠올렸다. 개브리얼 제빈의 [섬에 있는 서점]을 읽고 있는 동안 수애는 그녀가 느끼는 그 순간의 감정을 알아 채지 못했다. 책을 덮고 도서관으로 향하는 길, 마음이 따뜻하고 충만하다고 느꼈던 순간을 생생히 기억했다. 크리스마스에 일 년간 착한 일을 많이 해서 산타 할아버지께 받은 선물처럼 기쁨이 넘치고 뿌듯한 순간이었다. 또한 마음의 심장에 따뜻한 피가 흐르는 것을 느끼는 순간이기도 했다. 책 표지를 접하는 순간도 생생히 기억한다. "이건 바로 크리스마스의 기적과 같은 선물이야!"라는 생각이 그녀의 맘을 더욱 격양시켰다. 수애가 찾고 있는 행복은 멀리 있지 않았다. 행복과 함께 움직이고 있었다.
책을 펼쳤고 한 장 한 장 넘기며 여러 번 놀랐다. 짜임을 너무도 탄탄하게 도와준 작가의 필력에도 감탄했다. 작가는 구성에서도 멋지게 새로운 방식을 시도했다. [섬에 있는 서점]은 치밀한 구성 속의 새로운 반전으로 보는 이의 눈을 맑게 해 준다. 책에서의 새로운 시도는 동네 책방의 존재 이유를 알려주는 것으로 그 방향성, 기획의도가 확실하다고 할 수 있다. 수애는 작가의 그런 노력만으로도 뿌듯했다. 책 토론, 동네 독립서점, 책과 관련된 활동 등에 관심이 많았던 수애였기에 작가의 의도에서 감사함이 느껴졌다.
책을 펴낸 작가의 긍정적인 의도를 떠올리며 수애는 책을 읽기도 전에 신뢰감이 생겼다. 책장을 넘기며 이야기가 전개되는 과정에서 각 챕터별로 나타난 소설 제목과 딸 마야에게 리뷰를 하나하나 해주는 피크리의 맘이 너무나 따뜻하게 느껴졌다. 더 깊고 진한 부성애. 그 과정에서 수애는 작가의 독특한 필력이 내용을 더욱 흥미롭게 다가왔으며 넘치는 상상력 또한 느낄 수 있었다. 멤버들은 입을 모았다. 책에서의 반전은 여러 부분에서 색다르게 드러나 있다며. 연지는 책에서 가장 큰 사건의 전환점 한 가지는 피크리의 한정판 책이 사라진 거라 말했다. 다른 한 가지는 서점 앞에 아기가 갑자기 등장했다며 영화는 흥분된 소리를 그대로 옮겼다. 아이를 서점에 두고 간 엄마는 책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틀림없이 맘이 따뜻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준희는 엄마가 아이가 커서도 책과 함께 어우러져 생활하기를 기대한다는 건 이미 서점 주인에 대한 관찰, 관심이 끝난 건 아닐까 하며 호기로운 표정으로 멤버들을 둘러본다. 얼마 후 아이의 엄마가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피크리는 많은 갈등과 생각 끝에 아이를 입양하기로 결정한 마음까지 멤버들에게는 좀 다르게 닿았다. 마음으로 낳고 키운 아빠, 피크리의 부성애. 엄마의 바람처럼 아이는 그렇게 자란다. 도서관에 모인 그녀들 모두 엄마의 모성애를 대신한 다른 결의 진정한 부성애가 느껴지자 가슴이 먹먹했다.
과연 피크리의 한정판 책이 사라진 것과 아이가 새롭게 등장한 사실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는지도 멤버들의 궁금증을 자아내게 했다. 책을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좀 다른 점은 등장시킨 곳곳의 새로운 여러 인물에 대해서 그 인물들 한 명 한 명이 단편적, 기능적으로 쓰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것이 그녀들에게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있게 해 준 이유이기도 하다.
25p
피크리는 나이틀리 출판사를 대신해서 와준 어밀리아에게 싫어하는 책의 종류를 모두 나열합니다. 아주 자세하게 하나하나씩 그리고 냉정하게 천천히 전달합니다. 어밀리아의 입장에서 피크리의 첫 번째 인상을 이렇게 기억합니다. 첫 만남에서 드러나는 피크리의 첫인상이 좋지 않았습니다. 너무나 강하게 불쾌감까지 담고서 싫어하는 것을 전달했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그 시점이 서점을 함께 운영했던 아내가 불의의 사고로 사망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맘의 정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기에 아주 예민한 시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수애는 책의 전개가 마음에 쏙 들었다. 책은 입체적인 구성으로 전개된다. 그녀가 생각하는 책의 전반적인 주제라고 한다면 '성장'이라고 생각했다. 첫 번째 성장은 피크리의 물리적인 성장과 맘이 익어가는 정신적 성장이 가장 두드러졌다. 두 번째 성장은 딸 마야의 물리적 성장과 실제 엄마의 바람처럼 책과 함께 노닐던 그녀의 정신적 성장으로 보인다. 아빠와 딸의 성장을 지켜보는 수애는 제대로 된 변화와 성장에 대해 생각해 본다. 그녀 자신이 꿈꾸었던 진정한 변화의 모습이 아닐까 하고.
수애가 기억하기로 책에서 작가의 의도나 생각이 가장 정확하게 전달되는 문구는 다음과 같다.
"인간은 섬이 아니다. 한 권의 책은 하나의 세상이다."
이 문장에 많은 것이 함축되어 있다. 인간은 외로운 존재이다. 그래서 인간은 홀로 살아갈 수 없다. 떨어져서 홀로 살아갈 수 없는 인간에게 세상과의 연결 고리는 바로 책이다. 수애는 책 한 권을 읽으면서 하나의 세상인 책을 통하여 관계망을 형성하는 중이다. 도서관에 모인 그녀들 모두 책을 통하여 각자 다른 세상을 찾아가는 중이다.
119p
"때로는 적절한 시기가 되기 전까진 책이 우리를 찾아오지 않는 법이죠."
책의 주제가 돋보이는 문장을 찾고 서로 나누었다. 사람은 바뀌어도 서점은 존재하고 그러한 서점을 통해서 우리는, 인생의 하나의 시작이자 연결고리인 한 권의 책을 완성하기를 늘 고대한다.
수애는 오늘도 일상에서의 따뜻함을 선사하고 여러 반전들을 통해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읽었다. 그 과정에서 발견되는 책의 탄탄한 구성과 작가의 필력은 추가된 선물일 뿐이다. 물론 감정이 변화하거나 흠뻑 빠져서 헤어나지 못하는 경우도 일관된 독서습관의 모습일 뿐이다. 도서관 토론 모임에서 수애는 [섬에 있는 서점]을 떠올리며 함께 나눔을 한 자체만으로도 만족감과 따뜻함이 피부에 닿았다. 다른 멤버들의 표정을 함께 읽었다. 읽어 나가는 순간순간이 모인 과정이 너무 좋았다. 수애는 책 표지의 색상까지 작가의 상상력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나눔의 순간이 정말 행복했다. 수애가 찾았던 행복의 깨달음에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이 밀려왔다.
수애는 자신이 정의하려고 했던 '행복'을 다시 짚어본다. 그리고 그녀에게 행복은 지금의 순간이다. "지금 이 순간!" 수애의 행복은 따뜻한 피가 들끓는 사랑이 느껴지는 '순간'에 있었다. 그녀에게 행복은 책을 읽어 나가며 스치듯 다가오는 오감의 순간을 깨닫는 지금의 감정과 느낌이라고 정의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