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혀 다른 우주의 좌표가 지구의 나를 가리킨다면

지구 안의 한아뿐

by 무 한소

조금 특별한 주제의 카테고리가 연결되어 투표창에 올라왔다. SF소설 7편이 올랐다. 다소 철학적이거나 양자역학 내용을 담고 있는 심오한 소설도 있었다. 7편 이상 다수의 후보가 오를 경우 복수로 선택할 수 있었다. 이번 달 리더인 수애는 투표창에 7편의 소설을 소개와 함께 올렸고 작품들 간의 경쟁은 치열했다. 마침내 투표창이 종료되었다. 복수 선택이 가능했기에 6표를 받은 [지구 안의 한아뿐]이 이번 달 도서로 선정되었다.


sf소설은 독자에 따라 호 불호가 확실하게 구분되었다. 요즘 sf소설은 과거에 비해 공상과학 소설과는 다른 조금 더 철학적이며 사회 고발적 시사적 내용을 많이 담고 있다. 때로는 범죄학 관점으로도 접근한다. 수애는 수를 사랑해서 긴 시간 자연에 머무르기를 좋아했다. 수학을 가르치면서 수학이라는 학문을 진심으로 존중하며 수의 세계에서 꿈을 꾸다 현실로 빠져나오곤 했다.


토닥토닥 토론을 구성하고 있는 멤버들을 한 명씩 살펴보면 각기 다른 성향과 모습을 보인다. 그중에서도 수애는 독보적으로 이공계 성향인 듯 보이나 어쩌면 가장 감성적인 구성원이라 할 수 있다. 모임의 리더인 준희는 문과적 성향이 가장 강해 보이지만 누구보다 이성적인 성향을 가진 구성원이다. 정숙은 사실 안개에 가려져 정확한 성향을 파악하기 힘들지만 이성적인 것처럼 위장된 감정적인 성향의 일원이다. 선미는 몸을 움직이는 공감각이 발달했고 사고가 상당히 유연한 사람이다. 그녀는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다. 가끔 마음이 지나치게 다정해 조건과 성향에 상관없이 어떤 상황을 무조건적으로 수용하곤 했다. 수애는 무조건적 수용은 결과적으로 절대적 배척보다 때론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다른 멤버 혜린은 초창기부터 모임을 함께했던 구성원이자 토닥토닥 토론의 정신적 지주라고 할 수도 있다. 인생의 수많은 경험과 세월에서 오는 지혜로 대부분 이해를 하려고 애쓰고 노력한다. 혜린은 그동안 참으로 힘이 들었었다. 모임 초창기에는 에너지와 온도가 다른 집단에서 혜린 본인의 에너지와 온도를 잃어버린 건 아닌지 염려하기도 했다. 수애는 이해와 배려가 일상인 듯 보이나 나름 고집이 있는 그녀를 잘 알기에 혜린이 바라본 한아의 모습은 과연 어떻게 그려질지 가장 궁금했다. 수애가 그려 낼 한아의 생각과 지구를 사랑하는 맘이 그녀의 마음처럼 제대로 읽힐지.





"2만 광년을, 너와 있기 위해 왔어!"



과연 물리적 거리 2만 광년은 그녀들의 이성의 사고에서는 짐작이라도 할 수 있는 거리일까? 수애는 아마도 짐작조차 할 수 없는 거리이리라. 평범한 인간의 힘으로는 닿을 수 없는 거리라는 걸 그녀는 잘 안다. 그런데 만약 외계인이 그녀들 중 누군가를 만나고 함께 있기 위해 짐작조차 할 수 없는 그 거리를 왔다면 어쩐지 두려움과 로맨틱한 감정이 섞여 공존하리라 예상된다. 외계인 경민이의 멘트. 흔한 연인의 관계에서는 가능한 멘트이자 사랑의 표현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친 순애보적 철학이 느껴졌다. 수애의 감동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아주 긴 시간 한아를 사랑해 온 외계인 경민은 한아만을 특별하게 생각해 왔다. 경민이 실천으로 옮겨 매우 특별한 삶을 살고 있는 한아만을 생각하여 지구로 찾아왔고 이후 수애의 감동은 두려움으로 바뀌게 되었다.


여기서 멤버들의 의견은 순서를 가리지 않고 넘쳐났다. 작가가가 의도한 장치인지. 한아는 저탄소 생활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현실에서의 환경운동가라고 할 수 있었다. 경민이가 특별하게 생각할 만큼 그 마음이 소중한 존재였다. 아쉬울 만큼 환경과 지구의 미래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사람이었다. 지구를 사랑해 왔고 사랑했다. 치약도 덜어서 쓰고 그래서일까. 그녀의 직업도 리폼 디자이너였다. 그녀의 생활 철학 때문인지 남자 친구 경민이와의 만남도 11년이나 되었다. 토론 멤버 중 선미는 한아와 닮은 구석이 많았다. 한아와는 색깔이 많이 다르고 새로움을 찾아 항상 움직이는 경민이가 유성우를 쫓아 홀로 여행을 떠나면서 사건은 발생했고 토론 멤버들의 의견은 극으로 갈리기 시작했다. 경민이가 떠난 후 한아가 서로의 관계에 대해 어느 정도 체념하고 있을 때 캐나다에 운석이 떨어지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후 사라진 아폴로... 그리고 너무나 낯선 모습의 경민이가 제자리를 찾아온다. 하지만 그는 경민이의 이름과 겉껍데기만을 지닌 외계인이었다. 창의적 내용에 작가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녹여낸 장치까지 모든 게 마음에 든다는 쪽과 작가가 전하려는 내용이 넘쳐나 궁극적으로 전달하려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는 쪽이다.




이후 외계인 경민이의 지구에서 한아뿐 그 누구도 아닌 한아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절절한 사랑이 드러나면서 수애는 양가적 마음에 놓이게 되었다. 두려움과 용기의 감동. 위험 가운데서도 동경하는 지구를 찾은 그의 모습에 응원의 힘을 실어본다. 그가 지구에 남을 조건으로 한아는 결혼을 결심하기에 이른다. 이후 외계인 경민이 보여준 사랑과 애틋함은 토서관에 모인 그녀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그 모습과는 사뭇 다른 자유이용권을 얻어 신나게 우주여행 중인 x경민이의 이기적인 모습도 나름 상상을 하며 가슴 한쪽이 아렸다. 죽기 전 마지막으로 한아를 찾아온 x경민이를 보며 외계인 경민이가 선택한 사랑에 대해서 감동하며 토론을 하던 몇몇은 흐느꼈다.


수애가 지금까지 만난 정세랑 작가의 책은 sf소설이라고 하기엔 생활에 스며있으며 과학 이야기라고 하기엔 너무나 로맨틱했다. 그 감각에 수애는 매번 놀라웠다. 일상에 녹아 있는 듯한 이야기를 허무맹랑하게 풀었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환경문제로 시작해서 지구와 우주의 미래까지 걱정하고 염려하는 작가 특유의 섬세한 천재적 상상력까지 엿볼 수 있다. 수애가 오래간만에 만난 작가가 20대에 이미 썼다는 이 소설은 젊음의 특징인 무모함이나 지고지순한 열정적 사랑 등 젊은 감각으로 가득 채웠다. 거기에다 가독성까지. 어디까지나 수애의 단상이다.


수애는 토론 마무리에 지친 여름날 길지 않은 적당한 양의 페이지 수가 부담 없다고 말하며 상상력과 사랑의 지구의 별 숲에서 허우적대고 놀고 싶다면 이 책을 반드시 읽어보길 주변에 추천했다.


토론을 하며 반복해서 나온 이야기를 정리했다. 비건, 업사이클링, 진정한 스몰웨딩, 저탄소 배출 운동 등 한아와 외계인 경민이 함께 만들어가는 지구를 소중한 지구로 가꾸기, 그 속에서의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삶 그게 바로 진정한 사랑이라고 수애는 그녀들의 단상을 모았다. 지치고 무기력한 여름 sf라고 하기엔 너무나 로맨틱한, 몽글몽글한 사랑이야기로 시원하고 달달한 시간을 보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101p

그거 알아? 내가 너한테 반하는 바람에 우리 별 전체가 네 꿈을 꿨던 거?


93p

나도 저렇게 여기에 왔어.

2만 광년을, 너와 있기 위해 왔어


205p

"그때 내 자리와 모든 걸 넘기고 떠난 건, 짐작처럼 이기적인 행동은 아니었어. 언제나 충분히 채워주지 못했던 걸 알고 있었으니까. 네가 티를 낸 건 아니지만, 티를 내지 않아서 더 신경 쓰였거든. 너무 애쓰고 있는 것 같아서."


<질문> 자신만의 고유한 것은 그를 표현하기도 하고 성향을 나타냅니다. 그의 그녀를 티 내지 않고 표현하지 않아도 신경 쓰고 알고 있습니다. 잘하고 있는 것과 힘이 되지 못하는 것까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는 말하지 않아도 모두 알고 있다고 착각하며 살아갑니다. 그렇게 남게 되는 미안한 잔여 감정은 후회라는 안타까움만을 남게 하지요. 여러분에게는 그러한 대상이 있나요? 진정으로 표정으로도 그들의 마음을 그대로 읽어낼 수 있는... (경민이는 말하지 않아도 책임감 없이 떠난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 알고 있었기에 후회하지 않는다는 정당함과 합리성을 찾아냅니다.)




함께했던 소중한 토론시간, 그녀들은 서로 감정 낭비 대신 자신의 감정을 살펴볼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혜린은 작가의 삶에서 더 나은 생활태도와 사랑 등을 여러 경험을 통해서 소중한 것, 거기서 나오는 메시지가 무엇인지를 지적했다. 선미는 존재하는 세상에 대한 우리의 왜곡된 사랑과 지구를 많이 걱정하는 작가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는 책이라고 마무리했다.


혜린의 생각을 들으며 수애는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졌다. 아~~~ 이래서 사람들이 시간과 경험을 말하는구나 싶었다. 표정을 보니 다른 멤버들도 같은 마음인 거처럼 느껴졌다. 경험과 함께한 시간이 경이롭다. 혜린의 발산 형태는 대부분 잔잔했다. 모두를 감동시키고 포근히 안아준다. 마무리를 하며 정리하던 중 바라본 토닥토닥 토론의 모습에서 오늘은 평소 강하게만 느꼈던 멤버 영화의 눈빛이 가장 촉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