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수애가 추천한 책으로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을 민낯 그대로 보여주는 책이었다. 저자는 계급과 성 정체성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찾고 그 근원으로 되돌아가는 과정을 보여주었다 《랭스로 되돌아가다_디디에 에리봉》의 책 이야기를 나누기 전에 수애는 습관처럼 시간과 아쉬운 마음을 달래줄 멤버들의 빈자리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얼마 전에 있었던 청소년들과의 토론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자신을 찾고 자아에 대해 생각하고 나누려니 문득 이미 어른인 멤버들의 시선과 의견도 궁금해졌다. 토론 시작 전이라 먼저 모인 멤버들과 충분히 나눌 수 있는 내용이었다.
《주머니 속의 고래》에 대해... 먼저 그날을 떠올려본다. 수애는 청소년과 나눔을 한 토론을 다음과 같이 요약해서 멤버들에게 들려주었다.
저녁식사를 하기엔 좀 늦은 감이 있는 오후 8시... 청소년들과 함께하는 토론은 뭔가 바쁜 일상을 잠시 접어두고 피톤치드 가득한 쉼이 있는 숲으로 흡수되어 들어가는 기분이다. 벌써 2년이 다 되어간다. "시간은 바늘로 재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가지고 있는 부피와 질량으로 재야 하는 게 아닐까?" 이번 모임에서 나눌 책[주머니 속의 고래]에서 준희가 했던 말처럼 우리가 함께한 독서 토론은 2년이라는 물리적인 시간보다는 함께 하며 생각을 나누고 귀 기울이며 마음을 표현한 질량과 부피가 공기를 가득 메운다. 그래서 친구들과 함께 할 앞으로의 시간이 더욱 기대된다.
고양시 독서 동아리 중에서는 청소년들과 어른이 조화를 이루며 함께 성장하고 그 과정을 지나온 토론팀은 단연코 우리 모임뿐일 거라고 확신하고 있다. 매 달 둘째 넷째 주 목요일 8시에 우리의 줌 창이 열리고 지도, 내비게이션의 도움으로 약속 장소를 찾아가듯 온라인상의 목적지를 찾아 그곳으로 들어간다. 아이와 어른 모두 바쁜 일상을 잠시 멈추고 자신이 속한 주변 분위기를 색다름으로 꾸미며 다소 과장된 표정과 동작으로 인사를 나눈다. 소통 이후에는 소통 전에 느꼈던 설렘이나 기대와는 또 다른 통쾌함과 뿌듯하고 시원함이 가슴 한가운데 자리 잡는다. 생각 역시 뭔가 지침서를 읽어낸 것처럼 간단하고 명료해진다. 줌 주소를 통해서 약속 장소에서 만나야 할 시간 이전에 멤버들은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책임과 의무는 누구에게나 공평하지만 표현과 색은 다양하고 모두가 다르게 표출된다.
각자 책을 읽은 후 단상을 올리고 그것을 서로 나누며 발췌문을 공유하고 질문을 한다. 질문에 대해서는 돌아가며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데 그때의 대답이란 서로 나눔의 연장선이며 생각 나누기일 뿐이다. 지금의 나눔도 성장의 한 부분이기에 아이들 모두 각자의 환경과 성향에 따라서 제각각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누군가는 아주 큰 아픔으로 또 다른 누군가는 적당히 평범하게 성장통을 겪어 나간다. 아이들과 함께 어른들도 성장해 나간다. 강한 척 어른이니까 견뎌야 해!라고 하기보다는 그들도 토론방의 구성원이자 성장해 나가는 하나의 인간이라고 전하고 싶다. 그리고 아이들도 그렇게 인정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시간이 지나서도 토론방이 꾸준히 진행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수애는 우리 아이들을 응원한다. 물론 그 지속에는 어른들의 정신적 육체적 건강이 무엇보다도 소중한 담보가 되어야겠지만.
수애의 단상과 아이들의 질문이 이어진다. "지금 우리가 속한 이곳은 차고 넘치는 시대, 표면적으로는 결핍이 결여된 시대입니다. 정보화와 물질 만능의 세계를 살아가는 우리가 진정 놓치고 사는 것은 무엇인지 다시 돌아보게 됩니다. 책과 처음 만난 것은 아주 오래전이었습니다. 졸업과 동시에 결혼을 하며 일과 가정이라는 늪에서 허덕이고 있었죠. 이전부터 품어왔던 꿈과는 점점 거리가 멀어졌던 그때 한 손에 잡히는 짧은 책을 학생의 권유로 읽게 되었습니다. 어설픈 마음 닿음으로 우리의 꿈, 나의 꿈에 대해 한참을 생각했습니다. 어린 시절 나의 꿈,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된 꿈, 결혼 이후 멀어졌지만 잊지 않고 주머니 속에 꼭 쥐고 있었던 꿈.
이번에 딸에게 책을 권하면서 새로움으로 책에 다시 닿았을 때는 내 삶이 보였습니다. 스토너의 물음처럼 나는 내 삶에 무엇을 기대하는 걸까요? 꿈이 기대로 바뀌었습니다. 꿈을 꾼다는 건 희망적이고 긍정의 의지가 드러나지만 모두에게 저절로 주어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꿈은 변했지만 변한 꿈이 물리적 양으로는 이전처럼 원대하거나 크지는 않을 수도 있죠. 소소한 일상에서 꿈꾸고 나눔을 하는 것이 행복합니다. 그렇게 만들려는 삶이 앞으로 나아가고 지금 꾸고 있는 꿈은 아닐까요.
책 속에 등장하는 네 명의 친구들은 각자 다른 방법으로 꿈을 키우고 찾아갑니다. 지금 우리 청소년들이 꿈조차 꾸지 않는 현실과는 달리 보이고 그것 자체가 기대와 희망으로 느껴집니다.
짧은 책 속에서는 친구들과 나누고 생각해 볼 여러 가지 논제가 등장합니다. 다소 평범해 보이는 가정에서 자신의 꿈을 키워나가는 현중, 아직은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두려움 속에서 자신의 의지를 양보하며 현실과 싸우고 있는 민기... 지금의 청소년들과 많이 닮았죠. 결핍이 넘치고 넘친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연호와 준희. 연호와 준희의 가정에서는 우리가 생각해 볼 논제가 여러 가지 등장합니다. 사각지대의 소외된 소년소녀 가장에 대한 지원과 정책 마련, 공개입양의 찬반 등...
생각이 많고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 청소년 시기 그들 역시 치열하게 싸워 나갑니다. 잠시 잊었다면 비록 아픈 상처들을 통한 것일지라도 자신들이 정말 좋아하는 것, 끝까지 포기하거나 버릴 수 없는 것, 꾸고 있는 것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고민하길 바랍니다. 책 속 연호의 말처럼 고민하고 노력하시길... 모두를 응원합니다! "처음엔 그런 날이 올까 싶었지만 이젠 스스로 그렇게 되도록 만들고 싶었다."
<발췌문>
시간은 시곗바늘로 재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가지고 있는 부피와 질량으로 재야 하는 게 아닐까? 그럼 내가 우리 가족과 함께한 시간의 부피와 질량은? 얼마만큼일까?
<수애의 질문>
가족들의 사랑과 축복 가운데서도 준희는 끊임없이 결핍이 있는 자신을 바라봅니다. 마치 행복한 세상의 이방인처럼... 준희의 마음이 가족과 스스로를 힘들게 하는데요. 여러분이 생각하는 가족과의 또는 친구들과의 시간... 시간은 시곗바늘로 재는 것이 아니라 부피와 질량으로 재는 것이 아닐까라고 했는데 여기서 준희가 말하는 부피와 질량은 무엇일까요? 측정해 본 적이 있다면 도대체 얼마일까요?
청소년 중 한 명이 [주머니 속의 고래]에서 고래의 의미에 대한 질문을 올렸고 잠시 시간을 가진 이후 나온 그들의 생각에 대해 개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가 생각하는 주머니는 보편적으로 작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고래는 크고 귀하다. 고래가 점점 커지면 결국 주머니 밖으로 밀어내거나 스스로 나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과연 고래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고래는 주머니 밖으로 스스로 나갈 수 있는 용기가 아닐까? 또는 나가기 전에는 전혀 몰랐지만 꾸준한 노력과 태도로 나갈 때까지 보여준 가능성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그리고 연계해서 고래를 가능성을 믿어주고 인정해 준 부모님이라는 친구도 있었다. 친구들 얘기를 경청하며 물론 고래는 희망과 기대 그리고 자신의 가치를 끝까지 알아주는 믿음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고 수애는 문득 고개를 돌려 생각해 본다. '주머니'라는 단어와 조화를 이루는 캥거루와 엄마의 자궁 그리고 생각이라는 카테고리가 연결되어 끊임없이 주머니가 쏟아져 나온다. 가끔 수애가 생각한 캥거루의 새끼는 어미의 주머니에 들어가 의무와 사랑의 중이적 감정을 느끼며 안전하게 보호되었다. 그 보호의 극한은 새끼에게 필요하다고 느낄 때까지다. 수애는 모성애에서 시작된 움직임 변화를 가장 잘 확인할 수 있는 엄마의 자궁에 대해 다시 생각했다. 또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아기를 처음 가질 때부터 보호와 사랑의 마음을 당연히 포함하고 있다. 그 주머니 속에서 모든 면역을 길러진다. 또 다른 연결 카테고리 생각 주머니.하물며 생각 주머니 또한 생각을 담을 수 있으며 점점 커질 수도 있고 적당한 때 멈출 수도 있다. 좋은 공기와 영양분이 될 수 있는 주변의 이슈들 그리고 책과 사랑이 생각을 점점 성장시켜 주머니 밖으로 나올 수 있게 만든다. 그것은 새가 알을 깨고 나올 때 밖에서 어미새가 함께 알을 쪼아 쉽게 나올 수 있도록 돕는 것과 닮았다. 결국 '줄탁동기'는 고래를 나타내는 다른 표현이며 자의적, 자발적인 노력의 힘과 주머니를 뚫고 나올 수 있도록 돕는 어른들의 역할이 함께 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주머니는 가능성에 가장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변화가 되어 뭔가 다른 성질이나 모습으로 나오는 가능성. 가능성을 발현시켜 주는 부모가 될 수도 있다고 믿는다. 그 과정에서 매개인 용기나 믿음 신뢰가 있어야 가능성이 발현되리라 믿는다.
수애의 단상과 발췌문 질문까지 들어준 도서관 멤버, 그녀들 가운데 가장 먼저 입을 뗀 건 준희였다. 고래는 새와 같은 의미라는 생각을 조용하지만 무겁게 드러냈다. 결국 그녀는 '자아'라는 결론을 내렸다. 성장해 나가려는 자아. 새로운 목적지를 찾아가며 끊임없는 항해 속에서 가능성을 발견하고 믿음과 용기가 함께 나아가는 '자아'가 아닐까 생각한다고말했다.
연지는 마지막으로 주머니는 '가능성'에 가깝다고 얘기한다. 변화되어 뭔가 다른 성질이나 모습으로 다가오는 가능성. 가능성을 발현시켜 주는 것은 부모나 어른이라고 말했다. 그 과정에서 매개의 역할로 용기나 믿음 신뢰가 있어야 가능성이 더 빨리, 제대로 발현될 거라고 덧붙였다.
수애는 《랭스로 되돌아가다》를 하기 전 멤버들과 지금의 청소년들의 꿈과 자아를 찾아가는 성찰의 과정을 느끼고 공유하며 나누고 싶었다. 질풍노도의 사춘기 시절 자신의 꿈을 좇아 나아가는 4명의 친구들, 그 외의 친구들이 보여준 그 과정은 우리 어른들 또한 걸어왔던 길이며 지금도 함께 성장일기를 쓰고 있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 수애는 [주머니 속의 고래]는 공감하고 감정이 이입된 책 속의 어른들과 친구들의 '꿈'이 과거부터 현재까지 진행 중이었다고 말하며 눈을 반짝였다. 그 꿈은 현재를 미래에 연계해 주는 매개의 역할이라고 다시 힘주었다.
책과 책을 통해 알게 된 '꿈' 희망을 품은 마음은 모두 흔들리던 이 봄에 그녀들을 찾아온 뜻밖의 선물이었다.
토론 시작 전에 비어있던 자리가 거의 찼다. 멤버들의 얼굴은 상기되어 있었다. 모두 자신의 꿈을 잊고 살았던 것처럼 유난히 눈이 반짝거린다. 바로 앞에서 집중해서 얘기를 듣던 선미의 가슴 뛰는 소리가 수애의 귀까지 들린다. 그 소리는 마치 꿈을 향해 나아가는 자세며 태도가 얼마나 열정적인지 내면을 뚫고 올라온 소리였다. 정숙은 자신도 꿈이 있었는데 그 꿈이 방향을 잃고서 사라졌다고 말했다. 눈물을 글썽이며 말하는 눈은 진심과 그녀가 지금도 가능성이 될, 기대가 될, 믿음이 될 꿈을 찾고 있다고 말하는 듯했다. 준희는 여전히 꿈이 거대한 산처럼 보였다. 포부도 노력도 대단한 그녀들. 자신을 찾기 전의 자신, 그녀들은 모두 무엇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수애는 생각한다. "나의 꿈은 무엇이었나. 무엇일까! 지금 나는 어디로 가는가. 삶에서 무엇을 기대했든 지금 나는 행복한가. " 터질듯한 심장을 간신히 잡고서 천천히 생각을 더듬는다.지금 토닥토닥 토론으로 향한 발걸음 그 시작은 희미했던 세상으로 빛을 찾아 나가려는 주머니 속의 고래, 그녀의 자아를 찾고자 하는 기대였다.
수애는 다시 기대해 본다. 누군가의 주머니에서 꿈틀대는 아주 작은 고래. 누군가에게는 아주 큰 꿈, 깊은 신뢰, 믿음 그리고 자신을 찾아가며 했던 수많은 기대. 여기 도서관에 모인 멤버들도 그 아이들도 주머니에서 꿈틀대는 고래를 잘 잡고 억누르기도 하며 적당한 때를 기다려 힘 있게 날아오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