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물 칼국수의 항등식

해물 칼국수-해물(편견과 선입견)=해물 빠진 칼국수+정성과 사랑

by 무 한소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대로 돌아가니 점점 외진 곳을 향했다. "이런 곳은 찾아오기도 힘들겠어요." 그러면서 "네이버에 소개된 맛집 맞아요?" 하고 다시 묻는다. 남편이 네이버에서 소개한 맛집이라고 리뷰가 좋다고 했다. 그때, 딸이 리뷰가 몇 개인지 물었고 남편은 "3개... 근데, 별점은 모두 다 5점, 4.5점이라고..."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모두가 참고 있었던 웃음을 터트렸고 차 안은 폭소로 한참 동안 시끄러웠다.


잠시 후 많은 건물을 지나 멀리 홀로 '은행나무 칼국수'라고 써진 간판이 보이는 목적지에 도착했다.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남편의 입장을 생각해서 별말 없이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낮 한시라 점심 장사로 한참 바쁠 시간이었지만 일요일이라서 그런 건지 아님, 정말 잘못 찾아간 건지 식당 안은 텅 비어 있었다. 조금 불편한 맘으로 칼국수 4인분을 시켰다. 시간이 조금 걸려서 나온 음식은 정갈했다. 면은 반죽한 것을 기계가 아닌 손으로 직접 썰어서 모양은 불규칙했지만 씹히는 식감이 좋았다. 육수는 해물은 아니었는데 여러 가지 재료로 다시를 낸 것을 이용했고 조미료가 많이 가미되지 않은 깔끔한 맛이 나에게 꼭 맞았다. 김치도 국산 고춧가루를 주재료로 사용해서 사장님께서 직접 담으셨다고 한다. 음식점 사장님께서는 돈도 중요하지만 상업적 영리보다는 좋은 것, 많은 것을 여러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 하시는 거 같았다.


매우 흡족히 배를 채우고 나오면서 착한 가격으로 또 한 번 감탄을 했다. 만족도가 최고치에 올랐을 때 문득 내가 가진 편견들에 대해 생각해본다. 처음 가진 선입견들이 나를 부끄럽게 했다. 책을 읽고 토론을 하며 나누고 학습으로 끊임없이 변화를 시도하고 있으나 내 몸에서 떨어져 나가지 않는 편견이나 선입견을 확인하며 다시 오만한 나와 마주한다.


"오~~~ 비 오는 날, '오늘처럼 맛있는 칼국수' 누가 먹자고 한 거예요?" 딸의 물음에 사유의 시간에서 잠시 떨어져 나왔다. 무엇이든 흡족했을 때의 딸의 표현이다. 어쨌든 딸의 물음에 오늘의 칼국수를 먹게 된 출발점이 어디였는지 생각해봤다. 차를 타기 전에 잠시 주변을 돌아본다. 자동차가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내 기억은 벌써 해물칼국수의 근원으로 여기까지 온 기억을 되감으며 새벽으로 돌아간다.


주말에도 나의 새벽 명상은 계속되었다. 머리가 묵직했던 어제의 새벽과는 달리 맑았다. 그 맑음이 영혼을 더욱 깨끗해질 수 있도록 도왔다. 새벽은 고요하다. 그러나 오늘 새벽은 고요함을 미세하게 방해하는 요소가 있었다. 멀리 가로등 불빛 사이로 내리는 비가 창문으로 약하게 부딪힌다. 미라클 모닝은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기억이 없지만 시작 이후 줄곧 하루를 책임지고 든든하게 지켜주고 있다.


이른 오전 독서 토론방이 있었다. 서로의 생각들을 교류하면서 귀를 쫑긋 세워서 듣고 화면으로 보이는 모습에서 묻어 나오는 표정까지 다시 함께 읽어나가며 감정까지도 공유했다. 토론을 하면서 나를 더욱 행복에 빠지게 만드는 건 외부의 모든 자극이나 복잡한 현실을 잠시 거두고 그 순간 책에 흠뻑 빠질 수 있고 또, 준비하면서 읽은 감동을 나누며 서로의 생각들을 확인하고 주옥과 같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거다. 2년 전쯤 시작된 누리고 있는 그 시간 모임의 성격과 방향성 그리고 멤버들을 대신해 말해주는 독서 동아리의 정식 명칭은 '온독'이다.


'온독'에서 나눈 책들은 장르가 다양하다. 최근에는 희곡 쪽으로 비중을 높이고 있다. 꼬리물기처럼 희곡의 매력에 빠져서 희곡에서 다른 희곡으로 또 다른... 그리고 다음 달은 시를 읽고 낭송하고 나누기로 했다. 책 선정은 멤버들이 돌아가면서 여러 권을 올리고 투표로 정한다. 책을 권한 멤버가 그 달의 리더가 되어 진행을 하면 된다. 구성원들의 연령층도 다양하며 성별도 다르고 직업군들도 다양하다.


다양성에 대해서 실 사례를 들어보면 쓰려던 책의 방향성에 대해 한참 고민을 하고 있을 때였다. 토론에서는 하지 않았지만 그때 한 권의 책이 시선을 끌었고 책장을 조금씩 넘기자 맘을 사로잡는 문장이 있었다. 다른 경쟁 도서나 유사 도서에 비해서 어떤 차별성이 있는지 그래서 여러 권의 유사 도서나 참고 도서를 읽고 또 읽어서 그 장점을 최대한 부각할지 고민하라고 《하루 1시간, 책 쓰기의 힘_이혁 백》에서는 말하고 있다. 책을 읽고 나누는 부분에서도 마찬가지로 읽는 것보다 나누는 부분이 중요한데 그건 모든 것들이 경험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따라서 성별과 연령대가 다르고 직업이 특히 더 다양하다는 것은 경험의 폭과 움직임의 반경도 그만큼 확장된다는 것이다. 토론을 즐기며 다양함을 느끼면서 대화에 퐁당 빠져 있었다. 그곳을 겨우 나오니 2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었다.


줌에서 끝 인사를 하며 헤어지는 순간 멤버들 중 한 분이 목소리에 힘을 실어가며 말했다. 새벽 운동을 가던 남편분이 운동 후 흐린 날과 잘 어울리는 해물 칼국수를 해주기로 약속을 했다는 것이다. 그 말에 몇몇 분들은 자극이 되어 부럽다는 댓글 뒤로 남편분들과 합을 맞췄다. 모두 오늘 점심 또는 저녁은 '해물칼국수'라고 여기저기 알림 톡이 울렸다. 나도 남편에게 비 오는 날과 무척 잘 어울릴 거 같은 '해물 칼국수'를 찬양해 가며 토론방 얘기를 슬쩍 던져보았다. 남편이 "난, 지금 다리가 아프니... 우린 그냥 맛집을 찾아서 먹으러 감 안될까?" 한다. 그래서 "좋아요..!"라고 했다. 《타이탄의 도구들_팀 페리스》에서 강조한 '좋다!'의 긍정적 힘을 믿는다. 남편의 제안이 성의 없어 보이고 부정적으로 생각하자면 끝도 없겠지만 반대로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한다면 감사함이 저절로 묻어 나와 '좋아요!'라고 몇 번을 반복해서 얘기하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래서 오늘 점심 메뉴는 비가 내리는 흐린 날과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해물 칼국수로 정했던 거다. 결국 우리가 오늘 점심으로 먹은 건 해물이 빠진 칼국수였지만.... 해물이 빠진 칼국수에 정성과 사랑이 들어가니 해물의 양이나 개수와 관계없이 두 가지 음식은 모두 같다는 등식으로 연결된다. 우리가 처음에 먹으려고 했던 해물 칼국수와 해물이 빠진 다시 국물 칼국수 사이에는 항등식이 성립된다. 물론 해물을 대신할 사랑과 정성이 있어야 가능하겠지만 운이 좋은 오늘은 두 개의 칼국수 사이에 항등식이 성립되는 것을 알 수 있다. 해물의 개수 종류에 상관없이 등식이 성립되는 사랑이 들어갈 두 칼국수 사이에서의 항등식을 찾았다.


소소한 일상이지만 해물 칼국수로 여러 감정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경험해 보지 않은 것에 대한 편견으로 생긴 부정적 감정 , 이후 긍정적 감정 그것들에 사로잡힌 나를 끊임없이 견제하며 상황과 사람과 그때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그리고 에너지의 원천 긍정의 힘과 해물 칼국수 사이에서 알게 된 항등식까지... 글쓰기를 통해서 내면을 닦고 감정을 알아채는 일, 드러냄을 연습한 후의 긍정적 변화가 번쩍 번쩍이며 다가오고 있다.


note

a×x=0 은 x값에 따라 참과 거짓이 되는 방정식

0×x=0 은 x에 어떤 값을 대입해도 항상 성립하는 항등식

(해물의 종류 양, 다른 재료에 상관없이 사랑과 정성이 들어간 칼국수는 맛으로 감동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