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 걸까?"
"제대로 된 삶을 관통하는 것이란 어떻게 사는 것일까?"
2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비대면으로 서로의 생각과 삶의 가치, 지향하는 바를 나누었던 토론 모임을 드디어 오프 만남으로 바꿔서 하는 새로움 가득한 날. 설렘과 기대를 안고 도서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수애는 커피 한잔을 손에 꼭 들고 오늘 나눌 주제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푹 빠져 자문자답을 하며 걷고 있었다. "삶을 살면서 나의 자유를 구속하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시간이, 경제적 활동이 수애를 자유롭게 해 줄거라 믿고서 그것을 삶의 목표로 잡고 마치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렸는데 목적지라고 생각했던 그곳에 그녀의 자유는 사라지고 없었다. 어느 순간 수애에게 자유는 결핍이었고 열렬히 꿈꾸는 것, 닿을 수 없는 그곳에 있었다. 성인이 되며 더 열망했던 자유가 그녀에게는 늘 먼발치에 있었다. 경제적으로 자유롭지 못했고 물질과 결혼이라는 제도에 구속되었다. 부당한 일상 속 자연스러운 모든 행위들, 그러면서도 생각이나 관념은 그것에서 절대 빠져나올 수 없을 만큼 그녀에게 국가나 가족, 가정은 자신을 옭아매면서 동시에 방어해 주는 보호벽이었다. 결국 수애를 자유롭지 못하게 하는 것은 자신이 정한 프레임에 있었다.
하늘이 지나치게 맑고 햇살이 유난히 더 찬란했다. 오늘! 수애와 멤버 모두는 서로의 일상에서 늘 쫓고 쫓기며 지금의 순간과는 다른 가능성을 위해 내달렸다. '토닥토닥 토론' 멤버들과의 모임으로 오늘의 나눔은 또 얼마나 깊어질 것이며 여행을 한 것 이상으로 생각의 스펙트럼이 넓어질 거라 기대했다. 그녀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회의실 문을 활짝 열었다.
오늘 그녀들에게 충격과 메시지로 긍정과 부정 그럼에도 나이와 비례해서 쫓고 있는 '자유'에 대해 생각하고 나눌 수 있게 다가온 책 [그리스인 조르바_카잔자키스]을 소개한다. 책과의 인연은 수애의 대학시절 그리고 결혼 후 삶이 절망적으로 다가왔을 때 시작되었다. 일상 곳곳에서 조르바가 전한 자연과 그곳에서의 자유가 위안이 되었다. 조르바와 인연은 그렇게 수애에게 자유의 힘을 전하며 시작되었다. 수애는 이번에 조르바와 두 번째 만남을 했다. 삶의 햇수만큼 조르바와 만남의 횟수에 비례해서 그만큼 조르바를 이해했을까? 그의 자유에 대한 자연스러운 의지와 그것이 바로 삶 속에 녹아 있다는 것을, 온전히 충분히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되었을까? 수애는 잠시 깊은숨을 내쉬었다. 긴 호흡 한 번에 제대로 된 호흡을 한 게 얼마만인지 되뇌었다.
카잔자키스와 수애의 공통점은 묘하게도 니체라는 공통선, 교집합에 있다. 수애는 니체의 삶과 철학을 동경해 왔고 꿈꾸었다. 카잔자키스가 전한 조르바의 삶은 죽음을 두려워하며 영생을 꿈꾸는 그녀나 사람들에게 신선메시지로 강하고 센 망치가 되어 돌아왔다.
그럼에도 20대에는 그의 책을 완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이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물리적 나이라는 시간적 환경과 여성으로의 관념적 제한 등으로 넘을 수 없는 벽이 존재했다. 당시 수애 주변을 에워싸고 있는 공간적 환경은 현재와는 달랐다. 마찬가지로 책에서는 여성을 대상화한듯한 조르바의 태도나 카잔자키스의 문체가 일체 되어 수애의 마음에 더 거슬렸다. 시작에서의 부정적 감정은 그 힘이 책을 대하는 태도 전체를 덮어버렸다. 그때는 그가 전달하려는 진정한 자유가 무엇인지에 집중하기보다는 수애에게 좀 더 자극적으로 다가오는 부분에 힘이 들었다. 조르바는 그녀의 20대의 부정적 기억으로 사라졌다. 그러던 어느 날 결혼제도라는 부당함 그리고 그 속에서 느꼈던 구속을 몸소 체험하고 있던 그녀를 다시 찾아준다.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후 다시 만난 책에서 수애는 자유를 봤다. 진정한 아름다움도 만났다. 조르바의 눈을 통해 자연은 한없이 아름다우며 카잔자키스가 소개한 그리스를 밟아보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수애에게 자유는 아마도 구속이 없는 상태로 다가왔었나 보다. 프레임 안에서 끊임없이 그것을 깨부수려고 노력하며 생각과 실천으로 옮긴다. 결국 스스로 정해놓은 규격 안의 프레임을 깨고 바깥세상으로 나왔더니 그곳이 보였다. 하지만 어이없게도 그곳에서 자신이 한 행동은 다시 새로운 프레임을 짜고 있었다. 수애는 더 이상 원하는 것이 없는 상태의 자유를 그때는 이해하지 못했던 걸까?
그녀들이 입모아 말하는 우리는 주어진 현재, 이 순간에 집중하지 못하고 다른 가능성을 늘 꿈꾼다.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그것이야말로 좀 더 높은 곳으로 발전하기 위한 삶의 태도라고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합리화했다. 수애는 니체가 전한 카르페디엠, 메멘토 모리, 아모르파티를 이제야 온전히 이해하고 조금씩 실천하고 있다. 그것을 바탕으로 완전한 자유를 꿈꾸고 있다. 그래서 그리스인 조르바는 그녀에게 더 특별하다. 수애의 삶을 돌아보고 변화를 확인했으며 지금에 집중하게 했다. 수애가 바라본 조르바는 진정한 호연지기의 삶을 살았다. 최후의 순간 죽음을 앞두고서도 꿋꿋하게 어느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은 자신을 지킨 그 마음이야 말로 완전한 자유라는 생각이 강하게 자리 잡았다.
책은 일상의 역사다.
수애의 삶은 조르바와 함께 변화했다. 그녀의 삶은 월든과 함께 생각과 관념이 달라졌다. 수애와 함께했던 수많은 책들이 그러하다. 삶의 방향을 잡아주기도 했지만 묵묵히 지켜봐 줬다. 사랑으로 기다림과 지킴을 해주었다. 가끔 위안과 힘이 되기도 했다. 문득문득 자연을 접하면 책에서의 자연이 그곳에 녹아있음을 발견한다. 책은 수애에게 삶을 살아온 역사이며 그녀의 자아를 찾을 수 있게 끊임없이 생각하고 갈등하게 해 준 현재이기도 했다.
독서토론 모임을 통해 다시 만난 조르바는 이번에는 더 멋지게 다가왔다. 이번 만남은 완전히 그를, 삶을 사랑할 수 있게 했다. 수애가 꿈꾸었던 호연지기의 삶을 전했다. 부유하면 시간이 있으면... 그녀도 너그러울 수 있고 베풀 수 있고 할 수 있다는 건 지금 순간에 온전히 집중하지 않아서, 못해서 일거라는 생각 했다. 행복하면 그것을 느낀 그만큼 맘껏 표현하고 춤추고 좋으면 호탕하게 웃고 자신 앞에 있는 지금 당신에게 최선을 다해 집중하고 사랑해 보려고 한다.
모임 이후 도서관 밖으로 걸어 나오니 강하게 내리쬐는 햇살이 봄바람과 함께 수애 곁으로 왔다. 팔짱을 끼고 함께 온 봄 에너지가 그녀를 더욱 쾌적하게 했다. 여행을 다녀온 뒤의 맑은 기분과 떠나기 전의 설렘이 그대로 전했다. 여러 곳을 다니며 맛있는 것, 보고 싶었던 것을 충분히 누리다 온 뒤의 여운이 한참 남아 있는 것과 같은 그런 기분이다. 독서가 수애에게 행복이고 자유였다면 토론은 여행이고 그때의 설렘과 기대의 감정까지 담고 있다.
수애에게 독서는 일상의 역사이고 토론은 현재와 미래를 만들어 주며 참여하게 한다. 고스란히 느끼고 받아내고 뱉었다.
그녀가 느꼈던 벅찬 감정을 멤버 모두 공감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녀들은 서로의 생각과 감정을 이해하고 색을 흡수해서 자신의 빛깔로 바꾸게 되었다.
연속되는 삶에서의 특별한 경험처럼 다음 모임에 대한 기대로 콩닥콩닥 설렘이 샘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