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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 한소 Aug 09. 2023

타인의 고통을 공감하기에 너무나 평화로운 하늘

유한의 가치 너머 무한은...

다른 감각보다 청각이 더위와 습도에 많이 예민하다.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 견해지만. 안갯속에 혼자 거리를 헤매고 있는 거처럼 방향을 알 수 없다. 방황하는 그곳에서 멍먹해지며 잠시 균형을 잃었다. 달팽이관, 전정기관, 유스타키오관 등 내 몸에 속한 청각 기관들이 나의 것이 아닌 거처럼 느껴진다. 조금 더 소중히 다루고 아껴주리라 다짐해 본다.


짧은 기간 여러 날의 변화가 크다. 어느 하루의 변화도 크다. 사진에서는 그 변화가 확연히 차이를 보인다.  움직인 시간과 공간의 반경이 모두 크다. 다만, 폭우를 겪은 아픈 분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듯 너무나 평화로운 하늘이 야속하다. 하늘은 얼마 전까지의 상황과는 전혀 다른 얼굴로  안정되며 고요함을 유지한다. 며칠째 구름의 변화도 없이 맑고 예쁜 특별한 이야기로 구름 만들기에 열중이다.

지중해 어느 나라를 여행하며 평화로움을 즐기는 꿈을 꾼다. 내가 서 있는 이곳에서 오후 햇살은 더 강렬하다. 긴 한줄기 빛으로 뻗어 아파트 사이로 아름다운 색을 입히고 다시 그려낸다. 뻗은 빛으로 아파트 한쪽 벽면에서는 그림자놀이 중이다. 빛의 공간 지중해의 이색적인 아름다움은 딸의 그림에서 특별한 색으로 입혀진 빛을 닮았다.


낮 하늘에서의 구름은 놀이를 즐기며 맑음과 밝음을 맘껏 뽐내었다. 오후 햇살은 잠시 현실을 잊게 했다. 지중해 섬나라로 잠시 공간을 옮겨 그곳의 아름다움으로 안내한다. 호흡이 편안하다.


그렇게 아름답던 하늘이 잠시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캄캄하지만 하늘의 호위를 받는 달 주변으로 예사롭지 않은 분위기가 느껴진다. 달무리에서 요 며칠의 스트레스가 심각하게 느껴진다. 고민을 함께 나누고 달의 근심을 내 것인 거처럼 가져오 싶다. 그런데, 오늘은 나도 그 시선을 부끄럽게 피하고 있다. 오늘 하루는 쉬려고 다. 눈을 가린다. 상처 입은 달무리가 수도 없이 넋두리를 쏟아내지만 잠시 모른 척 고개를 돌려 외면해 본다. 

타인의 고통은 내 것이었다. 타인의 아픔은 내 감각기관을 타고 몸을 파고들었다. 가끔 폭풍우가 지나고 맑게 갠 하늘처럼 타인의 고통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분리하는 타자를 바라보며 이해할 수 없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우리가 체감으로 느끼는 아픔은 모두 다르겠지만. 빠른 분리, 정리 내면 깊이 들어오는 것과 얕게 지나는 경우 등 잘 나누어 정리해 본다.


감정의 독립이 필요하다. 내가 그토록 힘들어하는 감정 분리가 절실했다. 존재하는 이곳에 살아야 한다. 분리 후 불안전한 존재의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며 지켜보련다. '나'라는... 오늘 하루는 유한 너머 무한의 가치를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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