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에서의 특별한 기억

만들어진 김밥의 대칭성_아름다움

by 무 한소

소소한 행복을 누리는 시간

_농작물을 수확하며


딸아이와 함께 마치 병아리들이 어미 닭을 쫓아다니듯 형님 뒤만 졸졸 쫓는다. 소소한 얘기로 즐거움을 나누고 농작물을 수확했다. 물론 형님께서 자식과도 같이 애정을 쏟고 수확한 농작물들에 관해 부연으로 설명해 주셨다. 앞서 수확한 농작물들 외에도 토마토는 방울토마토와 큰 토마토가 우리를 기다리며 ‘잘 익었으니 오늘은 잊지 말고 반드시 챙겨서 데려가세요’ 라며 얼굴빛을 붉혔다.


그렇게 밭 전체를 걸어 다니며 조금씩 가까워진 자연과의 즐거운 대화 속에서도 높은 습도는 끊임없이 우리를 괴롭혔다. 참기 어려워질 때쯤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다 형님의 한마디 말씀에 상쾌한 에어컨 바람이 기다리고 있는 실내로 들어가기를 포기하고 반대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규림아, 병아리 안 볼 거야?" 하신다. 얼마 전에 알을 깨고 나온 병아리들을 조카딸에게 꼭 보여주고 싶어 하셨다. 새로운 생명의 소중함 뿐만 아니라 어미 닭의 모성애를 이미지로 직접 전달하고 싶으신 거다. 얼마 전에 어떤 어미 닭이 알을 낳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두 마리의 닭이 사랑으로 알을 품어주어 병아리 4마리가 그들의 어미와 우리가 숨을 쉬고 있는 세상에서 만날 수 있었다.


그 병아리들을 보면서 생명의 탄생에 있어서의 경이로움은 사람과 동물이 모두 같았고 어미 닭에게서는 느낄 수 없는 생동감과 에너지가 나를 설레게 했다. 신성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는 듯 닭장 안팎에서 우리 주변을 감도는 분위기가 전에 느꼈던 기운과는 전혀 다르다고 생각하니 병아리들에게 더한 애정의 눈길이 갔다. 어미들 곁에서 삐악 거리는 모습이 무엇을 배우는 건지 아니면 열심히 대화를 나누고 있는지 그들이 이루는 조화로움에서의 어린 병아리들이 너무나 사랑스럽게 내 눈으로 들어왔다.


농작물들이 질서로 스며있는 자연에서는 탄생의 경이로움과 나누는 사랑까지. 자연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보고 알게 되었다.


딸과 함께 에어컨이 있는 건물 쪽으로 걸어가면서 목소리를 높여 병아리들에 얘기를 나눴다. 딸은 병아리의 귀여움과 탄생의 경이로움 푹 빠져서 찍어 둔 사진을 보여주며 연신 감탄사로 맘을 대신했다. 생명은 귀엽고 사랑스러우며 경이롭다고. 와~~~~~~


건물 안쪽으로 들어서니 상상한 것 이상으로 쾌적했다. 순간 느끼는 쾌적함이 갑자기 사라질까 두려웠다. 누군가가 처음부터 의도적으로 쫓아낸 것처럼 습도는 사라지고 없었다. 잠시 쉬며 쾌적하고 시원함에 푹 빠져 있을 때 다른 분들은 점심 메뉴에 대해 의논을 하고 있었다. 결정된 메뉴는 장어와 김밥이었다. 여기에서 김밥에 집중할 필요가 있겠다. 고모께선 김밥 전문가이시다. 아주 긴 시간 동안 김밥을 말아 오셨다. 점심 메뉴가 정말 기대된다. 음식이라고 하면 집안에서 나를 제외하고는 다들 고수들이라 할 얘기가 많다. 모두 맛에도 집중하지만 그건 당연하고 플레이팅까지 신경을 쓰셔서 상차림이 화려하다.


_세상에 단 하나뿐인 김밥


김밥 재료를 사러 잠시 마트에 다녀왔다. 맛살, 어묵, 오이, 당근, 우엉, 김밥, 햄, 달걀과 김밥 김을 샀다. 여기까지는 뭐 특별한 건 전혀 없어 보인다. 다시 펜션에 도착해서 참치는 꺼내서 기름을 빼고 밭에 나가서 깻잎을 직접 따 왔다. 그리고 생고추냉이도 준비하고 잘 익은 깍두기며 고추, 간장에 절인 장아찌도 준비했다. 김밥에 중요한 또 한 가지 매실 무침까지 재료가 정말 특별하지 않는가? 집에서 준비된 재료를 다 활용하는 것이 오늘 김밥 요리의 콘셉트이다. 마지막으로 노릇노릇 잘 구워진 장어에 저며진 생강까지... 재료 준비를 끝내고 본격적으로 김밥을 말기 시작한다. 물론 형님과 부족함이 많은 내가 재료를 다듬고 볶고 서버를 했다.


_맛의 균형과 조화- 김밥 말다


먼저 샐러드 김밥을 시작으로 다음 참치김밥을 말았는데 여기서 특별한 건 참치와 깻잎, 생고추냉이의 조화로움이 혀에 닿는 순간 그 맛에 완전히 빠져버렸다. 생고추냉이가 만난 참치와 깻잎의 조화로 뭉쳐진 참치김밥으로 신선함이 증폭된다. 장어 김밥 (중요한 건 저며진 생강을 김밥 재료와 함께 싼다), 매실 김밥, 매운 고추 장아찌 김밥, 깍두기 김밥, 기본 김밥에 들어가는 재료만 해도 7가지에 치즈를 더하면 8가지 그다음 종류별 김밥의 메인들을 추가하면 흔치 않은 격조 있는 김밥이 완성된다.


밥을 얇게 깔지 않으면 너무나 두꺼워져서 절대 제대로 김밥을 말수가 없다. 고모께서 전문가는 전문가이신 듯하다. 밥을 까는 기술이 남다르다. 모두가 김밥의 맛에 감동하고 그것을 느끼고 인지할 수 있는 오늘 나의 뇌와 혀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의 시선을 붙잡은 건 바로 김밥의 모양에 있다. 이미 김밥은 기술적인 면모로 완벽하게 다듬어져서 대칭성이 돋보였고 색감의 조화가 너무나 아름답다. 음식에서 전달된 맛의 미각을 시작으로 고도의 대칭성과 빛나는 색상을 시각적으로 전달했고 후각으로 번 나갔다. 행복감에 젖어 뇌를 자극하니 도파민이 주기 함수의 파동을 이루며 생성된다.


소소한 일상 속의 아주 특별한 경험으로 격이 다른 하루를 보냈다. 평범한 듯 보이는 김밥의 모양에서 알게 된 대칭성과 색감의 조화는 과연 곡선 속 직선의 균형인 완벽함이었다. 감동이 솜사탕의 여운처럼 몽글몽글 피어오른다. 구름 솜사탕의 사랑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