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닥토닥 토론에서 오늘 각자 좋아하고 울림을 남겼던 문장을 담아낸, 흠모했던 시인의 시를 소개하려고 한다. 물론 그녀들에게는 줌이라는 조금 다른 공간에서의 만남이 기다리고 있다.
울림을 준 문장, 좋아하는 시, 흠모해 왔던 작가 등 소개하고 나누고 싶은 것은 넘쳤지만 수애는 선택해야 했다. 고민 끝에 그녀는 김소연 시인의 [수학자의 아침]을 소개하기로 마음먹었다. 토닥토닥 토론을 많이도 닮은 그곳에는 선분과 곡선이 공존했다. 균형과 조화를 합주로 보이고 있었다.
맑은 긴 햇살을 가리는 프레임에 갇혀 바라보는 시간, 수애는 다시 답답해졌다. 햇살은 점점 강력해지고 몸 자체에서 발열하는 열인지, 외부의 열기가 점점 커져서 급속도로 몸의 온도가 오른 건지 얼굴까지 달아오르고 있었다. 오후가 되면서 점점 달아오른 열기는 어디가 절정인지 예상하기도 힘들 만큼 열기와 습도는 치솟고 있었다. 집안 전체로 퍼져있는 쾌적함과 냉기로 온도를 적당히 맞춰 몸이 적응하고 반응해 나갈 때쯤 다시 습도와 열기가 치솟는 다른 공간으로 자리를 옮겨야만 했다. 그곳엔더위와 습도뿐만 아니라 줌안에서 토론할 멤버들의 호흡까지도 기다리고 있었다.
외부와의 연결고리를 완전히 차단하고 창밖의 에어컨 실외기 소리가 요란히 들리는 그곳에 자리를 잡았다. 마음을 정돈하고 줌이라는 다른 공간에 집중했다. 여기저기 멀리서 들리는 실외기 소리는 무색 소음으로 둔탁한 합주를 시작했다. 소리가 잦아들며 준비가 다 되었다고 말해준다. 줌 화면으로 들어가니 지금까지 멀리 돌아서 온 관계도 과정에서의 깨달음도 정리가 되었다.
수애에게 자연은 끊임없이 기다렸으며 감정에 휘둘리지 않도록인내와 묵묵함으로 지켜줬다. 자연을 잠시 패널로 모셔두고 줌 속으로 들어가 토론에 몰입했다. 애서중 이번에는 멤버들 각자가 준비한 시를 펼쳤고 소리로 전달했으며 단상을 함께 나누었다. 자연과 주변에 녹아있는 수를 연결해서 슬픔에서 깨달음으로 닿은 시를 소개하려고 한다.
《수학자의 아침》_김소연
나 잠깐만 죽을게
삼각형처럼
정지한 사물들의 고요한 그림자를 둘러본다
새장이 뱅글뱅글 움직이기 시작한다
안겨 있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
안겨 있는 사람을 더 꼭 끌어안으며 생각한다
이것은 기억을 상상하는 일이다
눈알에 기어들어 온 개미를 보는 일이다
살결이 되어버린 겨울이라든가, 남쪽 바다의 남십자성이라든가
나 잠깐만 죽을게
단정한 선분처럼
수학자는 눈을 감는다
보이지 않는 사람의 숨을 세기로 한다
들이쉬고 내쉬는 간격의 이항대립 구조를 세기로 한다
숨소리가 고동 소리가 맥박 소리가
수학자의 귓전에 함부로 들락거린다
비천한 육체에 깃든 비천한 기쁨에 대해 생각한다
눈물 따위와 한숨 따위를 오래 잊고 살았습니다
잘 살고 있지 않는데도 불구하고요
잠깐만 죽을게,
어디서도 목격한 적 없는 온전한 원주율을 생각하며
사람의 숨결이
수학자의 속눈썹에 닿는다
언젠가 반드시 곡선으로 휘어질 직선의 길이를 상상한다
수애가 정리한 시의 단상이다.
수학은 증명된 공리의 학문이다. 이미 결정된 수학은 생명력 있게 변화하지 않는다. 우리가 존재하는 현실은 대부분이 숫자로 표현되고 있다. 그런 세상은 지나치게 이성적이고 차갑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리고 그 차가움은 죽음으로 이어진다. 시인은 수학이 죽음과 맞닿아 있다고 얘기한다.
지금 나의 자리, 위치에서 주변을 보면 수많은 선분이 보인다. 선분으로 이루어진 수도 없는 사물들이 자연스럽게 때론 인위적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현실을 구성하고 있는 선분은 단정하고 가끔 냉철해 보이며 때로는 외롭고 고독해 보이기도 한다. 과거의 건축물에는 휘어진 곡선 문양들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아주 잠깐 동안이라도. 그건 바로 사랑(정)의 변화라고 생각한다. 과거와 현재가 다른 모습의 사랑으로. 언젠가 휘어질 직선의 길이. 관념의 변화일까.
시인은 사람의 숨결을 냉철한 수학자의 이성에 닿게 했다. 아주 가끔 휘어질 부드러운 곡선의 아침을 맞이할 수 있도록. <수학자의 아침>에서는 시인의 다채롭지만 절제된 감정들이 고스란히 묻어있다. 사람의 감정이 극에 달하면 어떠한 감정 경로를 통하더라도 슬픔이라는 종착역에 이른다고 했다. 결국 그 슬픔은 그녀들의 깨달음과 연결된다.
시에서의 단정한 직선은 슬픔으로 연결되고 슬픔은 깨달음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수애는 자신의 숨결이 수학자의 속눈썹에 닿아 언젠가 반드시 곡선이 될 직선의 길이를 상상해 보았다. 그녀는 열정 가득했던 20대에는 단정함에만 많은 힘을 쏟았다. 지금의 그녀는 삶의 햇수가 차곡차곡 쌓이면서 꼿꼿함 대신 유연한 삶에 좀 더 고개를 숙이고 귀 기울이게 되었다. 비록 선분이 늘어지고 늘어나 더 이상 탄성의 여유로움이 없어졌지만 유연한 곡선 같은 그런 삶을 지향해왔다. 수애는 자신이 처음부터 계획한 삶은 아니었지만 프레임 안의 수학의 냉철함이 슬픔과 죽음을 알게 했고 깨달음을 준 것처럼 아주 가끔은 완전히 다른, 새로운 세상을 바라보았다.
자칫하면 수학의 공리는 진리라는 테두리로자신을 프레임 안에 가두게 된다. 변화 없고 생명력을 지니지 못한 그곳에 변화하려는 불편한 자신을 가두는 것인지도. 그 세계에서 침잠된 깊이를 힘들게 뚫고 나와 수애는 변화의 아침에서 비록 크게 역동적이지 않으나 새로운 감각과 감정을 포착하려고 한다.
바깥세상을 가득 메운 에어컨 실외기 소리가 무색 소음으로... 둔탁한 저음으로 합주를 했다. 수애와 멤버들 모두 소리에 취해 고온과 습도가 한꺼번에 휘몰아치지만 머물렀던 줌에서 나올 때까지 답답한 습도를 잠시 잊고 합주에 귀를 기울였다.
발췌문>
"정지된 사물들의 고요한 그림자를 둘러본다
새장이 뱅글뱅글 움직이기 시작한다"
"사람의 숨결이
수학자의 속눈썹에 닿는다
언젠가 반드시 곡선으로 휘어질 직선의 길이를 상상한다"
질문) 지금까지 자신의 관념에 의한 시선으로 그렇지 않았던 것들이 어느 날, 어느 순간 '시'에서의 아침과 같이 새로운 환경, 감각에 의해 문득 다른 특별한 풍경으로 포착되었던 경험이 있나요? 경험을 함께 나눠볼까요.(덧붙여 말하면 지금까지의 세상과 지금 문득 경험한 세상이 다르게 느껴졌던 경험이 바탕이 되면 이해를 도울 수 있을 듯)
선분과 곡선이 보인 세상의 합주는 조화와 균형을 보여준다. 멤버 각자가 선보인 시는 [수학자의 아침]과 연계되어 또 다른 세상을 보였다. 결국, 삶의 표본인 책이랑 토론이랑에서 조화와 균형을 찾을 수 있었다. 토닥토닥 토론에서도 수학의 세상처럼 언젠가 휘어질 직선이지만 곡선으로 가는 길목에서 그 합을 찾아본다.
수애는 오늘 그녀들과 함께한 그 시간을 돌아보았다. 토론에서의 시간은 여전히 그녀의 가슴을 뛰게 한다. 직선과 곡선으로 이루어진 삶을, 오늘도 조화와 균형으로 보여준 토닥토닥 토론이 함께했다. 삶의 깊이를 나누고 감정의 종착지인 슬픔으로 돌아왔다. 다음의 열정은 다시 남겨두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